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PF 악재 벌써 끝?… 저PBR 열풍에 증권가 “증권주 사세요”
‘밸류업 프로그램發’ 저PBR 쏠림에 투자의견 바뀌어
기준금리 인하 속도 조절하겠다고 선언한 파월 의장
증권사 부동산 PF 연체율 13.85%…“낙관하긴 일러”
‘기업 밸류업(가치 제고) 프로그램’의 수혜 업종으로 증권주가 주목받는 분위기다. 증권은 은행·보험과 마찬가지로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배 미만인 저평가 업종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부동산 리스크에 발목 잡힌 증권사들이 힘든 2024년을 보낼 것이란 전망이 많았는데, 정부의 투자자 친화적 제도 개선 발표 한 방에 분위기가 바뀌었다. 금리 인하 기대감이 후퇴한 상황에서 너무 섣부른 낙관론이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 “저PBR 수혜…증권주 투자의견 긍정적”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는 증권업에 대해 긍정적인 투자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NH투자증권은 “금융당국이 올해 주요 업무 추진 과제 가운데 하나로 언급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세부 내용이 2월 중 발표될 예정”이라며 “기업 가치 제고에 대한 논의인 만큼 일회성 테마로 끝나진 않을 것이다. 증권업 투자 의견을 ‘긍정적(Positive)’으로 상향한다”고 밝혔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올해 증권업 PBR은 0.5배에 그칠 전망이다. 윤유동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오랜 기간 이어진 증권주의 낮은 PBR은 지속 가능한 성장의 불확실성에서 비롯됐다”며 “은행은 안정적인 이익 창출을 통해 구체적인 주주 환원 계획을 세울 수 있었지만, 증권사는 시황에 따른 이익 변동성이 커 연간 계획을 수립하기 어려웠다”고 했다.
하지만 증권사들도 주주 환원의 중요성을 점차 인지하는 추세여서 정부가 강조하는 주주 가치 제고에 동참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윤 연구원의 판단이다. 그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가 변수라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레고랜드 사태 이후 매 분기 충당금을 쌓고, 부실 채권을 상각하고, 자본 건전성 유지를 위한 유상증자를 했다”며 “보수적인 영업 등으로 주요 증권사의 채무보증비율은 안정권에 들어왔다”고 했다.
신한투자증권도 증권주에 대해 ‘비중 확대’ 의견을 내며 “정부 정책이 증시 부양으로 직결되는 점을 고려할 때 거래대금 증가와 회전율 상승이 기대된다”고 했다. 임희연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PBR이 낮고 상대적으로 유동성이 풍부하면서 주주친화 정책 의지가 강한 종목 주가가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며 키움증권·미래에셋증권·삼성증권 등을 대표적 관련주로 꼽았다.
임 연구원은 부동산 PF 리스크와 관련해서는 “증권사의 자기자본 대비 부동산 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익스포저(위험 노출액)는 14%, 채무보증 외 직접대출 등을 포함할 경우 총 익스포저는 30% 내외로 추정된다”며 “조정유동성비율은 104%로 증권사 대부분 충분한 손실 흡수 능력을 보유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했다.
◇ 올해 금리 인하 속도 조절한다는데
주식시장에 상장된 증권사 주가는 이미 반응하고 있다. 종가 기준 지난달 24일 9만2900원이던 키움증권 주가는 이달 7일 11만원으로 올랐고, 미래에셋증권 주가는 같은 기간 6790원에서 8660원으로 상승했다. 삼성증권도 3만5750원에서 3만9550원으로 올랐다.
하지만 증권업계를 바라보는 시선이 다소 낙관적으로 바뀐 데 대해 시장 일각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증권사를 ‘돈맥경화’ 위기에 빠뜨린 주범이 고(高)금리인데, 올해 금리가 시장 기대만큼 빠른 속도로 낮아지진 않을 것으로 보여서다.
지난 4일(현지시각)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CBS와 인터뷰에서 “시장이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를 줄여야 한다”며 “인플레이션이 2%까지 떨어진다고 확신하려면 더 많은 증거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 발언 직후 1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은 4.17%로 치솟았다. 파월 의장은 앞서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기자회견에서도 3월 금리 인하 가능성을 일축한 바 있다.
올해 금리 인하 속도와 인하 폭이 시장 기대에 못 미친다는 건, 증권사의 부동산 PF 관련 익스포저가 단기간에 해결되지 않을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해외 부동산 펀드 규모는 11조6000억원에 달한다. 또 2018년 이후 해외 부동산 공모펀드에 투자한 개인 투자자는 2만7187명, 투자 규모는 1조478억원이다. 이 가운데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펀드 투자 규모는 총 8747억원이다.
증권사는 부동산 PF 대출에 발목이 잡힌 상황이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2023년 3분기 말 기준 금융권의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은 전 분기(2.18%)보다 0.24%포인트(p) 상승한 2.42%다. 연체율은 2022년 말 1.19%였는데, 9개월 만에 2배가량 치솟았다. 특히 증권사 연체율은 13.85%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저축은행(5.56%)·여전사(4.44%)·상호금융(4.18%)·보험(1.11%)·은행(0%) 등보다 문제가 훨씬 심각하다는 뜻이다.
정효섭 한국기업평가 금융2실 책임연구원은 “2024년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PF 익스포저는 약 15조원 수준”이라며 “대형 증권사와 중소형 증권사 간 리스크 대응력에 차이가 있는 만큼 자기자본 대비 PF 비중 등에 따라 위험 관리 상황을 관찰해야 한다”고 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李 ‘대권가도’ 최대 위기… 434억 반환시 黨도 존립 기로
- 정부효율부 구인 나선 머스크 “주 80시간 근무에 무보수, 초고지능이어야”
- TSMC, 美 공장 ‘미국인 차별’로 고소 당해… 가동 전부터 파열음
- [절세의神] 판례 바뀌어 ‘경정청구’했더니… 양도세 1.6억 돌려받았다
- 무비자에 급 높인 주한대사, 정상회담까지… 한국에 공들이는 中, 속내는
- 금투세 폐지시킨 개미들... “이번엔 민주당 지지해야겠다”는 이유는
- 5년 전 알테오젠이 맺은 계약 가치 알아봤다면… 지금 증권가는 바이오 공부 삼매경
- 반도체 업계, 트럼프 재집권에 中 ‘엑소더스’ 가속… 베트남에는 투자 러시
- [단독] 中企 수수료 더 받아 시정명령… 불복한 홈앤쇼핑, 과기부에 행정訴 패소
- 고려아연이 꺼낸 ‘소수주주 과반결의제’, 영풍·MBK 견제 가능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