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과→바이오… '3세 시대' 발판 마련한 오리온

연희진 기자 2024. 2. 8.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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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리포트-레고켐 품은 오리온] ①알테오젠 무산 이후 레고켐에 5500억원 베팅

[편집자주]오리온이 바이오텍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를 인수한다. 간편 식사대용식과 음료, 바이오 등을 '3대 신사업'으로 설정한 오리온 바이오에 과감히 베팅했다. 신성장동력으로 점찍은 제주용암수는 기존 생수 시장의 벽에 부딪혔다. 일각에서는 바이오 분야가 식품과 달리 막대한 시간과 돈이 들어간다는 점에서 우려를 표하고 있다.

오리온이 신사업으로 바이오를 크게 키우며 3세 시대 발판을 마련한다. /그래픽=김은옥 기자
◆글 쓰는 순서
①제과→바이오… '3세 시대' 발판 마련한 오리온
②초코파이 5000억원 vs 기술수출 9조원, 오리온-레고켐 인수 엇갈린 반응
③수천억 들인 오리온 신사업… '점유율 1%' 제주용암수 어쩌나

제과를 넘어 종합식품회사로 도약하려는 오리온이 신사업 바이오에 과감히 베팅했다. 오리온의 주요 포트폴리오가 제과와 바이오로 양분되는 모양새다. 바이오에 대한 전폭적인 베팅이 오리온의 차세대 경영자로 꼽히는 담서원 상무의 '오리온 3세 시대' 시작을 알리는 발판으로 해석된다.

오리온이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레고켐바이오) 최대주주에 오르며 바이오 포트폴리오를 확장한다. 지난 1월15일 오리온은 5485억원을 투자해 레고켐바이오의 지분 25.73%를 취득한다고 공시했다.

레고켐바이오는 2005년 설립해 ADC(항체-약물 접합체)기술 및 합성신약 분야에 차별적인 연구·개발(R&D) 역량을 보유했다. 2015년부터 현재까지 기술 이전 계약은 총 13건으로 기술이전료만 8조7000억원에 이른다.

오리온의 레고켐바이오 지분 인수는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및 구주 매입을 통해 이뤄진다. 인수 주체는 홍콩 소재 오리온 계열사인 팬오리온코퍼레이션(PANORIONCorp.Limited)으로 중국 지역 7개 법인의 지주사다.

오리온은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5만9000원에 796만3283주를 배정받는다. 구주는 창업자 김용주 대표이사와 박세진 사장으로부터 기준가 5만6186원에 140만주를 매입해 총 936만3283주를 확보해 전체 지분의 25% 이상을 갖는 최대주주가 된다. 대금 납입 예정일은 오는 3월29일이다.

인수 절차가 마무리되면 오리온은 레고켐바이오를 계열사로 편입하며 기존 경영진 및 운영 시스템은 유지한다. 오리온홀딩스→오리온→팬오리온→레고켐바이오 순으로 이어지는 수직 지배구조가 완성된다.



실탄 보유 오리온, '담서원 시대'에 장전



오리온이 인수한 레고켐바이오 사옥. /사진=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
1956년 설립된 오리온(당시 동양제과)은 이양구 동양그룹 회장이 세운 제과회사다. 담철곤 오리온 회장은 이양구 회장의 사위로 1986년 이 회장 별세 후 유통사업을 물려받았고 2001년 동양그룹으로부터 독립했다. 2003년 오리온으로 사명을 바꾸고 2017년 사업회사 오리온과 지주회사 오리온홀딩스로 분할해 지주회사체제로 전환했다.

제과, 영상 등의 사업을 운영하는 오리온그룹의 매출액 대부분은 제과회사인 오리온으로부터 발생한다.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오리온그룹의 연결기준 매출은 2조1784억원인데 같은 기간 오리온의 매출이 2조1440억원으로 약 98%의 비중을 차지한다.

그동안 오리온은 충분한 실탄(현금)에 비해 인수·합병(M&A)에 소극적인 기업으로 꼽혔다. 오리온홀딩스의 지난해 상반기 기준 보유 현금(현금성자산+단기금융예치금)은 1조624억원 수준이다. 식품업계에서 최고 수준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하며 현금을 모아왔지만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기조는 아니었다. 하지만 바이오 사업에 진출하면서 달라졌다.

지난해 여름 오리온그룹은 바이오 기업 알테오젠 인수를 추진한 바 있다. 최종 무산됐지만 오리온그룹의 대규모 M&A 시도로 주목받았다. 알테오젠은 정맥주사를 피하주사 제형으로 바꿔주는 '인간 히알루로니다제 원천기술(ALT-B4)' 특허를 세계 두 번째로 보유한 기업이다.

오리온그룹은 바이오 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점찍고 2020년부터 사업을 넓혀왔다. ▲암 체외진단 키트 ▲결핵백신 ▲난치성 치과질환 치료제 시장에 진출한 오리온그룹은 자체적으로 보유한 기술력이 없어 국내 기술을 도입해 상용화하는 방법을 추진했다.

알테오젠 인수 무산 이후 오리온은 레고켐바이오를 선택했다. 레고켐바이오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25개의 ADC 파이프라인을 보유한 회사다. 오리온은 약 5500억원을 레고켐에 투자했는데, 이는 오리온의 연간 영업이익을 넘는 수준이다. 2022년 오리온의 영업이익은 4667억원이다. 오리온이 바이오 사업에 거는 기대가 크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일각에서는 레고켐바이오 인수가 담철곤 회장이 장남인 담서원 상무에게 미래 사업을 물려주기 위한 바탕이 아니냐는 의견을 제기한다. 제과사업을 물려받은 담철곤 회장은 꾸준히 신사업을 전개해 왔지만 과감한 투자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업계에서는 바이오 사업에 대한 대대적 투자는 담 상무에게 미래 먹거리 발굴을 위한 단계로 평가된다. 그는 2021년 7월 오리온에 입사해 2023년 상무로 승진했다. 현재 경영지원팀에서 경영전략과 사업계획 수립, 매출·손익 관리 등 실무를 담당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담 회장이 신사업을 총괄한 만큼 1년 전 승진한 담 상무에게 미래 먹거리를 맡길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연희진 기자 to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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