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때문에 당한 망신 … 오스트리아 빈 상류사회 가식·허영 풍자[이 남자의 클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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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날 결코 빠질 수 없는 것이 있으니 바로 '술'이다.
팔케는 술에 잔뜩 취해 그만 거리에서 잠이 들고 말았는데 동행했던 아이젠슈타인이 자신을 그냥 거리에 내버려둔 채 얌체같이 혼자 귀가해 버린 것.
이때 팔케가 등장해 이 모든 일이 자신이 꾸민 복수극이었다고 설명하자, 일동은 모든 일이 술 때문에 생긴 해프닝이었다며 서로 용서하고 화해의 합창과 함께 막을 내린다.
또 모든 것이 술 때문에 생긴 일이라며 용서하고 화해하는 극의 마지막 장면에도 같은 멜로디의 합창이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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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무도회 배경 유쾌한 복수극
왈츠·폴카 등 경쾌한 음악 흐르고
오페라와 달리 오락적 요소 풍부
술로 인한 해프닝 용서로 마무리
명절날 결코 빠질 수 없는 것이 있으니 바로 ‘술’이다. 적당한 음주는 흥을 돋워 모두를 화목하게 하지만, 자칫 지나치면 망신살을 뻗치게 하기도 한다. 클래식 음악 중엔 술 때문에 벌어지는 해프닝을 담아낸 작품도 있다. 바로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오페레타(Operetta) ‘박쥐’다. 유럽에서는 크리스마스와 부활절을 최고의 명절로 치고 새해 첫날을 그다음 가는 명절로 여긴다. 그리고 새해의 하루 전인 12월 31일을 ‘질베스터’(Silvester)라고 하는데 이날은 샴페인을 터뜨리며 흥건한 파티를 벌이는 것이 전통이다.
오스트리아 빈은 12월 31일과 1월 1일 양일에 걸쳐 오페레타를 보는 전통이 있다. 이때 보는 게 바로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오페레타 ‘박쥐’다.
오페레타는 작은 오페라, 경가극이라고도 하는데, 대사를 포함해 작품 전체가 음악으로 작곡된 오페라와 달리 오락적인 요소가 풍부하다. 연극처럼 대사가 등장할 뿐만 아니라 실제 희극인이 등장해 감초 같은 연기를 펼치기도 한다. 오페레타 ‘박쥐’는 빈 상류사회의 가식과 허영을 풍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가장무도회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익살 가득한 이야기와 왈츠와 폴카 등의 경쾌한 음악이 어우러진 걸작이다.
제목이 ‘박쥐’인 데는 이유가 있다. 극 중 인물인 팔케는 친구 아이젠슈타인과 함께 몇 년 전 가장무도회에 놀러 간 일이 있다. 팔케는 술에 잔뜩 취해 그만 거리에서 잠이 들고 말았는데 동행했던 아이젠슈타인이 자신을 그냥 거리에 내버려둔 채 얌체같이 혼자 귀가해 버린 것. 결국 아침이 돼서야 길거리 한복판에서 잠에서 깨어난 팔케는 출근길 행인들의 조롱을 받으며 망신살이 뻗쳤다. 왜냐하면 팔케는 그 전날 무도회를 위해 박쥐 분장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오페레타 ‘박쥐’의 이야기는 팔케가 꾸민 이날에 대한 유쾌한 복수극이다. 극 중 주인공 아이젠슈타인은 시비에 휘말려 폭력을 휘두른 죄로 8일간 구류 처분을 받게 된다. 이때 팔케가 등장해 오늘 밤 무도회가 열리니 오늘은 신나게 놀고 내일 감옥에 들어가도 늦지 않다며 아이젠슈타인을 꼬드긴다. 아이젠슈타인이 무도회장으로 향하자 부인인 로잘린데는 집으로 옛 연인인 알프레드를 끌어들인다. 이때 형무소장 프랑크가 아이젠슈타인을 연행하기 위해 집으로 들이닥치는데, 알프레드를 아이젠슈타인으로 오해해 형무소로 끌고 간다. 애인이 감옥으로 끌려갔지만 로잘린데는 아랑곳하지 않고 역시 무도회장으로 향한다.
장소는 무도회장. 호시탐탐 상대를 물색하던 아이젠슈타인은 자신의 부인인지도 못 알아보고 한 귀족 차림의 여성을 유혹한다. 하지만 로잘린데는 남편임을 알아챘고 남편의 파렴치한 외도의 증거를 잡기 위해 거짓 연기로 남편의 회중시계를 손에 넣는 데 성공한다. 밤새 파티가 벌어지고 아침이 되자 아이젠슈타인은 구류를 살기 위해 자진해 형무소로 들어간다. 같은 시각 로잘린데는 애인 알프레드를 면회하기 위해 형무소를 찾았고, 아이젠슈타인은 부인의 외도 사실을 알아버린다. 남편이 부인을 비난하자 이에 질세라 로잘린데는 회중시계를 꺼내 보이며 남편의 바람 행각을 비난한다. 이때 팔케가 등장해 이 모든 일이 자신이 꾸민 복수극이었다고 설명하자, 일동은 모든 일이 술 때문에 생긴 해프닝이었다며 서로 용서하고 화해의 합창과 함께 막을 내린다.
안우성 ‘남자의 클래식’ 저자
■ 오늘의 추천곡 샴페인의 노래 (Im Feuerstrom der Reben)
오페레타 ‘박쥐’ 백미는 2막에 등장하는 ‘샴페인의 노래’다. ‘포도의 불타는 맛 속에’라는 가사로 시작되는 샴페인을 찬양하는 노래는 이후 샴페인 때문에 벌어질 해프닝을 예고한다. 또 모든 것이 술 때문에 생긴 일이라며 용서하고 화해하는 극의 마지막 장면에도 같은 멜로디의 합창이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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