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웡카'가 세번째로 영화화된 그 이유, 티모시 샬라메
아이즈 ize 이설(칼럼니스트)
영화 '웡카'(Wonka)는 영국 출신의 세계적인 동화작가 로알드 달의 원작 '찰리와 초콜릿 공장'을 세 번째로 영화화한 작품이다. 로알드 달의 '찰리와 초콜릿 공장'은 가난하지만 정직한 소년 찰리가 초콜릿 공장주인 윌리 웡카의 황금빛 초대장을 받아 공장 견학을 가면서 벌어지는 판타지를 그리고 있다. 구름처럼 떠다니는 솜사탕, 거대한 초콜릿 강과 폭포, 공장에서 일하는 소인 노동자인 움파룸파족(族) 등 신기하고 화려한 비주얼과 스토리가 이어지며 호기심을 자극하지만 그 안에는 인간의 탐욕과 이기주의에 대한 교훈이 깃들어 있기도 하다.
처음 영화화된 것은 약 반세기 전이다. 1971년 '윌리 웡카와 초콜릿 공장'으로 개봉됐다. 원작과 제목이 조금 다를 뿐 거의 오리지널에 가깝게 만들어졌다. '퓨어 이매지네이션'(Pure Imagination), '더 캔디 맨'(The Candy Man), 움파룸파 송 등 지금은 귀에 익숙해진 노래가 들어간 뮤지컬 형식이었다. 배우이자 감독 겸 프로듀서인 진 와일더가 웡카를 연기했다. 붉은 계통의 연미복에 마술사 모자를 쓴 웡카 스타일의 표본이 된 주인공이다. 하지만 당시에는 그다지 히트를 한 것 같지는 않다. 나중에 TV에 방영되고 비디오로 출시되면서 재평가됐다.
두 번째 영화화된 것은 많은 팬들이 기억하고 있다. 팀 버튼 감독이 연출하고 조니 뎁이 웡카를 연기했던 2005년작 '찰리와 초콜릿 공장'이다. 21세기에 리메이크된 이 영화는 34년 전보다 훨씬 진보된 컴퓨터 그래픽과 특수효과에 힘입어 판타지 동화의 진수를 보여줬다. 초콜릿과 사탕으로 장식된 공장의 색감이 더욱 화려해졌고, 웡카와 찰리가 투명한 유리 엘리베이터를 타고 찰리의 집까지 이동하는 장면도 실감나게 구현됐다. 최초 주황색 피부에 초록색 머리였던 움파룸파족은 검은 머리의 소인 복제인간처럼 묘사돼 더욱 기괴한 상상력을 자극했다. 무엇보다 독특한 캐릭터 연기에 일가견이 있는 뎁의 은둔자 같은 스타일이 인상 깊었다. 한국에서도 약 128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적지 않은 인기를 누렸다.
세 번째 '웡카'는 동화 원작이나 앞선 2편의 영화와는 배경이 조금 다르다. 기본적으로 1971년 버전을 토대로 하되, 원작 이전의 시기를 다뤘다. 일종의 프리퀄이다. 세상을 떠난 엄마에게 초콜릿 제조 비법을 물려받은 소년 웡카는 자신만의 초콜릿 가게를 열겠다는 꿈을 안고 어느 도시에 다다른다. 가지고 있던 얼마 안 되는 돈을 다 잃고 겨우 낡은 호텔에 묵게 되는데, 탐욕스러운 호텔 주인 스크러빗 부인과 초콜릿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슬러그워스 일당에게 속아 위기에 빠진다. 그러나 웡카는 호텔에서 만난 고아 소녀 누들과 동료들의 도움으로 역경을 헤쳐나간다. 초콜릿 공장을 만들기까지의 과정이다.
이야기도 흥미롭고 판타지는 더욱 강렬해졌지만 세 번째 '웡카'를 돋보이게 만드는 건 웡카를 연기한 미남 배우 티모테 샬라메의 존재감이다. 샬라메는 요즘 할리우드에서 최고 스타로 떠오르고 있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2018), '작은 아씨들'(2020), '듄'(2021) 등으로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고, 이번엔 순수하면서도 엉뚱한 마법사 소년으로 변신해 자신의 또다른 매력을 선보였다.
