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컵 우승하면 안돼"… 손흥민 父의 외침, 다른 의미로 맞았다

심규현 기자 2024. 2. 8.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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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심규현 기자] "냉정하게 아시안컵 우승하면 안 된다"

손흥민의 아버지인 손웅정(61) SON축구아카데미 감독이 지난 1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언급한 내용이다. 당시 한국 축구의 미래를 위해 이런 말을 했던 손 감독. 이 발언은 한국의 아시안컵 일정이 모두 마감된 지금, 다른 의미에서 맞는 말이 됐다. 

손웅정 감독. ⓒ연합뉴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한국 남자축구 대표팀은 7일(이하 한국시각) 오전 12시 카타르 알라이얀에 위치한 아흐마드 빈 알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요르단과 4강전에서 0-2로 패배했다. 한국은 이날 경기 패배로 아시안컵 일정을 마무리했다. 

한국의 이날 경기력은 총체적 난국이었다. 전반전부터 한국은 요르단의 공세에 고전했다. 상대의 공격에 한국 수비진은 낙엽처럼 쓰러졌고 중원에서는 실수를 남발했다. 공격에서도 유효슈팅을 단 한 개도 기록하지 못하는 등 최악의 경기력을 보여줬다. 0-2 패배가 다행이라고 느껴질 정도의 수준 차이였다. 그렇게 64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 도전은 막을 내렸다.

충격적인 결과와 경기력에 팬들은 분노를 표출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물론 클린스만을 감독 자리에 앉힌 대한축구협회까지 불똥이 튀었다. 그리고 일부 네티즌들을 위주로 손 감독의 지난 발언이 다시 회자됐다. 

손 감독은 지난 1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일본과 한국 중 어느 나라의 우승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이냐는 질문에 "당연히 한국이 우승하기를 바란다"면서도 "이렇게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우승하면 그 결과만으로 변화 없이 또 얼마나 우려먹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한국 축구가 병 들까 봐 걱정된다. 텅 빈 실력으로 일본을 한 번 제쳤다고 해도 그건 스스로를 속이는 일"이라며 "축구 실력, 투자 등을 봤을때 한국은 일본에 뒤진다. 냉정하게 우승하면 안 된다"고 언급했다. 

손 감독이 한국 축구를 위해 했던 이 쓴소리는 아시안컵이 끝난 현재 모두에게 공감받고 있다. 물론 당시 손 감독의 발언은 한국 축구의 투자와 시설이 전체적으로 일본에 비해 열세고 한국 축구의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시안컵 우승 실패라는 충격파가 필요하다는 의미에서 말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 클린스만호가 처참한 경기력을 보여주면서 손 감독의 발언은 다른 의미로 올바른 발언이 됐다. 

위르겐 클린스만(왼쪽). ⓒ연합뉴스

사실 클린스만호는 출범 초기부터 잡음이 있었다. 클린스만은 감독 시절 내내 전술이 없다는 비판에 시달렸다. 바이에른 뮌헨 감독을 맡을 당시 그에게 지도받았던 필립 람은 클린스만에 대해 "전술 지시 없이 체력훈련만 시켰다"고 그를 비판했다.

또한 클린스만 감독은 2020년 헤르타 베를린 감독 시절 구단과 상의 없이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일방적으로 사임을 표현하는 등의 기행도 저질렀다. 클린스만 감독은 이후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을 맡기 전까지 어떤 감독직도 수행하지 않았다. 하지만 축구협회는 이에 개의치 않고 클린스만 감독을 선임했다. 

클린스만은 부임 직후 아시안컵 우승으로 증명하겠다는 말을 수 차례 반복했다. 그러나 조별리그 2차전 요르단전 무승부(2-2), 3차전 말레이시아전 무승부(3-3)로 인해 그의 말은 완전히 신빙성을 잃었다. 특히 피파랭킹 130위 말레이시아에 3실점을 한 경기는 충격 그 자체였다. 한국은 그럼에도 조2위로 16강에 안착했다.

불행 중 다행이었을까. 조2위로 16강에 돌입한 한국은 일본과 이란 등 강호들과의 맞대결을 피하게 됐다. 그리고 16강 사우디아라비아전에서 조규성의 극적인 동점골과 승부차기에서 골키퍼 조현우의 활약으로 8강에 안착했다. 8강에서는 주장 손흥민이 호주를 상대로 맹활약하면서 지난 2015년 아시안컵 결승전 패배 아픔을 완벽히 씻었다.

그러자 클린스만 감독에 대한 호의적인 여론이 조금씩 생겨났다. 특히 호주전 후반 40분 윙백 김태환을 대신해 들어온 양현준이 인상 깊은 활약을 펼치면서 그의 용병술을 칭찬하는 반응도 나왔다. 클린스만 감독이 점점 열정적으로 바뀌었다는 얘기도 돌았다. 

위르겐 클린스만. ⓒ연합뉴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단 한경기 만에 전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이제는 클린스만을 교체해야 한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특히 클린스만의 무색무취 전술에 대해 비판하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또한 클린스만을 데려온 축구협회도 책임을 져야 한다는 개혁론까지 등장하고 있다. 

결국 아시안컵 우승 실패로 클린스만호의 한계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동시에 대한축구협회까지 개혁의 불씨에 휩싸이고 있다. 손 감독의 의도가 어찌됐든 아시아컵 우승 실패로 한국 축구는 변화의 바람 앞에 서게 됐다.

 

스포츠한국 심규현 기자 simtong96@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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