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발목 잡은 미 ‘안보 예산 패키지’ 결국 부결…더욱 절박해진 우크라이나
미국 상원에서 국경 통제 강화와 우크라이나·이스라엘 지원 관련 예산을 하나로 묶은 ‘안보 패키지’ 법안 통과가 무산됐다. 상원 지도부가 협상을 거쳐 마련한 합의안이 사실상 좌초되면서 오는 11월 미 대선 최대 쟁점인 이민 문제를 놓고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립이 한층 격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상원이 이날 안보 패키지 예산안을 정식 표결에 부치기 위한 절차 표결을 진행한 결과, 찬성 49표, 반대 50표가 나왔다. 의결정족수 60표를 충족하지 못하면서 법안 표결은 부결됐다. 대다수 공화당 의원들과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등 일부 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반대표를 던졌다.
앞서 상원의 민주·공화당 지도부는 지난 4일 수개월 간의 협상 끝에 남부 국경 관리,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에 대한 안보 지원, 대만 등 인도·태평양 지원 등을 합한 총 1180억달러 규모의 예산 법안을 마련했다. 공화당이 바이든 대통령이 요청한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안 처리 조건으로 국경 강화 조치를 요구한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나쁜 법안”이라며 공개 반대 의사를 밝히자 하원을 장악한 공화당 지도부도 이에 동조해 법안을 통과시키지 않겠다고 밝혔다. 급기야 예산 합의안 도출 이틀만에 미치 매코널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도 법안이 실현될 가능성이 없다고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말 한 마디에 공화당 상·하원 의원들이 입장을 바꾼 셈이다.
공화당에 대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장악력을 보여주는 대목인 동시에, 이민 문제를 대선에서 쟁점화해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는 이번 사태를 두고 “의회가 11월 대선 전까지 이민이나 국경 관련 어떤 법안도 통과시키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미국 남부의 멕시코 접경지대에서 무단 입국자들이 급증하면서 바이든 대통령은 이민 정책에서 실패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날 발표된 PBS방송·NPR·마리스트 조사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의 이민 문제 대응을 지지한다는 응답은 29%에 그쳤다.
그러나 수세에 몰려있는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예산안 부결을 계기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공화당에 대한 ‘공격 모드’로 전환할 것으로 보인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백악관은 기자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하원 공화당원들을 겁박하고 있다는 뉘앙스를 담아 “하원 공화당은 국경 강화를 위해 국경순찰대와 함께 투표할 것인가, 아니면 트럼프의 편에 서서 더 많은 펜타닐을 용인할 것인가”라고 주장했다.
한편 상원 다수당인 민주당은 8일 국경 강화 예산을 제외하고 우크라이나, 이스라엘 등 대외 안보 지원 예산안에 대해서 별도 표결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이 계속 지연될 경우 우크라이나 전쟁이 러시아에 유리한 방향으로 종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부터 러시아의 전방위 공격을 받고 있는 우크라이나는 미 상원 예산안 처리 실패로 더욱 절박한 상황에 놓였다. AFP통신에 따르면,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이날 러시아의 드론·대공미사일 공격 등으로 키이우에서만 5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하자 유럽연합(EU)을 향해 포탄 공급을 늘려달라고 촉구했다. 오는 24일로 러시아의 침공에 따른 개전 2주년을 맞이하는 우크라이나는 그간 전투로 비축한 포탄을 거의 소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 | 김유진 특파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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