뮤지컬 영화이기도 한 '웡카'에서 샬라메는 숨겨뒀던 노래와 춤 실력도 보여준다. 와일더가 불렀던 '퓨어 이매지네이션'이 샬라메의 목소리를 통해 주제가처럼 감미롭게 흘러나온다. 아이돌 그룹 뺨치게 연습을 많이 했다는 후문이다.
샬라메의 웡카 캐릭터도 이전과는 사뭇 다르다. 와일더의 웡카가 '아재'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면, 뎁의 웡카는 다크하고 미스터리한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그에 반해 샬라메의 웡카는 밝고 순수하고 신선하다. 웡카보다는 찰리에 가까운 캐릭터다. '웡카'는 한국 출신의 정정훈 촬영감독이 찍었다. 정 촬영감독은 "티모테는 어느 앵글에서 얼굴을 잡아도 그때그때 다른 모습을 보여줘 '참 대단한 배우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완전히 검은 배경에서 샬라메의 얼굴 윤곽만 보이는 순간이 있는데, 가장 좋아하는 장면"이라고 말했다. 샬라메가 하는 웡카의 매력을 설명해주는 대목이다.
이번 '웡카'에는 숨어있는 배우 찾기도 재미있다. 부담스러울 만큼 조연 배우들이 초호화 캐스팅이다. 로맨틱 코미디의 원조 휴 그랜트는 움파룸파족으로 파격 변신했다. 팔다리가 짧고 머리는 초록색인 소인으로 나온 그를 처음부터 단번에 알아보는 것은 어려울 정도다. 탐욕스럽기 그지없는 호텔 여주인은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에 빛나는 올리비아 콜맨이다. 기린 소동이 벌어지는 성당의 신부는 영국 최고의 코미디 배우인 '미스터 빈'(1990)의 로완 앳킨슨이고, 샬라메의 엄마는 '셰이프 오브 워터'(2018)의 여주인공 샐리 호킨스다. 누들을 맡은 칼라 레인은 치열한 오디션 끝에 선발됐다.
지난달 말 개봉한 '웡카'는 첫날 18만 명에 가까운 관객을 모으며 박스오피스 정상에 오른 데 이어, 8일 누적 관객 100만을 돌파하며 부동의 1위자리를 지키고 있다. 북미에서는 지난해 12월 개봉과 동시에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이같은 흥행의 힘은 역시 샬라메 덕분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어린 시절의 추억과 상상을 떠올리게 하는 초콜릿이 소재라는 점도 무시할 수 없을 것 같다.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의 은박지를 뜯는 순간은 누구든 언제나 설레기 때문이다. 샬라메는 곧 한국을 방문한다. SF 화제작 '듄'의 파트2 개봉을 기념해 젠데이아 콜먼 등과 함께 21∼22일 이틀간 내한한다. 설 연휴가 지나면 아마 또 한 번 인천공항에 난리가 날 모양이다.
Copyright © ize & iz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김희진, 팬들 기대 생각하면 달라져야 한다" 14년차 프랜차이즈 스타에 69세 명장도 한숨 - 아이
- '드디어 이런 신인이!' 전국 2위 모범생에 극찬, 그런데 왜? 두산은 안절부절 못했나 - 아이즈(ize)
- 투어스로 증명한 한성수 MP의 진화한 정공법 - 아이즈(ize)
- 황의조 튀르키예 강등권팀 이적→EPL 드림 사실상 '끝'... 갈수록 꼬이는 커리어 - 아이즈(ize)
- 테일러 스위프트, 오로지 음악으로 이뤄낸 '스위프트 노믹스' - 아이즈(ize)
- "김현수 선배가 말하기를..." 나성범-노시환 입모았다, 왜 '슈퍼꼰대 베테랑'을 떠올렸나 - 아이즈
- 마동석 다음은? 강동원·송중기·김우빈, 'K-잘생김' 출격 - 아이즈(ize)
- [스포츠 에세이] 24. 2. 4. '윌리 메이스 데이'와 샌프란시스코, 그리고 이정후 - 아이즈(ize)
- 천진한 관능美의 소유자 'LTNS' 이솜에게 '소며들다' - 아이즈(ize)
- '충격적 졸전' 손흥민·이강인·황희찬 총출동→0 유효슈팅... '클린스만 리스크' 결국 터졌다 -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