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은 조심스럽고, 답변은 엉성했다"…尹, `명품백` 논란에 "박절치 못해"

김미경 2024. 2. 8.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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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끝내 사과없이 뻔뻔" 맹비난
정치 전문가들 "국민들 납득하기 힘든 해명" 지적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KBS와 특별대담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가진 KBS '특별대담 대통령실을 가다'에서 박장범 KBS 앵커와 대담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김건희 여사의 고가 명품가방 수수 논란에 해명을 내놨지만 여론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7일 오후 10시부터 100분간 진행된 KBS 신년대담에서 김 여사가 재미교포인 최재영 목사로부터 300만원 상당의 명품가방을 받았다는 논란에 "매정하게 끊지 못한 것이 문제라면 문제고 아쉽지 않았나 생각된다"면서 "앞으로는 이런 일이 발생 안 하게 조금 더 분명하게 선을 그어서 처신을 하는 게 중요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밝혔다.

또한 "시계에 몰카까지 (숨겨) 들고 와서 (촬영을)했기 때문에 공작"이라며 "또 선거를 앞둔 시점에 (촬영한 지) 1년이 지나서 이렇게 터트리는 것 자체가 정치공작이라고 봐야 한다"고 사실상 김 여사가 피해자라고 주장한 여당과 궤를 같이 했다.

윤 대통령이 이날 대담에서 김 여사 관련 논란에 처음으로 입장을 표명할 것이라는 예고가 있었기 때문에 윤 대통령이 어느 정도 수위에서 잘못을 인정하고 여론을 진화할지 관심이 쏠렸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김 여사가 고가 명품가방을 받은 것을 두고 뇌물수수 또는 부정청탁금지법 위반이라는 논란이 일고 있는 것에는 일절 언급하지 않았고, 사과나 유감 표명도 없었다.

대담에서는 우선 경호와 의전상의 문제점을 짚었다. 진행자는 김 여사가 받은 가방을 '파우치, 조그만한 백'이라고 표현하면서 '어떤 방문자가 김 여사를 만나서 앞에 놓고 가는 영상이 공개됐다'면서 '의전과 경호의 문제가 심각한 것 아니냐'고 질문을 던졌다. 윤 대통령은 "용산 관저에 들어가기 전의 일"이라며 "제 아내가 중학교 때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최 목사가) 아버지와의 동향이고 친분을 얘기하면서 왔기 때문에 박절하게 대하기는 참 어렵다. 그것을 매정하게 끊지 못한 것이 좀 문제라면 문제"라며 "저라면 조금 더 좀 단호하게 대했을텐데 제 아내 입장에서는 물리치기 어렵지 않았나 생각이 된다. 하여튼 아쉬운 점은 있다"고 답했다.

아울러 "국민들은 직접 제 입으로 자세하게 설명해 주기를 바랄 수 있겠지만, 그것이 또 낳을 수 있는 부정적인 상황도 있다"며 "분명하게 국민들께서 오해하거나 불안해하시거나 걱정하는 일이 없도록 그런 부분들은 분명하게 해야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진행자가 '여당은 이 사인을 정치공작이라 부르면서, 김 여사가 희생자가 됐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동의하느냐'고 묻자 공감을 표한 뒤 "정치공작이라고 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고 앞으로는 이런 일이 발생 안 하게 조금 더 분명하게 선을 그어서 처신을 하는 게 중요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면서 "박절하게 누구를 대해서는 안 되겠지만, 조금 더 분명하게 좀 단호할 때는 단호하게, 선을 그을 때는 선을 그어가면서 처신을 해야 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김 여사의 일정 등을 관리할 제2부속실과 대통령 가족 등을 감찰하는 특별감찰관이 필요하다는 의견에는 "제2부속실 같은 경우는 우리 비서실에서 검토하고 있다"며 "저는 임기 초부터 특별감찰관은 국회에서 선정해서 (대통령실로) 보내는 것이고, 대통령실은 받는 것이고, 제가 사람을 뽑고 채용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이런 일을 예방하는 데에는 별로 도움이 안 되는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어떤 비위가 있거나 문제가 있을 때 사후에 감찰하고 하는 것이지. 예방할 수 있는 건 아닌 것 같다. 제2부속실이 있었더라도 제 아내가 (최 목사를) 내치지 못해서, 자꾸 오겠다고 하니까 사실상 통보하고 밀고 들어오는 건데 적절하게 막지 못한다면, 제2부속실이 있어도 만날 수밖에 없는 것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진행자가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기 전 '가방 논란으로 부부싸움을 했느냐'고 묻자 윤 대통령은 웃으면서 "전혀 안 했다"고 답했다.

지난 4일 사전녹화된 대담이 끝난 뒤 대통령실 참모 중에서는 "질문은 집요하고, 답변은 소상했다"는 평가가 나왔으나 외부의 평가는 달랐다. 특히 야당은 윤 대통령이 '뻔뻔한 태도'로 일관했다며 반발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대담 도중 권칠승 수석대변인 명의로 논평을 내고 "끝내 대통령의 사과는 없었다"며 "대통령의 오만한 불통에 답답함을 누를 수 없다"고 비판했다. 권 수석대변인은 "'대통령과 대통령 부인이 어느 누구한테 박절하게 대하기가 어렵다', '사람을 대할 때 좀 더 단호하게 처신하겠다'는 말이 명품가방 수수 의혹에 대한 해명이냐"며 "이런 눈 가리고 아웅 하는 변명으로 성난 국민을 납득시키겠다는 생각이야말로 오만"이라고 지적했다.

이낙연 전 대표의 신당인 '새로운미래'에서는 김효은 선임대변인이 논평을 내고 "오늘 대담의 목적은 딱 하나, 김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진실은 '몰카'이자 정치공작이고 '사람을 박대'하지 못한 김 여사의 성정 때문이라고 말하기 위해서였다"며 "KBS가 김 여사가 받은 명품가방을 '파우치'로 축소하는데서는 헛웃음이 나올 지경"이라고 꼬집었다. 김 선임대변인은 "사람을 박절하게 대하지 못한다면서 이태원 참사 유가족에는 어찌 그리도 박절한가"라고 일침하기도 했다.

정치권 전문가들도 "해명으로는 부족하다"는 게 다수의 평가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그전에 나왔던 대통령실·여권의 입장과 비교해) 큰 진전은 없었다"면서 "김 여사의 논란에 관해 얘기했다는 명분을 세워서 '더이상 어떻게 하겠느냐'는 태도를 취할 것 같다"고 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검찰총장을 하고, 특검도 했던 수사검사의 정신을 찾아볼 수 없는 발언이었다"면서 "남의 범죄를 재단하고 수사를 할 때와 자신의 가족이 연루된 사건을 대하는 기준의 차이가 너무 커서 국민들이 어떻게 받아들지 우려된다"고 비판했다. 이 교수는 "윤 대통령이 '매정하게 잘라내지 못했다'고 한 표현은 감정에 호소하는 것인데, 자신이 말한 공정과 상식이나 검찰 출신 대통령으로서의 기준에 부합하지 못해 미안하다는 정도의 입장 표명이 있어야 감정 공감도 가능하다"면서 "미국에서도 뇌물이나 마약, 성매매 관련 사건은 함정수사를 하기도 하는데 검찰 출신 대통령이 몰카나 정치공작이라고 얘기하는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고 했다. 김미경기자 the13oo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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