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 ‘부당 특약’ 이행 의무 사라진다… 음원 스트리밍·동영상 광고 등 플랫폼 ‘칼날’ 예고

세종=박소정 기자 2024. 2. 8.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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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생토론회’ 계기 공정위 ‘2024년 업무 계획’ 발표

건설업계의 고질적 문제로 지적돼 온 ‘부당 특약’의 사법(私法)상 효력을 무효화한다. 건설 원청업체가 하도급 업체를 상대로 불공정한 부당 특약을 맺었다는 판단이 나올 경우 이행 의무가 사라지고, 부당이득반환 청구로 쉽게 구제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정부의 플랫폼법 제정도 계획대로 추진된다. 특히 음원 스트리밍·동영상 광고·온라인 쇼핑·숙박 애플리케이션(앱) 등 분야 플랫폼 업체에 대한 위반 행위가 집중 감시 대상이 될 전망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8일 서울 성수동 카페 ‘레이어57′에서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열린 ‘함께 뛰는 중소기업·소상공인, 살맛 나는 민생 경제’란 주제의 열 번째 민생토론회와 ‘2024년 주요 업무 추진 계획’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이 8일 서울 성동구 레이어57에서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열 번째, 함께 뛰는 중소기업·소상공인, 살맛나는 민생경제'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연합뉴스

◇ 건설부터 외식업종까지 中企·소상공인 보호 역점

공정위는 올해 중소기업·소상공인의 불공정거래 피해 방지에 우선 힘쓰기로 했다. 경기 하락기 영향을 크게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건설업 분야부터 집중한다. 그간 이 분야에서 고질적 문제로 지적돼 온 부당 특약의 사법(민사소송 관련)상 효력을 무효화하기로 했다. 현행법에서도 부당 특약을 설정하지 못하도록 규율돼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계약당사자 간 민사상 효력이 유효해 수급 사업자가 별도 민사소송을 진행해야 하는 문제가 있어서다.

건설 하도급 지급 보증 등 하도급 채권 보호 장치 운영 상황을 점검해, 건설업계의 불공정 관행을 중점 점검하기로도 했다. 건설회사 부실로 하도급 업체가 대금을 못 받는 사태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한 아파트 건설 현장. /뉴스1

자동차부품·에너지 설비 등 주요 산업 기자재 분야에서 중소·벤처기업의 성장을 저해하는 부당한 기술자료 요구, 기술 자료 제3자 제공 행위 등도 살핀다. 웹툰·웹소설 분야에서 창작자 권리를 제한하는 불공정약관을 시정하고, 수익이 정당하게 배분되도록 표준계약서 제·개정도 추진한다. 소프트웨어·생활가전 등 불공정 하도급 거래가 우려되는 업종의 감시도 강화한다.

공정위는 또 부당 이익 수취 우려가 큰 외식업종 등 가맹본부의 불공정 행위 점검에도 나선다. 필수 품목을 과도하게 지정하고 가맹본부로부터 구매할 것을 강제하는 행위, 가맹점주 동의 없이 판촉 행사를 실시하면서 점주에게 비용을 부담시키는 행위 등을 적발한다는 것이다. 중소 납품업체에 대한 판촉비 부당 전가 행위를 억제하기 위해 징벌적 손해배상을 신설하고, 정액 과징금 한도도 상향해 엄단하기로 했다.

‘공정거래분쟁조정법’도 제정할 계획이다. 쟁점이 적은 사건은 상임위원이 단독 조정해 신속 처리할 수 있도록 하는 ‘간이조정 절차’를 만들고, 조정 과정에서 전문가의 감정·자문을 활용하도록 한편, 상대적으로 경미한 사건을 조정위원 3인의 소회의로 조정하는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한다.

서울 강남구 구글 스타트업캠퍼스. /뉴스1

◇ 플랫폼 ‘반칙’·민생 ‘담합’ 올해도 여전히 집중 감시

공정위는 ‘플랫폼 공정경쟁 촉진법’(플랫폼법) 제정을 계획대로 추진한다. 이 과정에서 특히나 음원 스트리밍·동영상 광고·온라인 쇼핑·숙박 애플리케이션(앱) 등 분야 플랫폼 기업의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는 더욱 면밀히 심사하기로 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꼽은 플랫폼 사업 방해 행위 집중 점검 분야. /공정위 제공

해외 사업자에 국내 대리인 지정 의무를 부과하는 내용의 전자상거래법 개정도 추진한다. 지정된 대리인들은 고객들의 민원을 응대하거나 소비자 분쟁을 조정하는 등 전자상거래법상 사업자에게 부과되는 의무를 지게 된다. 알리익스프레스 등 국내 법인 없이 사업을 이어가던 해외 플랫폼들도 소비자들이 쉽게 접촉할 수 있는 ‘국내 고객센터’를 둬야 한다는 의미다.

민생에 부담이 되는 분야의 담합 행위에도 엄정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육류·주류·교복·가구·폐기물처리 등 의식주, 담보 대출·국고채·통신사 판매장려금 등 금융·통신, 스테인리스강선·아연도금철선·방음방진재·소방내지재 등 중간재 분야가 그 대상이다. 반도체 유통 시장과 의료기기 간접납품 시장 등 불공정거래 관행을 점검하는 한편, 제빵·주류·쓰레기 수거 등 생활 밀접 분야의 경쟁 제한적 규제도 개선한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적한 민생 담합 주요 감시 대상 분야. /공정위 제공

벤처투자 활성화를 위해 벤처캐피탈(CVC) 관련 규제를 완화한다. CVC 외부 출자 상한을 기존 40%에서 50%로 상향하고, 해외 투자 상한도 20%에서 30%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물가 상승을 촉발하는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 확산에 대응해 제품 용량 변경 사실을 소비자에게 사전 고지하도록 개선한다. ‘고지 행위 없이 용량을 줄이는 것’은 부당한 행위로 지정한다. ‘기프티콘’ 등의 모바일상품권의 환불 금액을 상향하고, 유통업체의 모바일 포인트 등 적립금 유효 기간을 연장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지난해 12월 13일 서울 시내 한 마트에 식품류가 진열돼 있다. /연합뉴스

신유형 거래 형태로 부상하는 SNS(소셜미디어) 마켓의 전자상거래법 준수 여부, ‘숏폼’ 뒷광고의 점검도 강화한다. 인테리어·신발·화장품 등 특정 상품에 특화한 전문몰의 경우 다크패턴 자진 시정을 유도한다. 또 플랫폼이 법 위반 의심 입점 사업자의 거래를 즉시 중단할 수 있도록 임시중지명령 발동 요건을 완화하기로도 했다.

이 밖에 공정위는 기업의 부당내부거래와 편법적 규제 회피에 엄정 대응하기로 했다. 대기업집단뿐 아니라, 식음료·제약·의류 등 민생에 밀접한 중견기업집단의 부당 내부거래를 집중적으로 살핀다. TSR(총수익스와프·계약기간 내 기초자산의 거래에서 발생하는 총수익을 상호 교환하는 파생상품) 등을 사실상 채무보증처럼 이용하는 규제 회피 가능성을 차단하는 규율 방안도 마련할 방침이다.

동시에 경제 환경의 변화를 반영해, 대기업집단의 기준 조정을 검토한다.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 기준을 현행 ‘자산총액 5조원 이상’에서 국내총생산(GDP)에 연동하는 방식으로 변경하는 등의 내용이다. 비율 등 구체적인 연동 방식은 아직 검토 중이다. 대기업 금융·보험사가 핀테크 등 금융 밀접 업종 영위 회사에 대해 의결권 행사가 가능하도록 완화해 줄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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