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김민재 각성 이끈 임동혁의 조언…"급하게 생각하지 말라"

김민재, 부상 등으로 출전시간 줄어…"동혁이형 말에 반짝"
임동혁 "내가 저연차 땐 출전 더 적어…민재는 성공 케이스"

대한항공의 임동혁(왼쪽)과 김민재. (KOVO 제공)

(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대한항공의 미들블로커 김민재(21)는 인하사대부고를 졸업한 뒤 대학교를 거치지 않고 곧장 프로에 직행한 케이스다. 그는 프로 2년차던 2022-23시즌부터 기량이 발전하면서 대한항공의 미들블로커 한 자리를 꿰찼다. 고졸 2년차의 어린 선수가 무려 통합 3연패를 일군 팀의 주전으로 도약한 것.

시즌 후에는 국가대표로 발탁돼 아시아선수권과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경험하기도 했다. 출전 시간이 많지는 않았지만 국제대회를 밟아본 자체가 큰 자산이었다.

그런데 악재도 함께 했다. 아시안게임 기간 중 발목 부상을 당하면서 시즌 준비가 늦어진 것. 김민재의 빈자리엔 조재영이 들어갔고, 부상에서 복귀한 이후에도 좀처럼 기회를 잡지 못했다.

프로 데뷔 후 처음 맛보는 시련에 상심이 컸던 김민재를 각성케 한 것은 선배 임동혁의 조언이었다. 김민재처럼 고등학교 졸업 후 곧장 프로에 진출한 케이스이기도 한 임동혁은 김민재를 불렀다.

김민재는 "개인적인 이야기라 모두 말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임)동혁이형의 조언을 듣고 난 뒤로 야간 운동도 하고 서브 연습도 더 열심히 했다. 형 말을 듣고 '반짝였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좋은 쪽으로만 이야기를 해줬다. 물론 팩트만 골라 말해줬다"며 웃음 지었다.

대한항공 선수들. (KOVO 제공)

임동혁의 이야기에서 조언 내용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었다.

임동혁은 "(김)민재가 올 시즌을 부상으로 시작했고, 다른 형들이 잘 해주면서 출전 기회가 적었다"면서 "그래도 이제 3년차인데, 나와 비교하면 민재는 성공한 케이스다. 나는 저연차 일 때는 경기도 못 뛰고 경쟁 자체를 하지 못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민재는 욕심이 많은 친구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차분하게 기다리다보면 다시 기회가 올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는 "나도 고등학교 졸업 후 곧장 프로로 왔기 때문에 내 경험을 토대로 이야기해주고 싶었다"면서 "후배가 선배에게 먼저 다가와서 말해달라고 하기는 어렵지 않나. 그래서 먼저 가서 이야기했다"고 덧붙였다.

지난 7일 열린 KB손해보험에서 두 '선후배'는 나란히 활약했다. 임동혁과 김민재 둘 모두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했음에도 승리의 주역이 됐다.

임동혁은 1세트 중반 무라드 칸이 부진하자 투입됐는데, 1세트에만 12점에 공격성공률 100%의 놀라운 활약을 펼쳤다. 특히 30-29에선 긴 듀스에 마침표를 찍는 서브 득점까지 기록하며 세트를 지배했다. 그는 이날 양 팀 최다 32점으로 코트를 폭격했다.

3, 4세트에 기용된 김민재도 제몫을 했다. 그는 승부를 가른 4세트에 블로킹과 서브득점을 한 개씩 기록하는 등 2개 세트만 뛰고도 8점을 올리는 알토란 활약을 했다.

'고졸 얼리엔트리'라는 공통점을 가진 임동혁과 김민재. 이들은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며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통합 4연패를 노리는 대한항공은 '젊은 피'의 활약 속에 자연스러운 세대 교체 효과까지도 누리는 모양새다.

starburyn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