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기 손흥민의 마지막 아시안컵, 그래서 더 아쉬운 패배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지휘하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7일(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의 아흐마드 빈 알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요르단과의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준결승전에서 0-2로 패해 탈락했다.
‘캡틴’ 손흥민(토트넘)은 패배 후 고개를 들지 못했다. “죄송하다”는 말을 계속 반복했다. 경기 직후에는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그에게 4강전 결과는 단순한 패배 그 이상의 충격이었다.
손흥민에게 이번 대회는 4번째 아시안컵이다. 처음 출전한 것은 2011년 1워 카타르에서 열린 아시안컵이었다. 당시 겨우 18살이었던 그는 인도전에서 A매치 데뷔골을 터뜨렸다. 손흥민이라는 어린 선수가 단숨에 한국 축구의 희망으로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이 골은 아시안컵 역사상 최연소 득점 기록이기도 해?ㅆ다.
그 대회에서 한국은 4강에서 일본에 승부차기 끝에 패했지만 3·4위전에서 우즈베키스탄을 이기고 3위를 차지했다. 비록 우승은 하지 못했지만 손흥민이 아시안컵 정상을 차지할 기회는 얼마든지 열려있는 듯 보였다.
이후 손흥민은 계속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2015년 호주에서 열린 아시안컵에서 그는 당당히 대표팀 에이스로 발돋움했다. 최전방 공격을 책임지면서 3골을 기록했다. 비록 결승에서 개최국 호주에 연장 접전 끝에 무릎을 꿇기는 했지만 손흥민이 보여준 투혼은 온 국민을 감동시키기에 충분했다.
2019년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열린 아시안컵은 손흥민에게 익몽이었다. 아시안게임 차줄 과정에서 토트넘과 맺은 합의로 인해 손흥민은 처음부터 대표팀에 합류하지 못했다. 대신 중국과의 조별리그 3차전을 앞두고 UAE로 날아왔다
컨디션이 좋을리 없었다. 중국전에서 대표팀의 2골을 견인하기는 했지만 정작 중요한 16강전과 8강전에서 손흥민의 활약은 두드러지지 않았다. 손흥민이 출전한 3경기에서 그가 기록한 유효슈팅은 단 2개 뿐이었다.
아무리 힘들어도 좀처럼 티를 내지 않는 손흥민이 대회가 끝난 후 “이 곳에서 몸상태가 좋았던 적이 없었다. 한 번도 잠을 편하게 자지 못했다”고 고백할 정도로 컨디션이 최악이었다.
그리고 손흥민의 축구 인생에서 네 번째 아시안컵이 찾아왔다. 올 시즌 EPL에서 12골을 기록할 만큼 절정의 기량을 뽐내는 중이었다. 일찌감치 대표팀에 합류해 몸상태도 문제가 없었다. 이강인(파리생제르맹),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황희찬(울버햄프턴) 등 든든한 후배들도 옆에 있었다. 손흥민이 첫 아시안컵 우승을 이룰 절호의 기회였다.
하지만 그 바람은 이번에도 물거품이 됐다. 호주와 8강전에서 경기 종료 직전 동점골 페널티킥을 유도하고 연장전에서 프리킥 결승골을 터뜨리는 등 대회 내내 분전했지만 뜻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손흥민이 넣은 3골 중 2골은 페널티킥, 1골은 프리킥 직접 슈팅에 이은 득점이었다.
무엇보다 요르단과 4강전에서 이렇다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한 것이 뼈아팠다. 손흥민은 전반전에 겨우 15차례만 공을 잡았다. 손흥민에게 공이 제대로 연결되지 않으니 공격이 잘 풀릴리 없었다. 차라리 후방에서 한번에 손흥민에게 공을 연결하는 단순한 플레이가 펼쳐졌다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손흥민은 전세계 축구팬이 누구나 아는 월드클래스로 자리매김했다. 세계 최고 리그인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도 최정상급 공격수로 인정받다. 그는 곧 한국 축구의 발전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존재다.
하지만 아시안컵은 손흥민에게 계속 아픈 손가락으로 남게 됐다. 다음 아시안컵은 2028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린다. 그때가 되면 손흥민의 나이는 36살이 된다. 국가대표 은퇴를 선언하거나 몸상태에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면 그때도 태극마크를 달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30대 후반에 접어드는 손흥민이 지금처럼 절정의 기량이나 운동능력을 보여줄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그래서 이번 아시안컵은 더 아쉬움이 크게 남을 수밖에 없다.
손흥민은 “내가 대표팀을 계속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클린스만 감독님이 나를 더 이상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다. 앞으로의 미래는 모른다”라고 말했다. 물론 대표팀 은퇴를 고려하는 의미는 아니었지만 이번 대회를 통해 큰 실망과 과절을 느낀 것은 틀림없어 보인다.
이석무 (sports@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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