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상업용 부동산의 역습…국내 증권사 수천억 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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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인플레이션 충격발 고금리 현상이 지속되면서, 지난해 봄에 터졌던 미국 퍼스트리퍼블릭은행 사태에 이어 상업용 부동산 부실 뇌관이 전세계 금융업을 재차 혼돈에 빠뜨리고 있다.
미국에선 지역은행의 신용등급이 강등되고 주가가 폭락하며 우려를 키우고 있고, 한국에서도 저금리 시기에 공격적으로 해외 부동산 투자에 나섰던 증권사들이 본격적으로 평가 손실을 반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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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인플레이션 충격발 고금리 현상이 지속되면서, 지난해 봄에 터졌던 미국 퍼스트리퍼블릭은행 사태에 이어 상업용 부동산 부실 뇌관이 전세계 금융업을 재차 혼돈에 빠뜨리고 있다. 미국에선 지역은행의 신용등급이 강등되고 주가가 폭락하며 우려를 키우고 있고, 한국에서도 저금리 시기에 공격적으로 해외 부동산 투자에 나섰던 증권사들이 본격적으로 평가 손실을 반영하고 있다.
6일(현지시각)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미국 지역은행인 뉴욕커뮤니티뱅코프(NYCB)의 신용등급을 기존 Baa3에서 투자 부적격 등급인 Ba2로 두 단계 강등했다. 이 은행은 지난달 31일 지난해 4분기에만 2억5200만달러(약 3335억원)의 순손실과 이에 따른 배당 축소를 발표한 바 있다. 당시 무디스의 신용등급 강등 검토로 하루 만에 37.67% 하락했던 뉴욕커뮤니티뱅코프의 주가는 6일에도 20% 넘게 떨어졌다.
뉴욕커뮤니티뱅코프 위기의 원인으로는 지난해 초 미국 지역은행 위기 때 인수한 시그니처은행의 부실과 함께 상업용 부동산 손실이 꼽힌다. 무디스 역시 신용등급을 내리며 “사무실 등 상업용 부동산에 내준 대출과 관련한 상당하고 예상하지 못한 손실”을 언급했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도 6일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에서 “상업용 부동산 문제를 우려하고 있다”며 “일부 은행은 이 문제로 매우 압박을 받고 있지만 관리할 수 있는 문제로 본다”고 했다.
부동산시장 조사업체 그린스트리트에 따르면 전세계 상업용 부동산의 가격지수는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된 2020년 상반기에 크게 떨어진 뒤로 꾸준히 올라 2022년 3~4월에 정점을 찍었다. 하지만 이후에 재차 하락해 올해 연초 기준으로는 2022년 고점 대비 20% 넘게 떨어졌다. 고금리 여건과 부동산 시장 부진이 길어지면서 차환은 물론이고 원금 회수의 어려움도 커지고 있다.
해외 부동산 가격이 고점이던 때 풍부한 저금리 유동성을 바탕으로 공격적인 해외 부동산 투자에 나섰던 국내 금융투자업계도 손실을 본격 반영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이 4분기 중 3500억원의 투자목적자산 평가 손실을 반영했고, 하나증권도 상업용 부동산 익스포저(위험 노출액) 관련 충당금 적립에 따라 지난해 연간 2710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부동산 등 대체투자는 주식·채권과는 달리 1년에 한번 정도 공정가치평가를 통해 손실을 반영한다. 상업용 부동산 투자 손실 우려가 지난해에도 꾸준히 나왔지만 최근 들어서야 구체적인 숫자가 드러나고 있는 까닭이다.
미국의 경우 은행에 우려가 집중되고 있는 반면 한국에서는 증권사·자산운용사를 중심으로 상업용 부동산 익스포저가 큰 편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해외 부동산 펀드의 순자산총액은 지난 5일 기준 77조2551억원에 달한다. 자본시장연구원은 지난달 한 세미나에서 “해외 부동산 펀드 구조에서 선순위 대출을 고려하면 중·후순위 지분 투자자의 손실은 펀드에 편입된 해당 자산의 가격 하락폭보다 더 클 것”이라며 “감정평가나 펀드 만기 시점에 손실이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올해 실적에서도 관련 손실이 완전히 반영되지 않을 가능성은 있다. 대체투자는 장기로 이뤄지는 만큼 만기가 많이 남아 있다면 가격이 오를 수 있다 보고 손실을 보수적으로 잡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조해영 기자,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hy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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