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티팜, '에이즈 치료제' 해외서 주목받는 이유

김윤화 2024. 2. 8. 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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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P0404' 미국 임상 2a상 진행
'주목해야 할 에이즈 신약' 뽑혀

동아쏘시오홀딩스그룹의 자회사 에스티팜이 개발 중인 에이즈(AIDS, 후천성면역결핍증) 치료제가 주목받고 있다. 인간면역결핍 바이러스(HIV)의 재활성을 차단하는 원리의 '퍼스트인클래스(계열 내 최초)' 신약으로 기존 치료제보다 약효가 세고 내성 환자에게 효과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어서다.

에스티팜은 현재 미국에서 에이즈 치료제로 개발 중인 'STP0404(성분명 피르미테그라비르)'의 임상 2a상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HIV-1(1형 에이즈)에 감염됐으나 항바이러스 치료를 받은 경험이 없는 성인 환자 36명을 대상으로 STP0404의 안전성과 내약성, 약동학을 평가하는 시험이다.

HIV는 DNA(디옥시리보핵산)가 아닌 RNA(리보핵산)에 유전 정보를 저장하는 레트로바이러스의 일종이다. HIV가 인체 세포에 침투하면 RNA를 방출하고, 역전사(RNA의 유전정보가 DNA로 전달되는 과정) 효소와 만나 DNA 복제본을 만든다. HIV는 이 복제 DNA를 인체 세포의 DNA와 통합해 스스로를 복제한다.

여기서 인터그라제(레트로바이러스 통합효소)는 HIV가 만든 DNA 복제본을 인체 세포의 핵 안으로 끼워 넣는 역할을 한다. 글로벌 제약사들은 인터그라제가 바이러스 DNA를 숙주세포에 주입하는 기능을 억제해 HIV의 복제를 막는 방식의 치료제를 개발해왔다.

대표적인 제품이 2013년 미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시판허가를 받은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의 '티비케이(성분명 돌루테그라비르)'다. 티비케이는 인터그라제의 활성 부위를 억제해 바이러스 DNA가 인체 세포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하는 원리로 작용한다.

GSK에 따르면 지난해 티비케이의 글로벌 매출액은 13억8600만 유로(1조9800억원)에 달한다. 이 외에 길리어드의 '젠보야(엘비테그라비르)', MSD '이센트리스(랄테그라비르)' 등이 환자들에게 주로 사용되는 인테그라제 억제제로 꼽힌다.

이러한 인터그라제 저해제와 달리 STP0404는 인테그라제의 활성 부위가 아닌 비활성 부위인 'LEDGF/p75(수정체 상피 유래 성장 인자)'에 결합한다는 점에서 차별점을 갖는다. 이 때문에 STP0404는 알로스테릭(효소 비활성 부위) 인터그라제 억제제로 불린다.

STP0404는 두 가지 작용 원리로 HIV 활성을 차단한다. 하나는 LEDGF/p75와 결합해 인터그라제의 통합 기능을 저해하는 것이다. LEDGF/p75는 인터그라제의 기능을 촉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른 하나는 비리온 상태의 HIV 바이러스 안에서 인터그라제와 RNA 간의 상호작용을 막아 바이러스 활성을 억제하는 방법이다.

비리온은 바이러스가 복제된 후 다른 세포를 감염시키기 위해 숙주세포 외부로 방출된 상태를 뜻한다. 비리온 상태의 HIV는 바이러스 외피 안에 RNA와 인터그라제 등의 효소를 캡시드로 둘러싼 형태를 지니고 있다.

에스티팜이 주목하는 건 두 번째 원리다. 에스티팜은 STP0404가 이를 통해 완치와 같은 수준의 에이즈 치료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에스티팜에 따르면 STP0404는 전임상에서 MSD의 인터그라제 저해제인 랄테그라비르보다 항바이러스 효능이 약 2배, 인터그라제 저해제 약물 내성이 발생한 HIV 환자에 대해서는 효능이 400배 이상 높은 결과를 확인했다.

이에 앞서 안전성도 확인했다. 임상 1상에서 건강한 성인 65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에서 총 28건의 이상반응이 발생했고 대부분 설사, 두통과 같은 경미한 1, 2등급의 부작용으로 심각한 3, 4등급은 보고되지 않았다.

STP0404와 같은 알로스테릭 인터그라제 저해제는 이전부터 개발 시도가 이뤄졌으나 임상에 진입한 건 STP0404가 최초다. 길리어드사이언스의 'GS-9822' 등 과거에 개발되던 치료제들이 전임상에서 안전성과 효능 측면에서 유효한 결과를 내지 못하면서다.

특히 에스티팜의 에이즈 치료제는 해외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임상연구동향 전문 매체인 클리니컬트라이얼아레나는 지난해 12월 STP0404를 2024년 주목해야 할 HIV 치료 후보물질 3개 중 하나로 꼽았다.

피오나 치움 글로벌데이터 제약 담당 애널리스트는 "STP0404는 임상 1상에서 내약성이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2상 데이터가 기대되는 가운데 2024년에 주목할 만한 제품이 될 것"이라고 했다.

STP0404는 약 20년 만에 처음 개발 중인 새로운 원리의 에이즈 치료제로 이를 눈여겨보는 글로벌 제약사도 많다. 에스티팜은 현재 다수의 해외 제약사와 기술수출 등의 논의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장조사기관 폴라리스마켓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HIV 치료제 시장은 2021년 305억달러(40조4500억달러)에서 연평균 5.9% 증가해 2030년 456억달러(60조47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에스티팜 관계자는 "STP0404는 퍼스트인클래스 약물로 에이즈 바이러스 유전자가 RNA와 상호작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사실상 완치가 가능한 메커니즘(원리)을 가지고 있다"며 "최근 해외 매체에서 가장 주목 받은 HIV 파이프라인으로 소개되는 등 잠재력이 큰 치료제로 인식되고 있으며 기술수출 논의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김윤화 (kyh94@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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