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AS] 오세훈식 ‘용산개발’이 놓친 네가지…공공성·보안·창조·현실성

손지민 기자 2024. 2. 8.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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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5일 관계자의 설명을 들으며 용산국제업무지구가 들어설 서울 용산정비창 부지 현장을 돌아보고 있다. 연합뉴스

“이곳이 완성되면 용산은 이제 서울 도심과 여의도, 강남을 연결하는 교통 요충이자 비즈니스 중심이 됩니다. 정치, 경제와 문화의 중심지로 새로운 용산시대를 여는 밑그림이 그려지는 거죠.”

지난 5일 오세훈 서울시장은 용산정비창 부지에 들어설 용산국제업무지구에 대한 개발계획안을 ‘새로운 용산시대’라 언급하며 야심차게 발표했다. 2001년 이 일대가 개발을 위한 지구단위계획 구역으로 지정되면서, ‘서울 한복판의 금싸라기 땅’이자 공공 소유의 땅인 용산정비창 부지를 두고 많은 사람이 나름대로 밑그림을 그렸을 것이다. 이번 개발계획안은 무엇이 다를까, 정말 ‘새로운 용산시대’라 부를 만한 구상이 될까. 개발의 첫 삽을 뜨기 전 채워 넣어야 할 점을 하나하나 살펴봤다.

부족한 공공성

우선 공공성이 부족하다. 서울의 많은 재개발사업과 이곳이 다른 큰 특징은 엄연히 나라의 땅이란 점이다. 나라의 땅을 민간에 팔아 이익을 내면서 공공성에 대한 내용은 우선순위에 두지 않았다. 서울시는 시민들이 무료로 전망을 볼 수 있는 ‘스카이트레일’(보행전망교)을 공공성 확보의 예시로 꼽았다. 서울시 관계자는 “스카이트레일, 공중공간, 공공시설 등 다양한 공공성 부분이 계획에 들어가 있는데, 사업성을 너무 추구하지 않고 공공성을 강화하는 방안이 되겠다”고 설명했다. 즉, 용산국제업무지구에서 다른 시민들도 전망이나 녹지를 볼 수 있으니 공공성이 확보됐단 셈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불투명하다. 서울시는 스카이트레일을 조성하는 조건으로 땅을 민간사업자에게 분양할 것이란 입장이지만, 이미 개발업자들 사이에선 “서울시가 아무리 가이드라인을 발표해봤자, 우리가 들어가면 다 바꿀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사업성이 없어 제대로 조성되지 않을 수 있는 도로, 녹지 등을 공공이 만드는 점도 서울시가 주장하는 공공성으로 포함됐는데, 이에 대한 비판도 높다. 조정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토지주택위원장은 “공공기관이 국유지에 도로와 기반시설을 조성해서 땅의 가치를 높인 뒤 민간사업자한테 팔겠다는 것 아닌가”라며 “공공성 확보는 허울뿐이고, 결국 나라 땅으로 장사하겠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강변에서 바라본 용산국제업무지구의 예상 모습. 서울시 제공

보안 문제는 없나

보안에 대한 인식도 부족하다. 용산국제업무지구 한가운데에 100층 안팎의 초고층 빌딩을 짓는다는 현재 구상으로는 용산에 위치한 대통령실과 국방부가 내려다보일 위험이 있다.

기자설명회에서 기자들이 대통령실과 국방부 내부가 보일 위험에 대해 여러 번 질문했으나, 서울시 관계자들은 “절대 보이지 않는다”는 확답을 주지 않았다. “어느 정도 거리가 있고, 이런 걸 감안해서 다 협의한 상황”, “국무조정실, 대통령실과 다 협의한 것이고 큰 문제가 없다” 등의 답변만 반복했다. 초고층 빌딩에서 대통령실과 국방부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인지, 어느 정도 보이지만 대책을 마련했다는 것인지, 그마저도 아닌 것인지 명확히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참조인가, 베끼기인가

서울만의 창의성도 채워 넣어야 할 과제다. 개발계획안을 살펴보면, 도심 한복판에 들어선 초고층 랜드마크타워부터 공원, 조형물까지 미국 뉴욕 맨해튼과 흡사한 부분이 많다. 국제업무지구 지하에 들어설 보행문화공간은 세계무역센터(WTC) 교통 허브 ‘오큘러스’(Oculus)를, 시민이 즐길 수 있도록 만든다는 전망대와 어트랙션(관광·놀이시설)은 설치미술과 전망을 함께 볼 수 있는 뉴욕의 초고층건물 ‘원 밴더빌트’(One Vanderbilt)를, 국제업무지구 가운데 들어설 녹지광장은 뉴욕의 초고층건물 ‘맨해튼웨스트’(Manhattan West) 옆 광장을 똑 닮게 디자인했다. 녹지광장에 만들기로 한 상징조형물은 뉴욕의 ‘베슬’(뉴욕 허드슨야드에 조성된 벌집 모양의 구조물)처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한다. 다른 나라의 사례를 ‘참고했다’곤 하지만 ‘제2의 뉴욕’이 아닌 서울 용산만의 정체성을 갖고 세계인에게 각인될 만한 공간을 만들 방안은 부족한 셈이다.

용산국제업무지구 지하 보행문화공간의 예상 모습. 세계무역센터(WTC) 교통 허브 ‘오큘러스(Oculus)’와 비슷하단 평이 나온다. 서울시 제공

현실성은 얼마나

현실성이 떨어지는 계획도 이번 개발계획안에 여럿 포함됐다. 대표적인 것이 교통 문제다. 대중교통 노선을 추가해 최대한 대중교통을 이용하도록 하고, 자율주행차와 도심항공교통(UAM)을 활용해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 서울시의 설명이다. 그러나 대중교통 노선이 늘어나는 것으로 차량을 이용하던 사람을 대중교통으로 유도하기엔 충분하지 않은 데다, 싱가포르와 같은 통행세를 부과하는 방안은 아직 고려하지 않는다고 한다. 아직 본격적으로 상용화되지 않은 자율주행과 도심항공교통은 “용산국제업무지구가 완성될 즈음인 2030년이면 상용화되지 않겠느냐”는 ‘장밋빛 전망’으로 대중교통 대책에 포함됐다. 그 외에도 구상에 포함된 야외공연장을 설치할 경우 국제업무지구에 사는 주민들이 겪을 소음은 어떻게 할 것인지 등 현실에서 일어날 수 있는 문제점에 대한 고려가 부족하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장은 “정밀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내용도 없고 그림만 있다. 한 번 엎어졌던 사업인데 그 당시 왜 실현되지 못했는지 등에 대한 분석도 담기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손지민 기자 sjm@hani.co.kr, 박다해 기자 doal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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