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컴 투 말라마 하와이
말라마 하와이, 어쩌면 앞으로 나의 여행이 달라질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About Mālama & Pono
말라마 하와이? 포노?
하와이어로 말라마(Mālama)는 '돌보다'라는 뜻이다. 하와이 원주민들은 '아이나(땅)'를 돌보는 것이 하나의 문화였다. 하와이가 이토록 평화로운 것은 오랫동안 사람과 땅 사이에 애착 관계가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말라마 하와이는 하와이가 품고 있는 진정한 아름다움과 가치를 존중하며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과 공존하는 여행이다. 이를테면 현지 호스트의 환영에 감사함을 느끼는 것도 말라마의 일종이다. 말라마를 실천하는 숙소를 예약하고 지역 행사나 축제, 체험 활동에 참여하는 것도 방법이다. 어쩌면 '말라마'는 가이드북이나 완전한 계획 속에 있는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 현지 사람들은 하와이를 여러 번 방문하고 더 깊은 곳을 여행하며 '지속 가능'에 대한 방법을 찾아가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말라마라고 여긴다.
그렇다면 포노는 무엇일까. 포노(pono)는 '의(義)'로 해석할 수 있지만, 그보다 더 복합적 의미를 지닌다. 알로하처럼 하나의 의미로 정의하기 어렵다. 하와이 사전의 영어 번역에 따르면 선함, 도덕, 형평성, 의무, 정확, 적절함, 의로움을 포함하여 무려 80여 개의 뜻을 지니고 있단다. 포노의 개념에서 '의'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균형과 조화다. 포노는 자신과 타인 그리고 삶이 옳은 방향으로 균형과 조화를 이루는 상태를 말한다. 포노는 하와이안들이 어릴 때부터 배우고 익히는 지침 중 하나다. 마할로(감사), 쿨레아나(책임)처럼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열망이기 때문이다. 결국 하와이의 모든 것은 관심과 소통으로부터 시작된다. 그래서 하와이가 그리도 평화로운가 보다.
●휴양=하와이
하와이 오아후섬 호놀룰루에 있는 다니엘 K. 이노우에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한국을 떠난 지 8시간 만이다. 길면 길고, 짧으면 짧은 거리. 그런데 시차가 좀 복잡하다. 하와이가 한국보다 19시간 늦단다. 다니엘 K. 이노우에 국제공항은 하와이안항공의 허브공항이다. 원래 이름은 호놀룰루 국제공항이었으나 하와이주 초대 연방 상원의원인 일본계 미국인 다니엘 이노우에 의원의 이름을 따서 2017년, 개명 후 사용 중이란다. 입국심사는 의외로 간단했다. 목적, 숙소, 일행, 반입금지 품목의 휴대 여부를 묻고는 곧장 통과. 이곳에서 나의 목적지인 하와이 아일랜드로 가기 위해서는 주내선 비행기를 한 번 더 타야 한다.
하와이 아일랜드 코나공항에 도착했다. 공식명칭은 '엘리슨 오니즈카 코나 국제공항(KOA)'. 아열대 특유의 개방식 터미널을 자랑한다. 수하물을 찾는데 하와이의 하늘과 바람이 오롯이 느껴진다. 괜히 마음이 들뜨는 게 정말 내가 하와이에 왔나 보다.
하와이 제도에는 137개의 섬이 있다. 하와이 아일랜드는 그중에 가장 큰 섬으로 면적이 제주도의 5.6배 정도다. 이곳 사람들은 이곳을 '빅아일랜드'라는 애칭으로 부른다. 섬의 중앙부에는 4,000m 이상의 거대 화산인 마우나케아와 마우나로아가 솟아 있다. 하와이 아일랜드에서는 이로 인한 양산 효과 때문에 열대에서 툰드라까지 다양한 기후가 존재한다. 참고로 양산 효과는 화산 폭발로 인해 상공으로 올라간 화산재가 햇빛을 차단해 평균 기온이 내려가는 현상을 뜻한다. 특히 코나 지역은 하와이 서부의 해안을 따라 100km나 이어진다. 일 년 내내 날씨가 화창하고 바다가 온화해서 낚시, 스노클링, 보팅, 요팅 등을 맘껏 즐길 수 있는 해양스포츠의 천국이다. 해변을 끼고 늘어선 대형 리조트는 두말할 것 없다. 휴양은 하와이, 괜히 나온 명제가 아니다.
