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인뱅부터 시중은행 전환까지…은행 과점 깨질까
대구은행, 7일 시중은행 전환 위한 인가신청서 제출
과점 체제 깨기는 역부족이란 시선 많아
[더팩트ㅣ정소양 기자] DGB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에 속도가 붙고 있는 가운데 제4인터넷전문은행 출범 경쟁도 이어지고 있다. 다만 이같은 흐름으로 현재 5대 시중은행의 과점 체제가 깨지기는 쉽지 않으리란 목소리가 나온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DGB대구은행은 전날 수금융위원회에 시중은행 전환을 위한 인가신청서를 제출했다. 대구은행은 이미 인적·물적 설비 등을 갖추고 은행업을 영위하고 있어, 예비인가 절차를 생략하고 본인가를 바로 신청했다. 이르면 3~4월께 전환이 완료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시중은행 전환 시 은행명은 'iM뱅크'가 유력한 상황이다.
대구은행이 금융당국 심사를 거쳐 본인가를 받을 경우 1992년 평화은행(우리은행으로 합병) 이후 32년 만에 시중은행이 탄생한다. 아울러 1998년 대동은행(대구)·동남은행(부산) 폐업 이후 26년 만에 지방에 본점을 둔 시중은행으로 이름을 올린다.
제4인터넷은행 출범 움직임도 활발하다.
12개 지역 소상공인연합회와 각종 소상공인·소기업 관련 35개 단체가 모인 '소소뱅크설립준비위원회'는 다음 달 25일까지 '소소뱅크' 출범을 위해 금융위원회에 예비인가를 신청할 계획이다. 소소뱅크는 소상공인을 위한 맞춤형 금융상품을 제공하는 등 소상공인 특화 인터넷전문은행을 표방하고 있다.
앞서 소소뱅크는 지난 2019년 인터넷은행 출범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고배를 마신 바 있다. 소소뱅크 측은 명확한 사업 모델로 차별화를 꾀해 두 번의 실패는 하지 않겠다는 계획이다.
현대해상과 핀테크기업 '렌딧', 세금 환급 플랫폼 삼쩜삼을 운영하는 '자비스앤빌런즈', 외환 송금과 결제 스타트업 '트래블월렛', 인공지능(AI) 헬스케어 서비스 '루닛' 등도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터넷은행 'U-뱅크' 설립 예비인가 신청을 준비하고 있다.
U-뱅크 컨소시엄은 금융 어젠다로 △시니어 포용 금융 △소상공인·중소기업 포용 금융 △외국인 포용금융 등 세 가지를 내세웠다. 컨소시엄은 참여 기업들이 보유한 AI·빅데이터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초개인화 금융 서비스 개발을 지향해, 세분화된 분석을 통해 기존의 금융 기업들이 세밀하게 다가가지 못했던 금융 소외 계층을 발굴해 맞춤화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소상공인 경영 관리 서비스 '캐시노트'를 운영하는 한국신용데이터(KCD)도 소상공인 전문은행 'KCD뱅크(가칭)' 출범 준비에 나섰다. 올해 상반기 인가 신청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처럼 최근 은행권에 신규 플레이어의 진입 시도가 활발한 것은 금융당국이 은행의 독과점 체제를 해소하기 위해 문턱을 낮췄기 때문이다.
앞서 금융당국은 지난해 7월 과점적 구조의 은행산업을 언제든 경쟁자가 진입할 수 있는 경합시장으로 전환키로 하고 인터넷전문은행도 상시 진입 가능한 시장으로 만들기로 했다. 충분한 건전성과 사업계획 등을 갖춘 사업자가 있다면 엄격한 심사를 거쳐 인터넷전문은행 인가를 내주는 상시 인가 체제로 전환한 것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같은 움직임이 현재 5대 시중은행의 과점 체제를 깰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평가를 내고 있다.
DGB대구은행의 경우 기존 시중은행에 비해 자본력과 영업망에서 상당한 격차가 나서 금융당국이 기대하는 만큼의 경쟁 촉진 효과가 나지 않을 수 있다는 시선이다.
또한 제4인터넷은행 역시 출범하더라도 시장에서 자리를 잡는 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란 분석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소소뱅크' 등 새로운 인터넷은행이 출범하면 사업모델이 명확한 만큼 초반 반응은 좋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다만 기존 은행권에 긴장감을 줄 수 있을 정도는 아니라고 본다. 또한 출범은 끝이 아닌 시작으로, 소상공인 대출만으로 생존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 외 컨설팅 등 비금융 역량을 높여 차별성을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들의 출범 배경이 은행의 과점 체제 해소와는 다른 맥락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이성복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은 지방은행으로써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하나의 방책이지, 목적이 시중은행의 과점을 깨기 위함은 아니다"라며 "또한 현재 거론되는 제4인터넷은행들도 '소상공인 특화 은행'으로 출범하는 만큼 영역이 완전히 다르다"고 말했다. 이어 "케이뱅크, 카카오뱅크 등도 처음 나올 때 혁신 차원에서의 '메기'였을 뿐 시중은행의 과점을 깨는 등의 효과는 없었다"고 덧붙였다.
js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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