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코파이 5000억원 vs 기술수출 9조원, 오리온-레고켐 인수 엇갈린 반응
[편집자주]오리온이 바이오텍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를 인수한다. 간편 식사대용식과 음료, 바이오 등을 '3대 신사업'으로 설정한 오리온 바이오에 과감히 베팅했다. 신성장동력으로 점찍은 제주용암수는 기존 생수 시장의 벽에 부딪혔다. 일각에서는 바이오 분야가 식품과 달리 막대한 시간과 돈이 들어간다는 점에서 우려를 표하고 있다.
①제과→바이오… '3세 시대' 발판 마련한 오리온
②초코파이 5000억원 vs 기술수출 9조원, 오리온-레고켐 인수 엇갈린 반응
③수천억 들인 오리온 신사업… '점유율 1%' 제주용암수 어쩌나
오리온의 레고켐바이오 인수에 증권가도 덩달아 들썩이고 있다. 식품 시장이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른 만큼 오리온의 공격적인 투자에 업계의 이목이 쏠리는 까닭이다. 일각에서는 바이오 분야가 식품과 달리 막대한 시간과 돈이 들어간다는 점에서 우려를 표하기도 한다.
2017년 오리온은 글로벌 종합식품기업으로의 도약을 선언하고 2018년부터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간편식사대용식, 음료, 바이오 위주로 사업을 펼쳐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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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4년부터 생산한 초코파이는 단숨에 국민파이로 자리 잡았고 인기를 몰아 이듬해 한국증권거래소에 상장까지 이뤄냈다. 이후 해외 진출까지 성공하며 매출은 연신 상승가도를 달렸다. 지금도 파이류는 오리온 제품 매출의 17.9%를 차지하고 있다.
오리온은 식품기업 가운데 영업이익률이 높은 그룹이다. 연 매출은 2020년 2조2298억원, 2021년 2조3555억원, 2022년 2조8732억원, 2023년 2조9124억원으로 꾸준히 성장하고 있고 영업이익률은 각각 16.9%, 15.8%, 16.2%, 16.9%를 기록했다.
문제는 오리온의 '본업'인 식품 분야가 지속적인 위협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 제과 시장은 이미 레드오션을 넘어 정체기에 이르렀고 매출에서 효자 노릇을 하던 해외사업까지 흔들리고 있다.
오리온에 따르면 지난해 10~11월 중국 법인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1820억원과 366억원으로 2022년 같은 기간 대비 11.0%, 8.5% 하락했다. 러시아 법인은 매출액 20.6%, 영업이익 32.6% 감소했다. 특히 주력제품군인 파이 매출이 하락세를 기록해 충격을 안겼다.
오리온은 기존에도 식품 시장의 한계를 절감하고 1990년대에 영상사업, 건설업 등에 손을 뻗었지만 모두 정리하고 다시 본업으로 돌아온 바 있다.
2018년 3대 신사업 중 첫 번째로 간편대용식 브랜드 '마켓오네이처'를 출시했고 2019년에는 제주시에 용암수 생산 공장을 준공하고 '닥터유 제주용암수'를 선보이며 신성장 동력에 박차를 가했다.
중국 국영 제약기업 산둥루캉의약과 바이오 사업 진출을 위한 합자계약을 체결하고 2021년 3월 합자법인 산둥루캉하오리요우생물과기개발유한공사(산둥루캉하오리요우)를 설립했다. 산둥루캉하오리요우는 대장암 진단키트와 성인용 결핵백신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산둥루캉하오리요우에 이어 2022년에는 난치성 치과 질환 치료제 개발 기업 하이센스바이오와 합작투자 계약을 체결했고 올해 1월 5500억원을 투자해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레고켐바이오)의 지분 25%를 확보하고 최대주주로 올라선다. 레고켐바이오는 차세대 항암제로 불리는 ADC기술과 합성신약 분야에 연구개발(R&D) 역량을 보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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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 발표 직후 오리온 주가는 이틀 만에 23.39% 급락해 시가총액 1조가 증발하면서 식품주 1등 자리를 반납했다. 오리온은 바이오 사업에 큰 기대를 걸고 있음을 밝혔지만 시장 반응은 실적 안정성과 재무구조 등에 대한 우려가 먼저였다.
가장 먼저 외국인과 연기금이 오리온 주식을 대거 정리했다. 1월16일부터 19일까지 외국인은 단 4일 만에 1525억원, 연기금은 115억원어치를 매도했다. 기관 합산 순매도액(15억원) 대비 10배가 넘는 금액이다.
증권가는 일제히 오리온의 목표주가를 20% 이상 하향 조정했다. NH투자증권 13만원, 한화투자증권 13만원, 키움증권 15만5000원 등이다. 제과 사업은 안정적인 현금 창출이 최대 장점인데 바이오 사업 투자가 시너지보다는 실적 손실을 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0월 중순부터 11만원대를 유지하던 오리온의 주가(종가기준)는 1월22일 8만9700원까지 떨어졌다가 2월1일 기준 9만원대를 겨우 웃도는 상황이다.
한유정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향후 레고켐바이오의 실적은 지분법으로 인식될 예정이라 오리온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반대로 오리온의 사업 다각화 성공 가능성에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명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오리온은 국내 백신기업 큐라티스와 결핵백신 공동개발 계약을 체결하는 등 바이오 진출을 위한 노력을 해왔다"면서 "이번 국내 대표 신약개발 기업 인수 후 행보에 관심을 가져야겠다"고 말했다.
제약바이오 업계에선 오히려 오리온이 레고켐바이오를 싸게 샀다는 의견도 나온다. 비록 최근 적자를 기록하긴 했지만 레고켐바이오가 지금까지 계약한 신약기술 이전 계약금만 8조7000억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오리온 측은 널뛰는 증시 상황에 대해 크게 개의치 않는 것으로 보인다.
오리온 관계자는 "레고켐바이오 지분 인수는 장기적 관점의 고부가가치 사업에 대한 투자"라며 "세계 시장에서 이미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는 탄탄한 바이오 기업을 인수한 만큼 앞으로 오리온 그룹의 성장에 기여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바이오경제연구센터에 따르면 바이오산업은 연 평균 13.2% 매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2027년에는 매출이 40조8400억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황정원 기자 jwhwa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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