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 필요한 소방관 ‘정신건강’…절반은 “출동소리 괴로워” 트라우마

심희진 기자(edge@mk.co.kr) 2024. 2. 8.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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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소방재난본부 소속 소방관 1000여명 중 절반가량이 출동 벨소리에 트라우마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르면 업무로 인해 트라우마를 경험한 소방관은 477명(45%)에 달했다.

소방조직 내 트라우마 관련 프로그램이 부족하다고 느낀 소방관은 682명(65%), 트라우마가 있어도 이를 치료해본 경험이 한번도 없는 소방관은 354명(33%)으로 각각 집계됐다.

또 883명(84%)은 소방관을 대상으로 한 트라우마 치료 개입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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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속출로 순직 늘어난 탓
“심리치료에 신경써야” 지적
故 김수광 소방장과 故 박수훈 소방교의 영결식이 열린 3일 오전 영결식에 앞서 고인들의 직장인 경북 문경소방서에서 운구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2024.2.3 [사진=연합뉴스]
서울소방재난본부 소속 소방관 1000여명 중 절반가량이 출동 벨소리에 트라우마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잇단 화재 사고로 소방관들이 순직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만큼 소방관의 심리 치료와 정신 건강 관리에 각별히 신경써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화상전문병원인 한림대한강성심병원과 한림화상재단은 지난해 서울소방재난본부 소속 소방관 1057명을 대상으로 트라우마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에 대해 조사했다고 7일 밝혔다. 이에 따르면 업무로 인해 트라우마를 경험한 소방관은 477명(45%)에 달했다. 이들은 PTSD와 관련된 키워드로 심폐소생술(CPR), 출동 벨소리, 사고, 기억, 현장, 출근, 부상 등을 꼽았다. 소방조직 내 트라우마 관련 프로그램이 부족하다고 느낀 소방관은 682명(65%), 트라우마가 있어도 이를 치료해본 경험이 한번도 없는 소방관은 354명(33%)으로 각각 집계됐다. 또 883명(84%)은 소방관을 대상으로 한 트라우마 치료 개입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번 조사를 바탕으로 한강성심병원과 한림화상재단은 소방관의 심리정서를 지원하기 위해 트라우마 전문 치료 프로그램인 ‘소방관 트라우마 119 아카데미’를 만들었다. 현재 서울 소재 소방관 18명을 대상으로 무료 치료를 진행하고 있다. 아카데미 수료자인 소방관 강모씨는 “트라우마가 생길 수 있는 상황을 마주했을 때 어떻게 마음을 조절하고 지킬 수 있는지 배울 수 있던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수료자 소방관 신모씨는 “소방관만의 고유 특성에 맞춘 전문 치료 프로그램이 생겨서 감사할 따름”이라며 “도움이 필요한데도 프로그램의 존재를 몰라 주춤하는 동료들이 많이 알게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1일 경북 문경시 신기동의 한 공장 화재 현장에서 소방관들이 잿더미로 변한 공장을 바라보고 있다. 이곳에서 구조작업을 하던 소방 구조대원 2명이 순직했다. 2024.2.1 [사진=연합뉴스]
소방관들의 사고와 순직은 매년 거듭되고 있다. 지난달 31일 오후 경북 문경시 신기산업단지 육가공공장 화재 현장에서는 김수광(27) 소방장과 박수훈(35) 소방교가 ‘건물 안에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는 민간인의 말을 듣고 뛰어들었다가 갑자기 번진 화마를 피하지 못해 순직했다.

지난해 3월 전북 김제의 주택화재 현장에서 새내기 소방관이 순직한데 이어 12월엔 제주 화재 현장에서 붕괴된 콘크리트 잔해에 머리를 맞은 20대 소방관이 세상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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