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원의 센터서클]'잃어버린 1년' 클린스만, '해줘 축구'의 허상…정몽규 회장 결단 내려야
[스포츠조선 김성원 기자]첫 단추부터 잘못뀄다. 14개월 전 카타르월드컵은 '환희의 무대'였다. 2010년 남아공대회 이후 12년 만의 월드컵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그러나 그 기쁨은 '2701호 논란'에 묻혔고, 연쇄적인 충격파가 이어졌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떠난 자리를 메울 차기 사령탑 선임도 어긋났다.
A대표팀 감독 선임은 4년 주기 월드컵은 물론 한국 축구 미래의 방향타다. 선수들의 입김이 작용해선 안되는 자리다. 어떤 목표와 철학을 추구하느냐에따라 그림이 달라진다. 하지만 아무런 담론없이 길이 정해졌다. '보이지 않는 손'의 힘까지 더해져 출발부터 '외국인 감독'이었다. 그리고 이름값으로는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독일 축구의 전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한국 축구와 만났다.
고국에선 '전술없는 지도자'로 이미 낙인찍힌 클린스만 감독이었다. '한국 축구의 명복을 빈다', 독일 축구팬의 조롱도 귓가를 어지럽혔다. 그렇다고 시작부터 재를 뿌릴 순 없었다. 이왕 사령탑에 선임된만큼 모든 것이 기우이길 바랐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기대는 우려로 퇴색됐다. "대표팀 감독으로 대한민국에서 상주하는 것은 당연하다." 취임 일성에서 내건 '국내 상주' 약속은 얼마가지 못해 헌신짝처럼 버려졌다. 어느 순간 자택이 있는 미국의 '재택 근무'은 당연시됐다.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 한국 축구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새 감독이 취임하면 으레 '흙 속의 진주'를 꿈꾼다. 클린스만 감독 체제에선 그 흔한 '황태자'도 자취를 감췄다. '레전드 놀이'도 충격이었다. 웨일스와의 A매치 후 아들의 부탁에 주장 아론 램지(카디프시티)에게 유니폼을 요청한 것을 거리낌없이 자랑하는 모습에선 일말의 희망도 사라졌다. 웬만해선 A대표팀 감독에게 등을 돌리지 않는 '팬심'도 외면하기 시작했다.
마지막 남은 '공약'은 단 하나였다. 결과로 평가받겠다는 것이었다. 그 무대가 이번 카타르아시안컵이었다. 조별리그부터 삐걱거렸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30위 말레이시아(대한민국 23위)와 3대3으로 비긴 것은 이번 대회 최대 이변이라는 '오명'을 낳았다. 1승2무, E조 2위로 첫 관문을 통과한 것은 당초 그린 그림이 아니었다. 힘겨운 여정은 사우디아라비아와의 16강전(1<4PK2> 승)과 호주와의 8강전(2대1 승)에서도 이어졌다. 두 차례 120분 연장 혈투에 이은 영화같은 '극장승'에 잠시 눈이 가려졌을 뿐이다. 3경기 연속 기적은 없었다. 대명사였던 '좀비 축구'의 수명이 다했다. 요르단전이 클린스만호의 민낯이었다. 요르단은 조별리그 2차전에서 이미 경험한 상대다. 간판이자 프랑스 리그1 몽펠리에에서 활약 중인 무사 알타마리와 '주포' 야잔 알나이마트를 봉쇄해야 한다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상대를 어떻게 공략할지에 대한 구상은 '맛'이라도 보여야 한다.
그러나 클린스만 감독의 전술은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4-4-2, 4-2-3-1, 3-4-3, 4-3-3 등, 온갖 '숫자놀이'만 허무하게 춤을 췄다. 그의 축구는 손흥민(토트넘) 이강인(파리생제르맹)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등에 기댄 '해줘 축구'가 전부였다. 요르단과의 4강전에서 경고 누적으로 결장한 김민재의 경우 '카드 세탁'에 대한 고민의 흔적도 보이지 않았다. 로테이션을 바라는 것도 사치였다. 스스로 화를 자초했고, '유효슈팅 제로'의 대참사는 클린스만 축구의 현재다.
클린스만 감독은 물러날 뜻이 없다고 한다. '분석과 논의'를 통해 2026년 북중미월드컵을 향한 새 출발도 다짐했다. 그러나 아시아 무대에서 이 정도 '클래스'다. '해줘 축구'로 세계와 부딪히면 더 큰 화를 부를 수 있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도 그 심각성을 인지해야 한다. 정확한 현실 진단 없이 클린스만 감독을 '감싸고 돌기'에만 급급한다면 이는 직무유기다. 여론의 더 큰 저항에 직면할 수 있다.
클린스만 감독의 한계는 명확하다. 그의 축구에는 철학도, 미래도, 스토리도 없다. 한국 축구는 클린스만 감독에게 더 이상 시간을 허비해선 안된다. '이별'은 빠를수록 좋다. 또 존재 자체가 '의문'인 미하엘 뮐러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장도 정리가 필요하다. 정몽규 회장의 빠른 결단이 요구된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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