코나의 북서쪽 해안에 위치한 더 웨스틴 하푸나비치 리조트(The Westin Hāpuna Beach Resort)에 여장을 풀었다. 오랜 비행으로 몸은 피곤했지만, 결코 쉴 수 없었던 것은 해변으로 쏟아지는 황금빛 노을 때문이다. 해변으로 나가 바다에 몰두했다. 몸을 반쯤 물에 담근 채 아이를 번쩍 안아 올린 부부, 모래톱에 나란히 앉은 연인. 이미 여행은 시작됐지만, 비로소 여행이 내게로 왔다. 하와이의 황홀한 바다를 담은 객실에는 생수 대신 텀블러 2개가 놓여 있었다. 복도에 설치된 정수기에서 물을 받아 사용해야 한다는 것. 말라마 하와이(Mālama Hawai'i)는 거창하지 않다. 작은 것에 귀를 기울이며, 그것을 실천하는 것이 말라마 하와이의 시작이다.
●하와이에서, 아무렴
가는 날이 장날이라 했던가. 궂은 날이 드물다는 코나에 비바람이 몰아친다. 계획됐던 마우나케아 선셋 & 스타게이징 투어가 취소됐다. 폭설로 높은 구간의 진입로가 폐쇄됐기 때문이다. 하와이 최고봉(4,207m)에서 즐기는 노을과 세계에서 가장 큰 망원경으로 별을 볼 기회를 놓쳤다. 아무렴 어떤가. 나는 여전히 바다가 있는 하와이를 여행 중인 것을.
칼로코-호노코하우 국립역사공원(Kaloko-Honokōhau National Historical Park)으로 향했다. 바다에서 헤엄치는 바다거북을 봤다. 화창한 날이었다면 일광욕하는 완벽한 자태를 담을 수 있었겠지만, 해안 가까이 다가와 어렴풋한 모습을 보여 준 것만으로도 감지덕지다. 거북이의 유영을 뒤로하고 코나 씨솔트(Kona Sea Salt)와 해마 농장 오션 라이더(Ocean Rider, Inc)를 방문했다. 말라마 하와이를 진심으로 실천하는 곳들이다.
코나 씨솔트는 해양쓰레기 수거 프로젝트에 수익금의 1%를 기부하고, 오션 라이더는 해마 하와이 재단에 기부할 수 있는 옵션을 제공한다. 친환경으로 소금을 생산하고 해마를 키워 내는 두 곳의 농장을 방문하면서 차라리 마우나케아 투어가 취소된 건 행운이라 생각하기로 했다. 여행은 생각하는 것에 달렸다. 말라마 하와이는 실천하는 것에 달렸고.
오늘은 코나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들다는 비 오는 날이 아닌가. 기념을 아니 하지 않을 수가 없다. 하버하우스(Harbor House Restaurant)에서 콜드 스쿠너(큰 맥주잔 사이즈)로 제공되는 버드라이트(bud light)를 주문했다. 거기에 베이컨 치즈버거는 최고의 조합이다. 맥주를 마셔서 그런지, 하와이라 그런지. 어쨌든 기분이 완전 최고조다. 저녁 무렵, 퀸즈 마켓플레이스(Queens' Marketplace)에서 쇼핑을 마치고 나올 때 서서히 비가 그쳤다. 하늘에 무지개가 솟았다. 비가 내렸기 때문에 볼 수 있는 풍경이다. 무슨 일이 벌어지든 아무렴 어떤가, 여행은 무슨 일을 경험하러 가는 것이다.
●UCC Hawaii Kona Coffee Estate
세계 3대 커피를 얻는 방법,
UCC 하와이 코나 커피 에스테이트
코나 커피가 세계 3대 커피로 꼽히는 데는 이유가 있다. 질산염, 인산염, 철, 망간성분이 풍부한 화산 토양이 식물성장을 촉진하는 데다. 오전에는 맑은 하늘이 일조량을 올려 주는 반면 오후에는 두꺼운 뭉게구름이 태양의 과도한 열기를 막고 충분한 그늘을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또한, 경사면의 탁월한 배수도 큰 장점이다. 이렇게 생산된 커피콩은 수작업으로 수확되며 하와이주 농무부의 기준을 따라 좋은 원두로 인정받게 된다. 코나 커피 벨트(Kona Coffee Belt)는 후알랄라이(Hualālai)의 산기슭을 타고 3~5km 폭으로 무려 45km나 이어진다.
