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냉장고 영아 살해' 친모에 징역 8년

수원법원종합청사 전경. 경기일보 DB

 

이른바 ‘수원 냉장고 영아시신’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친모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수원지법 형사12부(부장판사 황인성)는 8일 살인 및 시체은닉 혐의를 받는 A씨에 대해 징역 8년을 선고했다. 앞서 검찰은 A씨에 대해 징역 15년을 선고해달라고 구형했었다.

A씨는 지난 2018년과 2019년 태어난 아이 2명을 연달아 살해한 혐의를 받았다. 그는 지난 2018년 11월 여자아이를 낳은 하루 뒤 아이를 집으로 데려와 목을 졸라 살해하고, 2019년 11월 병원에서 남자아이를 낳은 뒤 주거지 인근 골목에서 살해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또 아이들을 살해한 뒤 수원특례시 장안구 자신의 아파트 냉장고에 시신을 숨긴 혐의도 있다.

이미 세 명의 자녀를 두고 있던 A씨는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또다시 임신을 하자 이 같은 범행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현재도 임신 중으로 이달 말 출산을 앞두고 있다.

A씨는 앞서 재판 과정에서 살인죄보다 형량이 낮은 영아살해죄를 적용받아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4,5번째로 피해자들을 출산한 경산부이고, 피해자들의 친부인 배우자와 관계가 돈독했으며 의료진의 도움을 받아 출산했다"며 "살해 전 행동이나 배우자와의 대화 등에 비춰볼 때 (스스로)출산 사실을 숨기려 노력했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볼때 피고인이 분만 직후나 분만 과정에서 영향을 받아 피해자들을 살해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또 시체은닉 혐의에 대해 A씨 측이 '주거지 내에서 시체를 옮겨 은닉으로 볼 수 없고, 친족 살해 범행은 시체은닉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한 것 역시 배척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시체를 봉지에 넣어 보이지 않게 한 후 냉동칸으로 옮겨 보관한 것은 가족들 등으로부터 시체 발견을 불가능하게하거나 심히 곤란하게 하는 장소적 이전"이라며 "통상의 장례절차와 달리 장기간 다른 사람에게 알려지지 않은 가정용 냉장고 냉동칸에 시체를 넣어둔 점으로 볼 때 고의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이날 재판부는 A씨의 배우자이자 살해된 영아들의 친부가 제출한 처벌불원서 역시 감경 사유로 반영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배우자와 피해자들 간의 유대관계가 없기 때문에 (남편의)처벌 불원 의사를 감경 요소로 반영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피해자들은 태어난 지 하루밖에 되지 않은 영아로 모든 것을 피고인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었던, 피고인의 보호가 필요했던 독립된 인격체"라며 "합리적인, 적어도 불법성의 정도가 현저히 낮은 다른 대안이 존재했고 피고인도 이를 알고 있었다"고 불리한 정상을 설명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범죄분석관은 '피고인이 생활 전반에 걸쳐 무능력한 남편을 의지할 수 없었고, 극심한 경제적 어려움 등으로 남편을 속이고 출산 살해한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며 "넉넉지 않은 형편에서 세 자녀들을 키우면서 피해자들까지 양육하게 되면 기존의 자녀들마저 제대로 키우지 못할 수 있다는 생각이 범행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한편 이날 재판부는 2월 말 출산을 앞두고 있는 A씨를 구속집행정지하지는 않기로 했다. 

재판부는 "구속집행정지를 하지 않고 구치소의 보호 아래 연계된 병원에서 출산하는 것이 산모와 아이의 건강을 위해 더 바람직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김경희 기자 gaeng2da@kyeongg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