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터뷰]소프라노 박혜상 "슬퍼 말라…사는 동안 빛나라"

CBS노컷뉴스 문수경 기자 2024. 2. 8.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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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도이치 그라모폰서 두 번째 정규 앨범 '숨' 발매
2월 13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서 리사이틀 '숨'도
소프라노 박혜상. 유니버설뮤직 제공
"결코 슬퍼하지 말라. 살아있는 동안 빛나라."(세이킬로스의 비문)

소프라노 박혜상(36)이 최근 도이치 그라모폰(DG)에서 두 번째 정규앨범 '숨'((Breathe)을 발매했다. 2020년 낸 첫 번째 앨범 '아이 엠 헤라'(I AM HERA) 이후 4년 만이다. 한국은 물론 아시아권에서 DG와 전속계약을 맺은 성악가는 그가 유일하다.

삶과 죽음에 대한 통찰이 담긴 이번 앨범의 콘셉트는 '살아있는 동안 빛나자'다. 박혜상은 지난 5일 서울 서초구 코스모스홀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이던 2년 반 전 앨범 작업을 시작했다. 좋아하는 사람들을 잃고 부정적인 마음이 가슴을 채우면서 왜 사는가, 죽음 이후에는 무엇이 있는가를 고민하게 됐다"고 말했다.

"원래 사람이 죽음을 받아들이는 5단계(부정·분노·협상·우울·수용)의 감정 변화를 스토리라인으로 만들려고 했어요. 그런데 죽음에 대해 묵상하다 보니 제가 자꾸 동굴로 들어가는 느낌이 들었죠. 사람들이 어두운 노래를 듣고 싶어할까 고민됐어요."

그때 우연히 세이킬로스의 비문에 관한 이야기를 접했다. "'결코 슬퍼하지 말라. 살아있는 동안 빛나라'. 서기 1~2세기, 고대 유적지에서 발견된 묘비 문구 중 일부로 세이킬로스가 아내를 잃고 남긴 악보의 가사예요. 이 이야기를 듣고 힐링됐고 세이킬로스 같은 마음으로 세상을 살아보자는 다짐을 담아 앨범을 만들게 됐죠."

소프라노 박혜상. 유니버설뮤직 제공

박혜상은 앨범을 준비하던 2022년 8월,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었다. 25일간 혼자서 하루 20~30km씩 걸으며 외로웠지만 깨달음을 얻었다. "살면서 많은 것이 필요하지 않구나, 사람의 회복력과 의지는 대단하구나 싶었어요. 잠깐 내려놨을 때 평안함괴 행복, 감사함이 흐른다는 걸 느꼈죠."

앨범 제목을 '숨'으로 정하고 앨범 표지로 물 속에서 숨 쉬는 사진을 택한 것도 산티아고 순례길에서의 영적 경험 때문이다. "앨범 녹음을 마치고 물 속으로 사라지는 꿈을 꿨는데 충만함을 느꼈어요.

그는 내친 김에 태국으로 건너가 프라다이빙 코스를 이수했고 직접 수중 촬영에 임했다.

"이번 앨범에 모든 것을 쏟아부었어요. 혼자만 간직하고 싶은 개인적인 이야기가 담겨 있어 아무도 안 들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어요. 한편으로는 사람들에게 위안과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는 마음도 들어요. 두 가지 마음이 왔다갔다 하네요."

앨범의 첫 곡은 현대음악 작곡가 루크 하워드의 곡 '시편'에 세이킬로스의 비문을 넣은 '당신이 살아있을 동안'(While You Live)이다. 고레츠키 교향곡 3번 '슬픔의 노래' 비반코스의 '보컬 아이스' '마스네: 아베마리아' 우효원의 한국 가곡 '어이 가리' 등을 수록했다.

"앨범에 담긴 음악 장르는 다르지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똑같아요. '사랑하자. 슬퍼하지 말고 빛나게 살자. 죽음은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것이니'."

레퀴엠(죽은 이를 위한 미사곡)인 '어이 가리'에 대해서는 "한국 전통 현악기 아쟁 연주에 목소리를 얹었다"며 "저는 애국심이 강한 사람이 아니지만 한국 가곡을 부르거나 한복을 입으면 자연스럽게 생기는 힘이 있다. 내 뿌리를 알리고 사람들에게 한국에 대한 궁금증을 일으키는 역할을 할 수 있어 감사하다"고 했다.

소프로나 박혜상. 유니버설뮤직 제공

박혜상은 7년 동안의 노마드 생활을 끝내고 최근 한국에 거처를 마련했다. "몇 개월 전까지만 해도 집은 마음 속에 있으니까 마음이 편하면 어디에서든지 행복할 수 있다고 자부했는데 저만의 침대가 생기는 것이 이렇게 좋을 줄 몰랐어요."

바쁜 연주 일정 탓에 그가 1년 동안 집에 있는 시간은 3개월 정도다. 올해 연주 스케줄도 빼곡하다. 런던 필하모닉, LA 필하모닉, 뉴욕 필하모닉 등과 협연하고 파리 오페라극장에서 '코지판투테', 메트로폴리탄 오페라극장에서 '마술피리' 무대에 선다."이렇게 앨범을 내고 오페라 가수로 성공할 거라 생각하지 못했어요. DG와 계약한 유일한 한국인 성악가라는 타이틀이 부담스러우면서도 감사해요. 예전에는 행복해야 한다는 중압감이 많았는데 이번 앨범을 준비하면서 행복에 집착하지 않게 됐어요. 지금처럼 음악을 통해 제가 말하고 싶은 메시지를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습니다."

소프라노 박혜상이 도이치 그라모폰에서 발매한 두 번째 앨범 '숨'. 유니버설뮤직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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