UCC 하와이 코나 커피 에스테이트는 코나타운과 호늘스 비치(Honl's Beach)가 훤하게 내려다보이는 후알랄라이의 커피벨트에 자리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코나 커피 로스팅 과정을 체험할 수 있다. 참가자는 로스팅 시간에 변화를 주며 선호하는 맛에 따라 원두를 추출해 낸다. 그리고 완성된 원두는 자신의 사진이 찍힌 파우치에 넣어 가져가게 된다. 어설픈 체험 활동에서 얻어진 원두는 이래 봬도 100% 코나 커피다.
●Diamond Head(Lēʻahi) Summit Trail
환상의 뷰, 다이아몬드 트레일
하와이 아일랜드에서의 여정을 마치고 오아후로 돌아왔다. 오아후는 대략 110만여 명의 주민이 거주하는 섬으로 크기는 제주도보다 조금 작다. 하와이제도에서 가장 많은 인구수를 자랑한다. 섬의 서쪽과 동쪽에는 와이나아 산맥과 코올라우 산맥이 나란히 놓여 있다. 두 산맥의 등을 타고 마치 가시처럼 뻗어 난 수백 개의 능선은 계곡과 골짜기로 이어져 마치 원시림과 같은 초자연의 깊은 산세를 이룬다.
오아후에서 가장 먼저 찾아간 곳은 와이키키 해안의 동쪽에 자리하고 있는 다이아몬드헤드(Lē'ahi)다. 이곳은 코올라우 화산의 일부로 30만년 전 화산 폭발로 형성된 지형이다. 분화구의 넓이는 근 1.4km2에 달한다.
공원 입구에서 해발 232m의 다이아몬드헤드까지의 왕복 2.6km는 오아후에서 가장 사랑받는 트레일로 꼽힌다. 1908년 설치된 오아후 해안 방어 시스템의 군사적 역사를 타고 화산지형의 가장자리를 오르는 흔치 않은 하이킹의 경험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19세기에 이곳을 찾아온 영국 선원들은 바다에서 봉우리의 반짝이는 방해석 결정체를 보고 다이아몬드라고 생각했단다. 다이아몬드헤드라고 이름이 붙여진 이유다. 전망대에 서면 와이키키해변과 호놀룰루의 도시 경관, 태평양, 코올라우 산맥 그리고 코코헤드 분화구까지 이어지는 파노라마 전망이 일품이다. 일단 정상에 선 사람들은 쉽게 내려가지 않는다. 순서를 기다려 기념사진을 찍고 경치에 취해 마냥 바라보고 서 있게 된다. 1시간이면 족할 트레일이 2~3시간이나 걸리는 까닭이다.
●Waikiki Beach
자타공인 월드클래스, 와이키키 해변
아웃리거 와이키키 비치콤버 호텔은 와이키키의 메인 스트리트이자 하와이의 마지막 왕의 이름을 딴 '칼라카우아 애비뉴(Kalākaua Avenue)'에 자리한다. 현지 예술가들이 큐레이팅한 하와이 최초이자 유일한 공예 호텔은 와이키키의 모든 문화를 누릴 수 있는 입지적 특권을 가지고 있다.
다이아몬드 트레일을 마치고 호텔로 들어와 테라스 커튼을 열었다. 그런데 건너편 빌딩 너머의 하늘이 자줏빛으로 물들어 가는 것이 아닌가. 그곳은 분명 와이키키 해변이었다. 카메라를 들고 호텔을 나서 로얄 하와이안 센터를 가로질러 목적지로 향했다.
말로만 듣던 와이키키 해변이다. 보라색으로 물든 노을은 깊고 진했으며 해변을 찾은 사람들의 얼굴은 그들이 가진 행복만큼이나 붉고 화사했다. 와이키키 해변은 400만명 이상이 방문하는 자타공인 세계적인 해변이다. 길이 3km에 이르는 해변은 포트 드루시 비치, 와이키키 비치, 쿠히오 비치, 퀸즈 서프 비치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해변의 절반은 서퍼들을 위한 구역이다. 하와이에서 파도를 가르는 삶이라니, 낭만적이다.
