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시장에서 구글 아성 흔들리는 건 시간문제

김지현 테크라이터 2024. 2. 8.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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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품은 MS, ‘시총 3조 클럽’ 입성하며 애플 제쳐

지난 20년간 인터넷 서비스의 정점은 검색이었다. 네이버와 구글 모두 검색 서비스를 기반으로 굴지의 빅테크로 성장했다. 지금이야 무척이나 당연한 일이 됐지만, 방대한 인터넷 공간에서 사용자가 원하는 정보를 몇 초 만에 찾아주는 검색 포털의 등장은 그야말로 혁명적 변화였다. 웹 서비스가 본격화된 2000년대 전부터 검색 서비스는 이미 인터넷의 필수 기능이자 핵심 사용자 인터페이스로 자리 잡았다. 오늘날 디지털 기기에서 온오프라인 공히 검색 기능은 필수다. 스마트폰은 물론, 개인용 컴퓨터(PC) 파일 탐색기나 이메일 서비스에서도 정교한 검색 기능을 찾아볼 수 있다.

20년 만에 등장한 구글 호적수, 초거대 AI

마이크로소프트(MS) 로고(위). 구글 로고. [MS 제공, 구글 제공]
지난해 등장한 챗GPT는 디지털 공간에서 검색의 의미와 역할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챗GPT 같은 생성형 인공지능(AI) 서비스에는 검색어 입력창 대신 프롬프트(prompt) 창이 있다. 검색이 인터넷에 존재하는 정보를 찾는 기능이라면 프롬프트는 사용자가 원하는 정보를 찾도록 AI에 '명령'하는 것에 가깝다. 기존 정보로부터 정확한 결과를 찾지 못하면 AI는 가능한 범위에서 새로운 창작까지 해준다.

구글은 20년 동안 글로벌 검색시장 점유율 90%를 지키며 이렇다 할 호적수를 만나지 못했다. 한국, 중국, 러시아 등 일부 시장에서 토종 기업에 밀렸을 뿐이다. 구글이라는 검색시장 골리앗에 따끔한 돌팔매를 한 게 마이크로소프트(MS)다. MS는 시가총액과 정보기술(IT) 시장 영향력 측면에서 구글을 훌쩍 뛰어넘는 빅테크다. 그럼에도 인터넷 서비스, 특히 검색시장에선 3% 점유율로 구글에 그야말로 명함도 못 내미는 다윗 신세였다.

그런 점에서 MS가 챗GPT 개발사 오픈AI에 130억 달러(약 17조3800억 원)를 투자한 것은 기존 인터넷 검색의 문법 자체를 바꾸려는 시도였다. MS는 생성형 AI '코파일럿(Copilot)'을 중심으로 자사 디지털 서비스를 통합하고 있다. 코파일럿은 말 그대로 디지털 공간에서 사용자를 돕는 '부조종사'다. MS 서비스 사용자의 궁금증에 단순히 답하는 것을 넘어 적절한 솔루션을 제시하는 AI 기능이다. 자사 검색 서비스 빙(Bing)을 비롯해 MS 오피스 시리즈에 AI를 접목한 MS의 행보는 이미 시장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미국 뉴욕 증시에서 MS 시가총액은 1월 25일(현지 시간) 종가 기준 3조 달러(약 4000조 원)를 돌파했다. 지난해 세계 첫 '시총 3조 클럽'에 입성한 애플에 이은 두 번째 기록이다. 같은 날 MS 시총은 애플을 제치고 세계 1위를 기록했다.

스타트업 업계에서도 제2 구글을 꿈꾸며 혁신적인 검색 서비스가 나올 조짐이 보인다. 대표 주자가 대화형 AI 검색 업체 '퍼플렉시티 AI'다. 2022년 8월 출시된 퍼플렉시티 AI는 월간 사용자 1000만 명을 확보한 데 이어,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와 엔비디아, 스포티파이 창업자들로부터 투자받으며 이목을 끌었다. 퍼플렉시티 AI 서비스의 첫 페이지에는 '지식이 시작되는 곳'이라는 제목과 함께 커다란 프롬프트 창이 있다. 이 창에 한글을 비롯한 35개 언어로 원하는 정보를 요청하면 그에 맞는 결과가 나온다. 퍼플렉시티 AI의 장점은 세밀한 부가 기능이다. △어떻게 정보를 찾았는지 상세히 설명해주고 △여기서 참고한 인터넷 레퍼런스를 명기하며 △최종 결과와 함께 참고하면 유용한 자료도 알려준다. 시장에서 호평받자 퍼플렉시티 AI는 유료 버전 '퍼플렉시티 프로'를 월 20달러(약 2만6630원) 가격에 출시했다. 무료 버전보다 답변 정확성이 높고, 자체 초거대 언어 모델(LLM)은 물론 오픈AI의 GPT-4, 앤스로픽의 클로드2를 선택해 활용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프롬프트가 검색어 대체할까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최고경영자(CEO)가 지난해 7월 19일(현지 시간) ‘MS 인스파이어 2023 콘퍼런스’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MS 제공]
그렇다면 가까운 미래에 검색어 입력창은 자취를 감추고 프롬프트 창이 그 자리를 꿰찰까. 또한 인터넷 시장의 대세가 검색에서 상담과 질문으로 바뀔까. 여기서 변수는 소비자의 선택이다. 정보기술(IT) 시장에서 소비자의 '사용자 경험'은 테크 기업의 의도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제아무리 프롬프트 명령이 포털 검색에 비해 풍부한 자료를 효과적으로 정리해준다 해도 20년 넘게 익숙해진 사용자 경험은 넘어야 할 산이다. 기존 포털은 사용자가 찾고 싶은 내용을 단어 1개, 혹은 짧은 단어 조합으로 입력하면 검색 결과가 웹 페이지에 바로 뜬다. 이와 달리 궁금한 점을 여러 단어로 구성된 문장으로 입력해야 하는 AI 플랫폼은 번거롭다. MS 빙이 챗GPT를 탑재했음에도 지난해 10월 검색시장 점유율(3.1%)이 1년 전(3.59%)보다 도리어 떨어진 것은 사용자 경험의 높은 벽을 실감케 한다.

물론 IT 전문가 사이에선 "생성형 AI를 통한 정보 습득이 품질은 물론, 편의성 측면에서도 포털을 금방 뛰어넘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AI 플랫폼에 유리한 점은 스마트 스피커 같은 디지털 장치가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는 것이다. 스마트폰이나 PC 자판을 두드릴 필요 없이 스마트 스피커로 정보 입출력이 가능해진다면 포털의 강점인 간편한 검색은 빛을 잃을 것이다. 정보 검색시장에서 구글 아성이 흔들리는 것은 말 그대로 시간문제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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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현 테크라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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