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 '한반도의 화약고' 연평도에서 살아간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
김형래 기자 2024. 2. 8. 09:03
[더 스피커]
인천항에서 북서쪽으로 122km 떨어진 곳에는 연평도라는 섬이 있습니다. 지난 2010년 북한의 연평도 포격 이후 서해 북방한계선(NLL)의 상징이 돼 버린 이 작은 섬에는 황해도 출신 실향민들과 그들의 후손, 군인 가족 등 주민 2,085명이 살고 있습니다. 이번 '더스피커'는 군사적 긴장감이 고조될 때마다 늘 잊히는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지난 1월 5일 금요일 오전, 북한이 서해 5도 북쪽에서 북방한계선 일대에 포탄 2백여 발을 기습적으로 쐈습니다. 포탄은 NLL 북쪽에 떨어져 한계선을 넘지는 않았지만, 우리 군은 적대행위가 금지된 해상 완충구역에 북한 포탄이 떨어진 만큼 명백한 '도발'로 규정하고 지난 2018년 9.19 군사합의 이후 처음으로 4백여 발의 포 사격으로 맞대응했습니다. 연평도에는 또다시 주민 대피령이 내려졌습니다.
지난 2010년 11월 23일 오후, 북한은 개머리 해안포 기지에서 연평도의 우리 군 해안기지와 마을 중심부를 향해 포 사격을 가했습니다. 선전포고도 없이 갑작스레 쏟아진 포탄에 군인 2명(해병대 서정우 하사, 문광욱 일병)과 연평부대 관사 신축공사를 하던 민간인 2명 등 모두 4명이 숨지고 19명이 다쳤습니다.
연평도에 대피령이 내려진 건 지난해 5월 31일 북한의 위성 발사 이후 8개월 만입니다. 잊힐 만하면 다시 울리는 사이렌 소리. 여전히 그날의 공포가 생생한데도 제대로 된 피난 매뉴얼은 찾아보기 어렵고, 주민들은 점차 지쳐갑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인천항에서 북서쪽으로 122km 떨어진 곳에는 연평도라는 섬이 있습니다. 지난 2010년 북한의 연평도 포격 이후 서해 북방한계선(NLL)의 상징이 돼 버린 이 작은 섬에는 황해도 출신 실향민들과 그들의 후손, 군인 가족 등 주민 2,085명이 살고 있습니다. 이번 '더스피커'는 군사적 긴장감이 고조될 때마다 늘 잊히는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6년 만에 벌어진 남북 포사격
지난 1월 5일 금요일 오전, 북한이 서해 5도 북쪽에서 북방한계선 일대에 포탄 2백여 발을 기습적으로 쐈습니다. 포탄은 NLL 북쪽에 떨어져 한계선을 넘지는 않았지만, 우리 군은 적대행위가 금지된 해상 완충구역에 북한 포탄이 떨어진 만큼 명백한 '도발'로 규정하고 지난 2018년 9.19 군사합의 이후 처음으로 4백여 발의 포 사격으로 맞대응했습니다. 연평도에는 또다시 주민 대피령이 내려졌습니다.
'군부대에서 해안포 사격을 하니 대피하라'는 마을 방송에 영문도 모른 채 황급히 대피소로 달려간 주민들은 삼삼오오 모여 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뉴스 속보를 들여다보며 불안에 떨었습니다. 자동차 수리나 병원 치료 등 다양한 이유로 인천에 나갔던 사람들은 연평도와 육지를 잇는 유일한 통로인 여객선이 끊기면서 가족들 걱정에 발만 동동 굴러야 했습니다.
이날 대피령은 약 3시간 반 만에 해제됐지만, 주민들에게는 지독히도 긴 시간이었습니다. 연평도 주민 김정희 씨는 당시 상황을 이렇게 전했습니다.
"짐 챙길 시간도 없이 달려왔어요. (대피소 내부에서는 어땠나요?) 옛날에 있었던 거, 14년 전에 있었던 폭격 그 얘기들 하시는 거죠, 뭐 다들…"
14년 전의 트라우마
지난 2010년 11월 23일 오후, 북한은 개머리 해안포 기지에서 연평도의 우리 군 해안기지와 마을 중심부를 향해 포 사격을 가했습니다. 선전포고도 없이 갑작스레 쏟아진 포탄에 군인 2명(해병대 서정우 하사, 문광욱 일병)과 연평부대 관사 신축공사를 하던 민간인 2명 등 모두 4명이 숨지고 19명이 다쳤습니다.