●Beer Lover's Tour
예술과 음주 사이, 맥주 자전거 투어
카카아코(Kaka'ako)는 호놀룰루에서 진보의 근원지로 부르는 지역이다. 한때 중소기업들의 창고가 가득했던 이곳은 건물의 외벽을 덮은 창의적인 그래피티로 인해 스트리트 갤러리로 변신했다. 저녁을 거른 채 카카아코로 이동했다. 여행자들의 환호를 한 몸에 받는다는 맥주 자전거 투어에 참여하기 위함이었다.
'맥주 자전거 투어'는 15인승 자전거에 탑승해 브루어리 3곳에 정차 후 맥주를 마시는 투어 프로그램이다. 총 진행시간은 2시간 30분, 브루어리마다 주어지는 시간은 40분 남짓으로 정말 맛있는 맥주를 집중해서 2~3잔 음미하기 적당하다. 참가자들은 이동하며 화려한 색상과 예술적 재능으로 가득 찬 거리에 점차 동화된다. 볼륨을 높이고 몸을 흔들며 여행지에서의 자유를 만끽하는 순간이다. 특히 투어를 진행하는 가이드의 음악 선곡은 그야말로 취향 저격이었다. 명예 한국인으로 임명했다.
●Waimea valley
와이메아 밸리에서 마주친 알라에울라
와이메아 밸리(Waimea valley)는 오아후 북쪽에 있는 고대 하와이의 생활 터전이자 천연 식물원이다. 이곳의 트레일은 와이메아 폭포까지 이어지는 왕복 3km의 구간이다. 와이메아 밸리는 자연과 하와이 전통문화에 대한 보전과 존중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곳이다. 하이커들은 코스 내에서 고대 하와이의 유적지를 관찰하고 그들의 놀이를 체험한다. 52개의 테마로 구성된 정원에서 하와이 토착 식물과 5,000종이 넘는 열대 및 아열대 식물을 만나기도 한다.
와이메아는 붉은 물을 의미한다. 고대 하와이인들은 와이메아 폭포에 치유력이 있다고 믿었다. 그 때문에 목적지에 도달한 하이커들은 폭포에 몸을 담그고 수영을 즐긴다. 알라에울라('Alae 'ula)는 멸종위기종으로 등재된 하와이 고유조류다. 하와이 전설에 따르면 알라에울라는 신들에게서 불을 받아 인간에게 전해 주는 전령의 역할을 했단다. 그래서 이 신비한 물새는 붉은 이마를 가지게 됐다. 하와이 전역에 500마리, 와이메아에는 약 15마리가 서식하고 있다는 알라에울라를 우연히 발견했다. 하이킹이 끝나는 막바지 스폿인 연못에서 벌어진 일이다. 이런 행운은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 2024년, 좋은 일이 있을 것만 같다.
▶Hawaiian Airlines
하와이를 닮은 하와이안 항공
하와이안항공은 처음이었다. 로고에 자유로움이 느껴져 좋다. 꽃과 일출을 모티브로 했단다. 승무원과 기내 분위기가 참 편안하다. 여행의 낯선 긴장감을 누그러뜨릴 만한 편안한 미소를 연신 지어 보낸다.
기내식을 먹고 난 후 기다렸던 어메니티 키트가 도착했다. 플라스틱을 재활용해 제작한 회색 파우치에는 핸드 & 보디로션, 립밤, 칫솔, 치약, 볼펜, 티슈, 귀마개, 이어폰, 안대가 담겨 있었다. 모든 제품은 하와이 로컬 브랜드인, 노호 홈(Noho Home) 디자인이다. 여기서 노호(Noho)는 '존재하다, 거주하다, 출신'이라는 뜻이다. 하와이의 역사 및 문화적 감성을 전달하고 지속 가능한 여행을 응원하겠다는 항공사의 의지와 브랜드 정신이 녹아 있다.
하와이안항공은 하와이의 자연, 자원, 문화를 보호하기 위한 전략과 계획을 세우고 또 실천하고 있다. 기내에서의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량을 2025년까지 50%, 2029년까지 100% 감축할 계획이며 항공기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 감축 활동도 이어 나가고 있다. 산불 참사로 여행객의 발길이 급감한 마우이섬 라하이나(Lahaina)의 지역사회 회복을 위해 다각적인 구호 활동과 '트래블 포노(Travel Pono)' 캠페인도 전개 중이다.
글·사진 김민수 에디터 강화송 기자 취재협조 하와이관광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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