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살 아이가 스스로 인슐린 주사…보건교사는 돕고 싶어도 못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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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살 지아(가명)는 4살 때 1형 당뇨병 진단을 받았다.
한국1형당뇨병환우회가 2022년 1~19살 1형 당뇨병 환자 485명을 대상으로 조사해보니, 인슐린을 투약할 때 '학생이 직접 주사' 43.5%, '인슐린 펌프로 학생이 직접 주사하거나 부모가 원격 주사' 33.4%, '부모 등 어른이 학교에 방문해 주사' 13.8%, '담임·보육교사 주사' 2.3%, '보건교사 주사' 2.3%, 기타 4.7%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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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살 지아(가명)는 4살 때 1형 당뇨병 진단을 받았다. 1형 당뇨병은 췌장의 베타세포가 파괴돼 혈당을 조절하는 인슐린 호르몬이 생성되지 않는 질환이다. 이 때문에 수시로 인슐린을 주입해 혈당을 조절해야 고혈당으로 인한 합병증을 막을 수 있다. 하루 6~7번 인슐린 주사를 맞아야 한다.
지난 5일 오전 11시30분이 되자 지아는 담임선생님 손을 잡고 어린이집 보건실로 갔다. 간호사인 보건선생님은 지아의 혈당을 체크하고 지아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지아가 오전 간식으로 무엇을 얼마나 먹었는지 담임선생님이 이야기하자 지금 혈당과 점심 식단을 고려해 엄마는 투약할 인슐린 용량을 보건선생님에게 말했다.
보건선생님은 엄마가 보내온 작은 가방에서 인슐린이 담긴 주사기 하나를 빼 다시 미세하게 용량을 조절했다. 아주 적은 양의 인슐린으로도 혈당이 급격하게 떨어져 잘못하면 저혈당 쇼크가 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보건교사가 법적 책임 각오하고 주사 돕지만…
요즘 지아의 엄마·아빠는 걱정이 늘었다. 내년 초등학생이 되면 학교에선 지아 스스로 주사를 놓아야 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보건교사가 학교에 있어도 인슐린 주사를 놔주는 경우는 거의 없다. 보건의료법상 의료행위는 의사만 할 수 있고 간호사는 의사의 지도 아래서만 환자에게 투약할 수 있는데, 학교에는 의사가 없기 때문이 원칙적으로 보건교사는 간호사더라도 학생에게 주사를 놓을 수 없다.
다만 학교보건법에 따라 감염병 예방접종과 1형 당뇨병 환자의 저혈당 쇼크를 막는 응급처치로서 투약은 할 수 있다. 그러나 일상적인 인슐린 투약에 관한 규정은 없기 때문에 학교나 유치원·어린이집에 다니는 1형 당뇨병 아이들 대부분 스스로 하거나 부모가 인슐린 주사를 놓고 있다.
지아처럼 교육기관에서 보건교사가 투약해주는 경우도 매우 드물게 있지만, 보건교사는 ‘법적인 책임’의 부담을 안은 채 아이에게 도움을 주는 상황이다.
한국1형당뇨병환우회가 2022년 1~19살 1형 당뇨병 환자 485명을 대상으로 조사해보니, 인슐린을 투약할 때 ‘학생이 직접 주사’ 43.5%, ‘인슐린 펌프로 학생이 직접 주사하거나 부모가 원격 주사’ 33.4%, ‘부모 등 어른이 학교에 방문해 주사’ 13.8%, ‘담임·보육교사 주사’ 2.3%, ‘보건교사 주사’ 2.3%, 기타 4.7%로 나타났다.
“영유아·저학년 인슐린 주사, 어른 도움 필요해”
이런 문제 때문에 8살 세린이는 학교 보건실에서 자신이 직접 인슐린 주사를 놓고 있다. 보건선생님이 혈당 체크와 인슐린 용량 확인을 도와주고 있지만 주사는 아이가 놓고 있다. 보건선생님도 스스로 주사를 놓는 세린이가 안쓰럽지만, 규정이 없는 상태에서 교장과 교육청의 동의 없이 본인 마음대로 인슐린을 투약해줄 수도 없어 마음이 불편하다.
1형 당뇨병 환자와 가족들은 ‘교육시설에서 보건교사가 인슐린 주사를 놓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김미영 1형당뇨병환우회 회장은 “영유아와 저학년은 자가 주사를 놓는 것이 어렵고 위험하기 때문에 어른의 도움이 특히 더 필요하다”며 “1형 당뇨병 학생의 투약을 돕고 싶은 보건선생님들도 분명 있는데, 그분들을 보호할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고 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교육시설 내 인슐린 주사와 관련해 환우회, 교육청, 보건교사단체 등을 만나 애로사항을 듣고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예린 기자 floy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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