서른여섯에 새삼 느낀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 김재환이 꿈꾸는 2024년 “매우 바쁜 시즌이길”[SS 인터뷰]

장강훈 2024. 2. 8.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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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김재환이 호주 블랙타운 인터내셔널 베이스볼파크에서 밝은 표정으로 훈련하고 있다. 사진 | 두산 베어스


[스포츠서울 | 블랙타운(호주)=장강훈 기자] 한껏 비상(飛上)하던 기세가 한풀 꺾인 뒤 잠룡(潛龍)이 됐다. 청룡(靑龍)의 해인 갑진년(甲辰年)은 재기를 노리기 안성맞춤이다. ‘잠실 홈런왕’이 비상을 꿈꾼다.

두산 김재환(36)은 자타공인 팀 재건의 중추다. 두산 이승엽 감독도 “(김)재환이가 제 몫을 하느냐에 따라 팀 명운이 걸려있다”고 주문 외우듯 한다. 풀타임 도약과 동시에 30홈런을 돌파하며 두산의 4번타자로 우뚝 선 김재환은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휩쓸 때부터 기세가 꺾였다.

타격폼도 바꾸고 레슨을 받는 등 절치부심했지만, 타격지표는 좀처럼 우상향하지 못했다. 2022년부터 2년간 33홈런 118타점에 그쳤으니, 풀타임 첫해이던 2016년 37홈런 124타점과 비교하면 부진의 깊이를 알 수 있다.

두산 김재환이 호주 블랙타운 인터내셔널 베이스볼파크에서 주루 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 | 두산 베어스


지난해 10홈런 43타점 타율 0.220으로 최저점을 찍은 뒤 마무리캠프부터 ‘제 모습 회복’에 열중했다. 쓸데없는 동작을 버리고 간결하면서도 힘있는 스윙을 되찾기 위해 구슬땀을 흘렸다.

마무리캠프 후 자비를 들여 미국까지 건너가 강정호와 훈련을 이어갔다. 독한 마음으로 훈련에 매진했으니 팀도 자신도 “한 번 더 믿어보자”는 희망이 싹텄다.

스프링캠프가 한창인 호주 블랙타운 인터내셔널 베이스볼파크에서 만난 김재환은 의외로 차분했다. 일상인 것처럼 뛰고 던지고 타격했다. 그는 “평범한 일상이 소중하다는 것을 느끼는 하루하루”라고 말했다. 잡념을 떨치고 ‘현재에 집중하는 것’에만 신경을 쏟다보니, 표정이나 행동에 어색함이 사라졌다.

두산 김재환이 호주 블랙타운 인터내셔널 베이스볼파크에서 밝은 표정으로 훈련하고 있다. 사진 | 두산 베어스


김재환은 “지난겨울은 잃어버린 내 것을 되찾는 시간으로 보냈다”고 말했다. 부진한 시기를 돌아보니 “더 잘하고 싶은 마음에 하지 않아도 될 변화를 줬더라”는 결론을 얻었다. 잠실을 홈으로 쓰면서 3연속시즌 3할 30홈런 100타점을 돌파하고도 더 잘하고 싶은 욕심에 새로운 시도를 하다 장점을 잃었다는 얘기다.

한 번 감을 잃으면 되돌리는 게 쉽지 않다. “어떻게 스윙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하는 선수가 많은 것도 같은 이유다. 토스 배팅을 시작으로 기본기를 다시 다진 그는 “아직 캠프 초기여서 좋다 나쁘다를 논하기 이른 시기”라고 말을 아꼈다. 대신 “훈련 강도를 높이고, 라이브배팅을 하고, 평가전과 시범경기를 하는 시즌 준비 과정을 ‘평범한 일상’처럼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스스로를 의심하지 않고, 흐르는 강물처럼 자연스레 흘러가는 게 김재환에게는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의미다. 훈련과 평가전, 시범경기를 치르는 과정에 브레이크가 걸리지 않는다면, 그 자체로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의미여서다. 서른여섯에 새삼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지 느낀 셈이다.

두산 김재환이 호주 블랙타운 인터내셔널 베이스볼파크에서 진지한 표정으로 수비 훈련하고 있다. 사진 | 두산 베어스


과정에 집중하고 있으니 목표를 세우는 것도 의미없다. 그저 “시즌 개막 후에는 정말 바쁜 한 해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쉼없이 경기하고, 복기하고, 준비하는 것을 반복하면서 수훈선수 인터뷰, 월간 MVP, 포스트시즌 등 선수가 소화할 수 있는 모든 일정에 참여하고 싶다는 뉘앙스였다. 자신감의 발현이기도, 자기최면이기도 한데, 김재환의 올해 목표가 이뤄지면 두산도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갈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그는 다시 출발선에 서있다. 2008년 신인 2차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4순위로 프로에 입단해 군복무 기간을 포함해 8년간 ‘미완의 대기’로 머물렀을 때로 돌아간 셈이다. 당시 주전 좌익수이자 주포였던 김현수(현 LG)가 메이저리그 볼티모어로 떠난 뒤 주전을 꿰찬 그는 ‘두산 왕조’를 이끈 4번타자로 우뚝섰다.

두산 김재환이 호주 블랙타운 인터내셔널 베이스볼파크에서 밝은 표정으로 타격훈련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 | 두산 베어스


그는 “스프링캠프, 시범경기를 거치면서 ‘외야 한 자리는 무조건 네 것’이라는 찬사를 끊임없이 듣다가 막상 개막하면 사라지는 선수로 수년을 보냈다. 당시 형들이 ‘정신차려야 한다’고 조언한 것도 솔직히 귀에 안들어왔다. 누구보다 열심히했다고 자부했으니 ‘얼마나 더 훈련해야 하는가’라는 생각도 했다”고 운을 뗐다.

성공과 좌절을 다시 경험하고 나니 “어릴 땐 의욕만 앞섰구나”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눈에 독기를 가득품고 맹목적으로 훈련 중인 수많은 후배가 당시의 자신 같아서 마음이 쓰인다는 게 김재환의 속내. 그는 “몸으로, 말로 후배들에게 증명하는 길밖에 없다”고 말했다. 재기를 향한 또다른 의지의 표현이다.

두산 김재환이 호주 블랙타운 인터내셔널 베이스볼파크에서 타격 훈련하고 있다. 사진 | 두산 베어스


“청룡의 기운이 좋아서 내게도 좋은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말씀을 (주위에서) 많이 하신다”며 웃은 그는 “2024년이 아직 10개월나 남았다. 청룡의 기운이 내게 올지 안올지 모르는 상태다. 그래서 지금의 일상이 소중하고, 일상이 될 내일과 시즌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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