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이라더니...' 메시 日서 출전→중국 맹비난 "의학의 기적이냐, 다신 오지 마라"
월드 투어 중인 인터 마이애미는 7일 일본 도쿄국립경기장에서 열린 J리그1 챔피언 비셀 고베와 프리시즌 친선전을 치렀다. 이날 게임은 0-0 상황에서 승부차기 끝에 고베가 승리했다.
고베는 전반부터 몇 차례 골망을 흔들기 위해 나섰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이에 맞선 마이애미는 세르히오 부스케츠가 발목을 밟히면서 곧 벤치로 돌아가는 아찔한 장면도 나왔다. 마이애미는 후반 루이스 수아레스가 바이시클 킥을 날리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으나 두 팀 모두 끝내 전후반 90분 동안 득점을 올리지 못했다. 결국 경기는 승부차기로 접어들었고, 고베가 4-3으로 앞서면서 경기의 승부가 결정됐다.
이날 경기 결과보다도 관심을 보였던 것이 바로 메시의 출전 여부였다. 메시는 이날 선발 라인업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후반전 들어 점퍼를 벗고 출전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결국 후반 15분 메시는 마침내 경기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전부터 "메시, 메시"를 연호하던 일본 관중들은 큰 환호를 보냈고, 메시의 움직임 하나하나마다 격한 반응을 보였다.
메시는 볼 공급원이 돼 동료들에게 결정적인 찬스를 만들어줬고, 이후에는 날카로운 왼발슛을 날렸지만 골키퍼의 선방에 막히고 말았다. 메시는 이날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지는 못했지만, 출전 자체만으로도 화제가 됐다.
중국과 홍콩 팬들이 분노한 것은 바로 얼마 전 있었던 홍콩 투어에서는 메시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4일 홍콩의 홍콩스타디움에서 열린 인터 마이애미와 홍콩 베스트11의 프리시즌 경기에서 교체 명단에 이름을 올렸지만 끝내 수아레스와 함께 그라운드를 밟지 않았다.
이날 경기장에는 아르헨티나를 상징하는 하늘색-흰색 줄무늬 유니폼과 인터 마이애미의 연분홍색 유니폼을 입은 홍콩팬 4만여 명이 가득 들어찼다. 하지만 후반 중반까지 메시가 나오지 않자 팬들은 "메시 나와라"를 연호하기 시작했다. 이어 후반 35분쯤에는 "환불, 환불"을 외치는 성난 목소리로 바뀌었다. 하지만 메시는 관중들의 야유에 아랑곳없이 벤치에 앉아 동료 선수들 경기를 묵묵히 지켜봤다. 결국 메시가 출전하지 않자 경기 후 팬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구단 공동 구단주인 데이비드 베컴도 팬들의 야유를 피해갈 수 없었다. 경기 후 관객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기 위해 마이크를 잡았지만 팬들은 베컴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아래로 내리며 야유를 이어갔다. 이에 베컴이 머쓱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그러나 홍콩 팬들의 분노를 잠재울 수는 없었다. '메시 효과'로 인해 티켓값이 매우 비쌌기 때문이었다. 한 팬은 "이번 경기 티켓값이 5000홍콩달러(약 85만원)이었다. 80홍콩달러(약 1만3000원)짜리 홍콩 축구 리그 경기와 다를 게 없는데 왜 비싼 가격에 구입했나"라고 분노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인터넷에는 팬들이 메시의 대형 입간판을 발로 차 부수는 영상이 올라왔다. 메시의 입간판 얼굴 부분이 사라진 모습도 있었다.
홍콩 정부도 화가 났다. 홍콩 당국은 성명을 통해 "메시의 결장에 팬들과 정부의 실망이 크다"고 전했다. 더불어 이번 친선전 주최사인 태틀러 아시아에 대해 자금 지원을 삭감한다고 밝혔다. 앞서 홍콩 정부는 이번 친선전을 '주요 스포츠 행사'로 지정하고 1500만 홍콩달러(약 25억원)를 태틀러 아시아에 지원할 정도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또 경기장 사용 보조금으로도 100만 홍콩달러(약 1억7000만원을 지원했다.
이에 메시는 직접 해명과 사과에 나섰다. 일본 매체 사커 다이제스트에 따르면 메시는 6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홍콩에 오기 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린 첫 번째 경기(알 힐랄전)에서 내전근의 불편함을 느꼈다. 두 번째 경기(알 나스르전)에서는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경기 막판 짧게 뛰었다"며 "검사 결과 크게 다치지 않았지만 여전히 불편함을 느낀다"고 경기를 뛰지 못한 이유가 부상 때문이었다고 전했다.
이어 "홍콩에 많은 팬이 있었고 그들을 위해 경기를 뛰고 싶었지만 어려웠다. 이런 일은 축구와 경기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기대한 팬들이 많았던 만큼 정말 저도 실망스러웠다. 홍콩에서 뛸 수 있는 또 다른 기회가 생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당초 고베전 출전도 불투명했다. 메시는 "오늘(6일) 훈련에서 몸 상태를 확인하겠다. 아직 뛸 수 있을지 모르지만 지난 며칠보다는 컨디션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그러나 메시는 결국 고베와 경기에 정상적으로 나왔고, 이것이 중국 팬들의 분노를 부채질한 것이다.
축구 스타의 '노쇼' 논란의 과거 한국에도 있었다. 공교롭게도 메시의 영원한 라이벌이자 영광의 시대를 양분한 호날두다. 호날두는 2019년 7월 유벤투스와 K리그 올스타팀과 친선전 당시 부상을 이유로 경기에 출전하지 않아 논란이 됐다. 당시 팬들은 호날두가 경기에 나오지 않자 "메시"를 연호하며 분노를 표했다. 둘 다 노쇼를 일으켰지만 차이가 있다. 당시 호날두는 팬들의 분노를 뒤로 한 채 어떠한 사과도 없이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하지만 메시는 노쇼 사태 이틀 뒤에 공식석상에서 팬들에게 사과 메시지를 전한 것이다.
메시는 지난해 10월 한해동안 세계 최고 활약을 펼친 선수에게 주어지는 2023 발롱도르 수상을 안기도 했다. 당시 시상자로 나선 베컴은 엘링 홀란드(맨체스터 시티), 킬리안 음바페(PSG)가 아닌 메시를 호명했다. 최종 순위 결과 홀란드가 2위, 음바페가 3위를 차지했다. 지난 시즌 맨시티의 트레블 주역인 케빈 데 브라위너와 로드리가 각각 4, 5위에 올랐다.
메시의 가장 큰 업적은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조국 아르헨티나를 우승으로 이끈 것이다. 메시는 월드컵 7경기에 모두 선발 출전해 7골 3도움을 기록했다. 특히 프랑스와 결승에서 멀티골을 터트리며 맹활약했다. 메시는 월드컵 5수 끝에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대회 최고 선수에게 주어지는 골든볼도 수상했다.
양정웅 기자 orionbear@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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