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저블루의 심장’ 커쇼, 그의 혈관에는 여전히 푸른 피가 흐른다[슬로우볼]
[뉴스엔 안형준 기자]
커쇼의 시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LA 다저스와 클레이튼 커쇼는 2월 7일(한국시간) FA 계약에 합의했다. 아직 신체검사 절차가 남아있지만 최소 2년의 기간이 보장되는 계약인 것으로 알려졌다. 2024시즌이 끝난 뒤 2025시즌에는 커쇼가 선수 옵션을 실행할지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커쇼는 현재 부상에서 회복 중이다. 이번 오프시즌 어깨 수술을 받았고 당장 마운드에 오를 수 없다. 커쇼가 빅리그 마운드로 돌아오는 것은 빨라야 오는 8월. 지난 2년 연속으로 단년 계약만을 맺은 커쇼가 다년 계약을 맺은 것은 이 부상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번 계약으로 커쇼는 다저스에서 17번째 시즌을 맞이하게 됐다. 다저스의 '푸른 심장'이나 마찬가지인 커쇼는 계속해서 다저스를 위해 뛰게 됐다.
1988년생 커쇼는 다저스가 2006년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7순위로 지명한 선수다. 텍사스주 댈러스 출신인 커쇼는 굉장한 기대주였고 2007년 싱글A와 더블A에서 뛴 후 2008년 시즌을 더블A에서 시작했지만 5월 트리플A를 건너뛰고 빅리그에 데뷔했다. 그리고 곧장 빅리그 로테이션에 정착했다.
데뷔시즌에는 22경기 107.2이닝, 5승 5패, 평균자책점 4.26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제구도 불안했고 탈삼진 능력도 아주 뛰어나지는 않았다. 하지만 커쇼가 비상하는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커쇼는 2년차 시즌이던 2009년 31경기 171이닝, 8승 8패, 평균자책점 2.79를 기록했고 이 시즌을 시작으로 10년 연속 3.00 미만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2010년 처음으로 200이닝과 10승을 넘어섰고 2011년에는 21승, 233.1이닝, 평균자책점 2.28, 248탈삼진으로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하며 사이영상을 거머쥐었다. 2011-2014시즌 4년 연속 메이저리그 전체 평균자책점 1위를 기록했고 2013년, 2014년 2년 연속으로 사이영상을 차지했다. 그리고 2014년에는 MVP까지 거머쥐며 1968년 이후 첫 내셔널리그에서 MVP를 차지한 투수가 됐다. 4년 연속 평균자책점 1위도 역대 최초였다.
2015년 메이저리그 최다인 232.2이닝을 투구한 커쇼는 2011-2015시즌 5년 동안 159경기 1,128이닝, 88승 33패, 평균자책점 2.11의 경이로운 성적을 썼다. 당시 메이저리그가 투고타저의 흐름을 타기는 했지만 커쇼는 그 중에서도 격이 달랐다. 해당기간 450이닝 이상을 투구한 131명의 투수 중 커쇼 다음으로 평균자책점이 낮은 선수는 조니 쿠에토. 쿠에토의 2011-2015시즌 평균자책점은 2.71로 커쇼와 차이가 0.60이나 됐다.
물론 커쇼도 영원하지는 않았다. 2015시즌은 커쇼가 마지막으로 완전히 건강했던 시즌이었다. 커쇼는 2016년부터 매년 부상자 명단에 올랐고 이후 단 한 번도 180이닝 이상을 던지지 못했다. 2016-2023시즌 8년 동안 규정이닝은 단 두 번 밖에 소화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커쇼가 기량을 잃은 것은 아니었다. 비록 건강은 지키지 못했지만 기량은 여전했다. 커쇼는 2016-2023시즌 8년 동안 181경기 1,101.2이닝을 투구했고 96승 36패, 평균자책점 2.55를 기록했다.
커쇼는 다저스 유니폼을 입고 뛴 16시즌 동안 통사 425경기에 등판해 2,712.2이닝을 투구했고 210승 92패, 평균자책점 2.48, 2,944탈삼진을 기록했다. 통산 10번이나 올스타에 선정됐고 3차레 사이영상, 1차례 MVP를 수상했으며 평균자책점 1위 5회, 다승왕 3회, 탈삼진왕 3회를 기록했다.
커쇼는 2008년 이후 메이저리그 전체에서 가장 높은 fWAR(75.8)를 기록한 투수고 가장 낮은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선발투수다. 현역 선발투수 평균자책점 1위가 바로 커쇼. 커쇼가 데뷔한 2008년 이후 메이저리그에서 1,500이닝 이상을 투구한 선발투수 56명 중 통산 평균자책점이 3.00 미만인 선수는 커쇼 단 한 명 뿐이다. 기준을 1,000이닝으로 낮춰도 통산 소화 이닝이 커쇼의 절반 수준인 제이콥 디그롬(1,356.1이닝)이 통산 평균자책점 2.53을 기록했을 뿐이다.
다저스 역사에서도 커쇼는 단연 손꼽히는 선수다. 지난해 통산 210승 고지에 오르며 돈 드라이스데일(209승)을 넘어선 커쇼는 다저스 역대 최다승 2위 투수다(1위 돈 서튼 233승). 다저스 유니폼을 입고 커쇼보다 많은 탈삼진을 기록한 투수는 단 한 명도 없다. 그리고 다저스 역사상 커쇼보다 높은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도)를 기록한 선수도 없다.
포스트시즌에서 반복돼 나타난 아쉬운 모습으로 인해 일각에서는 '커쇼의 시대' 다저스가 단축시즌 한 번 밖에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하지 못한 것이 커쇼의 탓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포스트시즌의 아쉬움이 커쇼라는 대투수의 위대함을 가릴 수는 없다.
다저스와 동행을 결정한 커쇼는 역사적인 기록들을 바라본다. 다저스 팀 역대 최다승 기록에 23승이 남아있고 메이저리그 역대 20번째이자 다저스 팀 최초 3,000 탈삼진 기록에도 단 56개만을 남겨두고 있다. 부상으로 빨라도 8월에야 복귀가 예상되는 올해 이 기록들을 달성하지 못하더라도 2025시즌에는 충분히 노려볼 수 있다.
지난 10월 LA 타임즈가 팬 투표로 등으로 선정한 '역대 가장 위대한 다저스 멤버' 순위에서 커쇼는 4위에 올랐다. 다저스를 넘어 메이저리그 역대 최고의 좌완 투수로 손꼽히는 샌디 쿠팩스가 1위, 메이저리그의 역사를 바꾼 최초의 흑인 선수 재키 로빈슨이 2위, '다저스의 목소리'였던 빈 스컬리가 3위였다. 1-3위가 현대의 선수들이 넘어서기 쉽지 않은 상징성을 가진 인물들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커쇼는 다저스 역사상 가장 뛰어난 선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건강을 잃고 다저스와 단년 계약을 맺는 일이 반복되며 커쇼가 '고향 팀'인 텍사스 레인저스로 향하는 것이 아니냐는 시선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커쇼는 여전히 자신에게는 다저블루의 푸른 피가 흐른다는 것을 다시 알렸다. 과연 다저스와 동행을 이어가는 커쇼가 앞으로 어떤 행보를 보일지 주목된다.(자료사진=클레이튼 커쇼)
뉴스엔 안형준 markaj@
사진=ⓒ GettyImages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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