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행성 베누는 바다 행성의 조각…‘방울’ 구체엔 생명의 기원 열쇠가

곽노필 기자 2024. 2. 8.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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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지구로 가져온 소행성 베누의 암석 표본을 분석한 결과, 이 소행성은 과거 표면이 바다로 뒤덮인 바다 행성의 일부였을 수 있다는 가설이 제시됐다.

오시리스-렉스팀의 수석분석관인 애리조나대의 단테 라우레타 교수(우주생물학)는 지금까지의 분석 결과를 종합하면 베누는 태양계 초기에 엔셀라두스의 절반 크기인 바다 천체의 일부였으며, 당시 행성이 완성되기 전의 미행성체였던 이 천체가 충돌로 부서지면서 우주에 흩어진 수천개 조각 가운데 하나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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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로 가져온 암석 표본 분석 결과
생명체 탄생에 유리한 환경이었던듯
소행성 베누의 암석 표본이 담긴 용기의 내부. 미 항공우주국은 일부 잠금장치가 풀리지 않아 몇달간 고생한 끝에 올해 초 뚜껑을 여는 데 성공했다. 나사 제공

지난해 9월 지구로 가져온 소행성 베누의 암석 표본을 분석한 결과, 이 소행성은 과거 표면이 바다로 뒤덮인 바다 행성의 일부였을 수 있다는 가설이 제시됐다. 바다는 생명체 출현에 유리한 환경을 만들어준다.

이 표본은 미 항공우주국(나사)의 오시리스-렉스 탐사선이 7년간 60억㎞의 왕복 우주여행 끝에 지구로 가져온 것이다. 애초 수집 목표는 60g이었으나 우주선이 실제로 가져온 것은 목표치의 2배가 훨씬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나사는 용기 바깥에서만 70g의 표본을 수집한 데 이어, 최근 뚜껑을 열어 용기 내부 표본도 분석 작업에 들어갔다.

미국 애리조나대 과학자들은 나사로부터 베누 암석표본 200mg을 받아 지난 몇달간 엑스선 회절 분석법을 이용해 성분을 살펴본 결과, 대부분 사문암을 비롯한 점토 광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런 광물은 지구에서 맨틀 암석이 해저로 밀려올라가 물에 노출될 때 형성된다. 이 과정에서 발열 반응이 일어난다. 해저는 지구를 포함해 태양계에서 생명체가 탄생할 수 있는 가장 유력한 장소 가운데 하나다.

애리조나대 과학자들이 미 항공우주국으로부터 받은 소행성 베누의 암석 표본. 애리조나대 제공

연구진은 또 베누 표본의 검은 암석 중 일부는 옅은색의 얇은 지각으로 덮여 있으며, 그 성분은 칼슘과 마그네숨이 풍부한 인산염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인산염은 토성 위성 엔셀라두스 표면에서 뿜어져 나오는 물기둥에서도 발견된 물질이다. 엔셀라두스에는 두터운 얼음 표면층 아래에 액체 상태의 바다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오시리스-렉스팀의 수석분석관인 애리조나대의 단테 라우레타 교수(우주생물학)는 지금까지의 분석 결과를 종합하면 베누는 태양계 초기에 엔셀라두스의 절반 크기인 바다 천체의 일부였으며, 당시 행성이 완성되기 전의 미행성체였던 이 천체가 충돌로 부서지면서 우주에 흩어진 수천개 조각 가운데 하나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24일 미 항공우주국의 오시리스-렉스 우주선이 유타주 사막에 떨어뜨린 소행성 베누 암석표본 캡슐. 나사 제공

원시세포와 비슷한 구조체도 발견

과학자들은 특히 베누 암석 표본에 생명의 기원에 관한 단서가 될 수 있는 구조체가 포함돼 있는 데 주목하고 있다. 이 구조체는 마치 물 위에 뜬 기름처럼 아주 작은 방울 모양의 구체(나노글로불)다. 라우레타 교수는 이 구조체가 생명의 기원 관점에서 볼 때 원시세포와 같은 것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렇게 보는 이유로 이 물질이 세포와 같은 구획을 갖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그는 또 생명에 필수적인 단백질을 구성하는 아미노산과 관련해 매우 흥미로운 결과가 있다며 몇주 안에 공개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시리스-렉스 탐사선이 촬영한 소행성 베누. 여러 장의 사진을 합쳐 완성했다. 나사 제공

앞서 나사는 지난해 10월 주사전자현미경, 적외선 측정, 엑스선 컴퓨터 단층 촬영, 화학 원소 분석 등을 통해 베누 암석 표본에서 생명체에 필수적인 탄소와 물 분자를 확인했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탄소 함량은 4.7%였으며, 물은 점토 광물의 결정 구조 안에 갇혀 있었다.

인류가 소행성 표본을 가져온 것은 베누가 세번째다. 베누에 앞서 일본 우주선이 2010년 소행성 이토카와, 2020년 소행성 류구에서 각각 표본을 가져온 적이 있으나 양은 극히 미미했다.

팽이 모양의 베누는 지름 약 500m의 작은 탄소질 소행성으로, 435일에 한 번 태양을 공전하며 자전 주기는 4시간이다. 과학자들은 베누가 10억~20억년 전 소행성대에서 일어난 큰 충돌로 떨어져 나온 소행성으로 추정한다.

연구진은 이번 분석 결과를 다음달 텍사스에서 열리는 제55차 달 및 행성 과학 회의에서 발표할 예정이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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