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성인인데요” 거짓말에 속아 술·담배 판매한 억울한 업주 ‘구제’

노도현 기자 2024. 2. 8.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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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중 관련 3법 시행령 개정
영업정지 ‘2개월→7일’ 대폭 완화
부가가치세 간이과세자 기준은
연 매출 1억400만원으로 상향

사업주가 청소년이 내민 위조 신분증에 속아 술·담배를 판매한 경우 억울함이 없도록 행정처분을 면제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세금 부담이 줄어드는 부가가치세 간이과세자 기준은 현행 연 매출 8000만원 미만에서 1억400만원까지 늘어난다.

중소벤처기업부는윤석열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8일 서울 성수동 복합문화공간 ‘레이어57’에서 열린 민생토론회에서 8개 부처 합동으로 마련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함께 뛰는 민생경제 실현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방안에 따르면 나이를 속여 술·담배를 구매한 청소년들 때문에 소상공인·자영업자가 억울하게 피해를 입지 않도록 상반기 중 청소년보호법·식품위생법·담배사업법 등 관련 3법 시행령을 개정한다.

그간 위조하거나 도용한 신분증으로 성인을 사칭한 일부 청소년들에게 속아 넘어간 업주들에게 무조건 책임을 묻는 게 불합리하다는 문제제기가 잇따랐다. 식품위생법의 경우 신분증 위조로 업주가 청소년인 사실을 알지 못하고 판매했을 경우 행정처분을 면책하는 조항이 있긴 하지만, 실제로 면제까지 이어지는 사례는 드물었다.

정부는 “업주가 신분증을 확인한 사실이나 폭행·협박을 받은 사실이 진술 또는 CCTV 등을 통해 확인되면 과징금과 영업정치 처분을 면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보다 정확한 기준은 부처 협의를 통해 마련할 계획이다.

아울러 영업정지 처분 기준을 1차 적발 시 2개월에서 7일로 조정한다. 과도한 제채처분 기준을 완화하는 차원이라고 중기부는 설명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은 “법이라는 게 형식적으로 집행하면 사람을 죽인다”며 “나쁜 뜻으로 그렇게 해도 꼼짝 없이 당하는 게 한국의 법 집행 현실이라면 나라가 정의로운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경쟁 가게가 미성년자를 이용해 상대 가게의 영업정지를 꾀하는 사례를 들며 “그야말로 깡패와 사기꾼이 설치는 나라와 똑같다”고 말했다. 신고를 악용하는 미성년자를 두고는 “술 먹은 사람이 돈도 안 내고 신고했다는 것은 사기죄로 입건해야 한다. 그것이 정상적 사회”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법령 개정을 안 해도 지금 할 수 있다”며 “당장 지자체에 전부 공문을 보내서 바로 좀 조치하라”고 지시했다. 중기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자체에 공문을 보내 음식점에서 청소년 대상 주류 제공행위를 적발한 경우 객관적 사실을 충분히 조사한 뒤 영업자에 대한 행정처분 및 고발 여부를 신중히 결정하도록 요청했다.

아울러 법령 개정까지 시간이 소요되는 점을 고려해 ‘적극행정위원회’를 열고 심의가 의결되면 행정처분 면제조치를 우선 시행하기로 했다. 주류 제공 이외에도 담배, 숙박 분야 등 유사 행정처분을 포함해 법령 개정을 위한 협의체를 조속히 구성할 계획이다.

경영 부담 줄이기에도 나선다. 부가가치세 간이과세자 기준을 연 매출 8000만원 미만에서 1억400만원까지 상향한다. 앞으로는 연 매출액이 1억400만원 이하면 부가세율이 10%인 일반과세자보다 훨씬 낮은 1.5~4.0% 세율을 적용받는다.

정부는 기준 완화로 소상공인·자영업자 14만명이 혜택을 보고, 줄어드는 세수는 약 4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세수 결손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통상적인 경제 성장에 따라 대응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판단했다”며 “영세자영업자에 대한 지원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앞서 정부가 대책으로 내놓은 전기요금과 이자비용 지원 일정도 나왔다. 오는 21일부터 소상공인 전기요금 특별지원’ 신청을 받고 다음 달 초부터 지원을 개시한다. 연매출 3000만원 이하 영세 소상공인·자영업자를 대상으로 사업자당 최대 20만원까지 지원한다.

저금리 대환대출은 오는 26일부터 지원한다. 7% 이상 고금리 상품을 이용 중인 저신용 등급 소상공인들은 4.5% 저금리로 갈아탈 수 있다. 제2금융권에 납부한 이자를 최대 150만원까지 돌려주는 이자 환급도 다음달 29일부터 시작한다.

지역신용보증의 법정출연요율이 0.07%로 0.03%포인트 높아짐에 따라 올 한해 소상공인 3만2000명에게 1조원 규모의 신규 보증을 추가로 공급한다.

대·중소기업의 상생협력과 공정 거래를 위한 납품대금 연동제의 현장 안착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한편 스타트업·벤처기업 지원도 이어간다. 올해 정부 모태펀드 출자 전액인 1조6000억원을 1분기에 출자해 벤처 투자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을 계획이다. 프랑스 ‘스테이션F’를 벤치마킹한 한국형 글로벌 창업허브 조성에도 본격적으로 나선다.

노도현 기자 hyun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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