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설연휴 후 총파업 강행할 듯…전공의도 집단행동 여론 우세

박정연 기자 2024. 2. 8.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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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의대 증원 반발, 의협 회장 사퇴 직후 비대위 구성
의대정원 증원 규탄하는 대한의사협회. 연합뉴스 제공

정부의 의과대학 입학정원 확대에 반발하는 의사단체가 총파업 등 집단행동에 돌입하기 위한 움직임에 속도를 내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대의원회는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고 집단행동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전공의들도 집단 행동 돌입을 시사했다. 

8일 의료계에 따르면 의협 대의원회 운영위원회는 7일 오후 8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의대 증원 저지를 위한 비대위 설치를 의결했다. 의협은 당초 설 연휴 이후 임시총회를 열 계획이었지만 이필수 의협 회장이 이번 사태에 책임을 지겠다며 사퇴한 직후 비대위 구성 시기를 앞당겼다. 이 전 회장의 공백은 이정근 의협 상근부회장이 회장 대행을 맡으면서 채워지게 됐다.

의협 대의원회는 임시총회가 끝난 직후 발표한 결의문을 통해 "한 직역의 인력을 일거에 70% 가까이 늘리겠다는 아수라 같은 발상은 현직 의사인 의협 회장의 사퇴를 불렀다"며 "들끓는 분노와 투쟁을 향한 회원의 열망을 받들어 임시총회를 통해 결의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의원총회에서 구성한 비대위에 투쟁의 전권을 부여하고 전면적이고 강력하게 대정부 투쟁에 돌입할 것을 촉구한다"며 "비대위가 투쟁을 효과적으로 이끌기 위한 수단으로 모든 투쟁 수단에 관한 결정 권한을 위임할 것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날 열린 임시총회에서 집단행동 계획이 구체화되진 않았다. 비대위 설치를 의결한 의협은 비대위 구성과 비대위원장 선출을 거친 뒤 집단행동 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다. 박성민 의협 대의원회 의장은 집단행동 계획에 대해 "비대위가 구성된 후에야 가능하므로 다음 주는 돼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공의 단체인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도 집단행동 돌입 여부를 조만간 결정할 전망이다. 박단 대전협 회장은 이날 의협 임시총회가 열리기 전 SNS를 통해 "추후 의협 입장이 어떻든 거기 따라가진 않을 것"이라며 "행동을 한다면 이번에도 주축은 전적으로 전공의와 의대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파업 등 집단행동과 관련해 "전공의들의 문제는 전공의들끼리 결정해야 하며 의대생들도 최종 결정은 학생들이 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학병원을 비롯한 상급종합병원에서 인턴, 레지던트로 근무하는 전공의들은 의사파업의 파급력에 큰 영향력을 미친다. 대형 의료기관의 의료체계가 유지되는 데 필수적인 인력이기 때문이다. 대학병원 교수나 전임의를 보조할 이들이 없으면 당장 인력 부족에 맞닥뜨리게 되면서 수술건수가 줄어들거나 환자에게 필요한 조치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하게 될 수 있다. 

대전협은 연휴 마지막날인 12일 총회를 열고 파업 여부와 향후 계획을 결정할 계획이다. 앞서 전날 '빅5' 병원인 서울아산병원과 서울대병원 전공의들은 파업 참여를 결정한 바 있다. 삼성서울병원과 세브란스병원의 전공의들도 파업에 참여해야 한다는 여론이 우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의사들의 집단행동이 가시화된 가운데 보건복지부는 불법적인 집단 휴직에 엄정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의사단체의 집단 휴진은 의료법에 저촉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의료법 59조에 따르면 의료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진료를 중단하거나, 의료기관 개설자가 집단 휴업해 환자 진료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면 복지부 장관이나 지자체장이 의료인이나 의료기관 개설자에게 업무개시명령을 할 수 있다.

실제로 복지부는 전날 의협 집행부에 '집단행동 및 집단행동 교사 금지' 명령을 내렸다. 업무개시명령을 위반한 의료인은 1년 이하 자격정지 또는 3년 이하 징역이나 3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실제 2000년 의약분업 관련 의료파업을 주도했던 의협 소속 의사들은 징역형에 집행유예를 받기도 했다. 당시 의협 수장을 맡았던 김재정 전 회장은 면허취소까지 받았다가 이후 재취득했다. 이때 의사들을 재판에 넘겨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아냈던 담당 검사는 이번에 의대 정원 확대를 주문한 윤석열 대통령이다. 

정부와 의사단체 간 갈등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의협 관계자들은 강경행동에 대한 의지를 거듭 표명했다. 의협 관계자는 "대학병원 교수, 개원의, 전공의 각 의사직역별로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이번 정부의 방침에 대해 강하게 반대하는 목소리가 우세한 것은 분명하다"고 전했다.

[박정연 기자 hes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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