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황금 세대로 '역대급' 졸전...클린스만과 한국의 잘못된 만남[아시안컵 결산②]
[OSEN=알라이얀(카타르), 고성환 기자] 역대급 멤버로 만들어낸 결과는 역대급 졸전이었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과 한국의 만남은 분명 잘못된 만남이었다.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7일 0시(이하 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이얀 아흐마드 빈 알리 스타디움에서 요르단과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4강전에서 0-2로 패하며 탈락했다.
이로써 클린스만호는 결승 문턱에서 좌절하며 64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이 좌절됐다. 클린스만 감독은 지난해 3월 부임부터 목표는 아시아 정상이라고 공언했으나 꿈을 이루는 데 실패했다. 숙소를 결승까지 예약하라던 자신감 넘치는 선언은 공허한 외침일 뿐이었다.
한국은 대회 전부터 일본과 함께 강력한 우승 후보로 평가받았다. 클린스만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이후로 경기력은 언제나 불안했지만, 선수 구성만 보면 역대급 '황금 세대'였기 때문.
유럽파만 해도 주장 손흥민(토트넘)을 필두로 황희찬(울버햄튼),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황인범(츠르베나 즈베즈다), 이재성(마인츠), 홍현석(헨트), 조규성(미트윌란), 오현규(셀틱), 정우영(슈투트가르트) 등 두 자릿수다. 게다가 대다수가 소속팀에서 핵심 자원으로 활약 중이다.
자연스레 64년 묵은 한(恨)을 풀 적기처럼 보였다. 축구 통계 매체 '옵타'도 일본의 우승 확률을 24.6%, 한국의 우승 확률을 14.3%로 계산하며 우승 후보 1, 2순위로 꼽았다. 카타르 현지에서 만난 외신 기자들도 손흥민과 김민재, 이강인 등의 이름을 언급하며 한국의 선전을 예상했다.
하지만 클린스만호가 보여준 모습은 다른 의미로 역대급이었다. 한국은 대회 내내 기본적인 선수들 대형 유지조차 이뤄지지 않았고, 모래알 조직력으로 휘청였다. 수비는 김민재에게 맡기고, 공격 작업은 손흥민·이강인에게 맡기는 '해줘 축구'의 표본이었다.
조별리그부터 쉽지 않았다. 한국은 바레인과 1차전에서 고전하다가 이강인의 왼발 두 방으로 승리를 따냈고, 요르단전에선 전반에만 2골을 내주면서 겨우 비겼다. 심지어 말레이시아를 상대로도 끌려가다가 3-3 무승부를 거뒀다. 세 팀의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은 각각 86위, 87위, 130위로 한국(23위)과 수십 계단, 100계단이 넘게 차이 났다.
'월드클래스' 김민재가 있는 수비진으로 조별리그 6실점. 이는 한국의 역대 최다 실점 기록이다. 뼈대 없는 수비가 토너먼트 무대에 들어선다고 갑자기 개선될 리 없었다. 한국은 '깜짝 스리백'을 가동하기도 했지만, 토너먼트에서도 매 경기 실점하며 단 한 번의 클린시트도 없이 대회를 마쳤다.
팀 전체가 실수투성이였던 만큼, 수비수들에게만 책임을 물을 수도 없다. 최소한의 약속도 전술도 없었던 클린스만호는 그저 서로에게 폭탄을 돌리고 있을 뿐이었다. 여기에 연이은 120분 혈투로 체력까지 방전되니 실수가 안 나오는 게 이상할 지경이었다.
그럼에도 선수들은 경기장 위에서 최선을 다했고, 기적 같은 플레이로 팀을 벼랑 끝에서 건져냈다. 하지만 기적이 계속될 순 없는 법. 개인의 압도적인 활약이 나오지 않자 클린스만호는 그대로 침몰했다.
요르단전은 그야말로 오래도록 기억될 최악의 졸전이자 참사였다. 한국은 이미 만나봤던 요르단 공격수들을 전혀 제어하지 못했고, 전반에만 슈팅 12개를 얻어맞았다.
결국 한국은 실수로 자멸하며 무기력하게 무릎 꿇었다. 공격에서도 유효 슈팅을 단 하나도 만들어내지 못했다. 한국은 역사상 처음으로 요르단에 패하며 상대 전적 3승 3무 1패가 됐다. 마라톤을 1위로 통과하고 싶다던 클린스만 감독은 피니시 라인까지 가지도 못했다.
이번 대회는 베테랑 김태환, 김승규, 김영권 등은 물론이고 '92라인' 손흥민과 김진수, 이재성 등에게도 마지막일 가능성이 컸기에 더욱 간절했다. 하지만 황금 세대의 아시아 제패 도전기는 제대로 힘도 보여주지 못한 채 허망하게 막을 내렸다. 클린스만 감독과 한국은 만나지 말아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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