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29억원 주면서 허락한 '클린스만 비상식', 정몽규 협회장이 만든 퇴보

조용운 기자 2024. 2. 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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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타르 알라이얀 아흐마드 빈 알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클린스만 감독이 참석했다. ⓒ대한축구협회
▲ 카타르 알라이얀 아흐마드 빈 알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클린스만 감독이 참석했다. ⓒ대한축구협회

[스포티비뉴스=조용운 기자] 잠시도 잔잔하지 않았다. 우려를 시작으로 지적, 개선 요구까지 팬들과 감독 사이의 대립각이 참 심했던 1년이다.

클린스만호가 최악의 결말을 맞았다. 64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을 입에 올리며 자신있게 출항했던 한국 축구대표팀은 졸전을 거듭한 끝에 4강에서 짐을 쌌다. 예년에 비해 좋은 성적, 준결승까지 올라가고도 실패로 결론 지어지는 건 비상식적인 과정을 결과로 만회화겠다고 목소리를 높여왔던 수장의 자세 때문이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은 스스로 거취 결정의 시점으로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을 꼽았다. 지난해 9월 유럽 원정을 다녀온 뒤 본인 입으로 "아시안컵이 기준점이 될 것이다. 결과가 좋지 않으면 시험대에 오를 수밖에 없다. 그게 감독의 숙명"이라며 중간 평가를 받겠다고 선언했다.

아시안컵이 다가올수록 자신감이 붙었는지 발언 수위는 높아졌다. 3개월 전,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에서 싱가포르를 만나기에 전력 분석차 싱가포르를 방문했던 클린스만 감독은 임박한 아시안컵 이야기에 "감독은 성적을 내지 못하면 책임을 져야 한다"라고 말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아시안컵 우승을 부정적인 여론을 뒤집을 카드라고 여겼다. 대표팀 운영과 관련해 이전 감독들과 달랐던 부분에 "아시안컵에서 결과를 내면 이해하고 인정하지 않을까 싶다"라고까지 했다. 결과를 과정보다 중요하게 여긴 건 다름아닌 클린스만 감독 본인이었다.

▲클린스만 감독 ⓒ대한축구협회

1년 가까이 이해 못할 운영을 모두 용인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과정을 숨겨왔다. 대표팀 감독이면 국내에 체류하며 선수 점검에 박차를 가해도 모자랄 시간에 미국과 유럽을 오갔다. 낯선 한국 선수들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기에도 바쁠 부임 초기에 정작 국내에 머문 시간이 67일에 불과할 정도였다. 선수별 하이라이트만 제공하는 스카우트 프로그램으로 K리거를 보는 걸 자신의 소임이라 여겼다. 오히려 보지 않아도 될 손흥민과 이강인, 김민재 등을 보는 데 시간을 더 할애했다.

준비 과정이 베일에 가려졌으니 알려달라는 목소리가 커졌다. 그때도 클린스만 감독은 뒤에 숨었다. 국내 언론과 대면 인터뷰가 아닌 ZOOM으로 화상 기자회견을 했다. 매달 A매치 일정에 앞서 선수 명단을 발표하며 계획을 전달하는 행사까지 취소시켰다. 선수단을 구성한 기조와 발탁 이유를 진솔하게 밝히는 자리를 백지화한 건 이례적이다.

자신의 지도관과 충돌하는 여론을 두고 클린스만 감독은 흔들기로 생각했다. 급기야 카타르 월드컵에서 일본에 패하면서 조별리그서 탈락한 독일의 예를 들며 지지 받지 못하는 대표팀의 불안요소를 알리기 바빴다. 그러면서 "아시안컵까지 긍정적인 분위기가 중요하다. 안에서 아무리 뭉쳐도 외부에서 부정 여론을 조성하면 흔들린다. 지탄은 결과가 나온 뒤 받아도 늦지 않다. 아시안컵까지는 팬, 언론 모두 긍정적이었으면 한다"라는 요지를 반복해 왔다.

▲ 클린스만 감독 ⓒ대한축구협회

이제 결과가 나왔다. 클린스만호는 그토록 중요하게 여겼던 아시안컵 성적표에서 낙제나 다름없다. 조별리그부터 준결승까지 한 번을 쉽게 간 적이 없다. 국제적인 시각으로 운영한 대표팀의 전술 색채는 현대 축구의 트렌드를 결코 따르지 않았다. 문제점도 반복했다. 조별리그부터 중원 숫자 부족에 따른 주도권 장악 실패가 번번이 드러났고, 선제 실점 비율도 높아 수비 개선 요구가 상당했다.

더불어 본인 선수 시절부터 토너먼트 경험이 많다고 자신했던 대회 운영도 시종일관 베스트 일레븐에게 과도하게 의지하면서 체력 고갈을 불렀다. 대표팀은 사우디아라비아와 16강, 호주와 8강전을 모두 120분 혈투를 펼쳤다. 그러고도 요르단과 4강전에서도 같은 라인업을 꺼냈다. 체력이 떨어져 뛰지 못하는 선수들을 보면서도 교체카드도 3장만 썼다.

어디서든 '해줘'로 일관했다. 그라운드 안에서 투지를 불태운 선수들이 후반 막바지 연달아 골을 넣어주는 걸 대표팀의 색채로 삼으려 했다. 빡빡한 경기 일정에 로테이션 여부도 "2~3일 일정으로 뛰는 게 익숙하다"는 말로 오로지 선수들이 고난을 극복해주길 바라는 안일한 접근을 시도했다.

▲ 카타르 알라이얀 아흐마드 빈 알리 스타디움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4강전 한국과 요르단 경기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 연합뉴스

클린스만 감독의 독특한 지도 방식을 몰랐던 건 아니다. 과거 독일 대표팀과 미국 대표팀, 독일 클럽들을 이끌 때부터 상당한 기행으로 논란이 컸던 지도자다. 한국에 오기 전까지 현장을 오래 벗어난 단점도 분명했다. 대한축구협회가 클린스만 감독과 접촉한다는 소문이 돌 때부터 우려를 표했다. 무능이 익히 알려진 이에게 220만 달러(약 29억 원)로 추정되는 연봉까지 보장했다.

귀를 닫은 건 대한축구협회다. 감독 선임 체계인 국가대표팀 전력강화위원회를 배제하고 최고 결정권자 정몽규 회장의 직권 남용과 다름없이 클린스만 감독을 데려왔다. 비정상적인 운영도 묵인했다. 정몽규 회장이 제어하지 못하는데 대한축구협회도 어찌할 도리가 없다는 게 중론이었다. 1년의 시간 묵인하며 같은 배를 탔다. 결과에 책임지는 건 단지 클린스만 감독 한명으로 끝나서는 안 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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