그 후 14년이 지났지만, 연평도 주민들은 여전히 6.25 전쟁 정전 협정 이래 처음으로 민간인 거주 구역에 떨어진 포탄의 기억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그날 사실상 연평도 주민 모두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라는 상처를 입었습니다. 이들에게 계속되는 북한의 도발, 이어지는 우리 군의 대응 사격은 끔찍했던 그날의 기억을 상기시키는 방아쇠입니다. 포격 사흘 뒤 연평도 경로당에서 만난 주민은 떨리는 목소리로 작은 어선을 타고 알아서 피난해야 했던 그날을 떠올렸습니다.
노창식 / 연평도 주민
그때(지난 2010년) 우리 산으로 일 갔다 왔는데 아유 벌써 그냥 불타고 타고나니까 연기가 날 거 아니야. 마을에 돌아오니까 그렇게 된 거야. 그날 저녁에 인천으로 피난 갔다 왔죠. 어선들 타고 갔다 가서 그날 왔죠. 그러다 보니 대피소 가라고 하면 벌써 이거 뭐 저기 하는 거다 하고 벌써 겁부터 먹게 되잖아. 불안하죠, 걔들이 먼저 쏘기 때문에 그렇게 됐는데 그 생각이 자꾸 나잖아요. 괜찮다가도 자꾸 떨린다고. 그때 워낙 혼이 났으니까…
"할아버지가 아파서 못 갔어. 대피한다고 죽을 사람이 안 죽겠어?"
박영자 / 연평도 주민
그때 폭탄 터질 때 우리 다 앞뒤로 뛰었거든. 이리로 뛰는데 여기서 폭탄 터져, 뒤로 뛰었는데 뒤에서 터져… 산에 나무 심으러 갔다가 그렇게 돼서 뛰어 내려왔는데 마을에 불이 났는데 우리 집이 불이 나는 것 같더라고. 이 집에 지붕 터졌는데 저 집 이 집 때리면서 이 집도 때렸어. 그러니까 불이 같이 붙었을 거 아니야 그 기름이 터져서 내려오는데 드럼통 쫙 세워놓는데 그 파편이 터지면서 탁탁탁탁 튀면서 드럼통에 기름이 탁 흘렀잖아. 그러면 이 바람이 조금만 불었으면 이 마을이 다 없어졌어.
나 (대피소) 못 갔어, 이번에 엊그저께 쏠 때 못 갔어. 할아버지가 아파서 집에 있는 바람에 그냥 집에 있었지 뭐. 겁이 나서… 모두 사람들 보면 대피소 가라 그러는데 맞는 건 똑같아. 대피소 가서 터지나 우리 집에 있다가 터지나. 안 가, 우리 마을 사람들은. 육지에서 이제 들어온 사람들은 몰라도 우리는 이미 다 겪었기 때문에 때리려면 때려라 이러는 거지 뭐. 할 수 없어 뭐 대피한다 그래서 뭐 죽을 사람이 안 죽겠어?
그때 폭탄 터질 때 우리 다 앞뒤로 뛰었거든. 이리로 뛰는데 여기서 폭탄 터져, 뒤로 뛰었는데 뒤에서 터져… 산에 나무 심으러 갔다가 그렇게 돼서 뛰어 내려왔는데 마을에 불이 났는데 우리 집이 불이 나는 것 같더라고. 이 집에 지붕 터졌는데 저 집 이 집 때리면서 이 집도 때렸어. 그러니까 불이 같이 붙었을 거 아니야 그 기름이 터져서 내려오는데 드럼통 쫙 세워놓는데 그 파편이 터지면서 탁탁탁탁 튀면서 드럼통에 기름이 탁 흘렀잖아. 그러면 이 바람이 조금만 불었으면 이 마을이 다 없어졌어.
나 (대피소) 못 갔어, 이번에 엊그저께 쏠 때 못 갔어. 할아버지가 아파서 집에 있는 바람에 그냥 집에 있었지 뭐. 겁이 나서… 모두 사람들 보면 대피소 가라 그러는데 맞는 건 똑같아. 대피소 가서 터지나 우리 집에 있다가 터지나. 안 가, 우리 마을 사람들은. 육지에서 이제 들어온 사람들은 몰라도 우리는 이미 다 겪었기 때문에 때리려면 때려라 이러는 거지 뭐. 할 수 없어 뭐 대피한다 그래서 뭐 죽을 사람이 안 죽겠어?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김형래 기자 mrae@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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