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이커머스, 韓 본격 침공…'수수료 제로' 알리의 파상공세
중국 알리바바의 해외 서비스 알리익스프레스가 국내 판매자들을 입점시키기 위해 '수수료 면제' 정책을 꺼내들었다.
단순히 중국의 초저가 상품을 판매하는 것을 넘어 막강한 자본력을 통해 국내 유명 제조사부터 집객 역량을 갖춘 셀러까지 포섭하며 한국 이커머스 시장을 전방위 겨냥하는 양상이다.
7일 알리익스프레스는 국내 상품을 판매하는 '케이베뉴(K-venue)'에서 함께할 국내 판매자들을 모집한다면서 이들에게 입점수수료와 판매수수료 면제 혜택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이커머스가 판매자들에게 받는 수수료는 일종의 자릿세다. 판매자가 이커머스라는 채널에서 물건을 팔기 위해 매출의 10~20% 가량을 수수료로 내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커머스 업체들에게는 이러한 수수료가 핵심 수입원이다. 기본적인 홈페이지·앱, 결제 방식 등에 대한 유지·보수, 프로모션, 인건비 등에 투입되는 비용을 뺀 나머지가 이익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알리가 이러한 수수료를 안 받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국내 판매자들이 물건을 팔 때마다 오히려 비용이 들어가는 '땅 파서 장사'가 되는 셈이다.
이미 케이베뉴에는 LG생활건강, 애경산업, 한국P&G 등 국내 주요 제조사가 입점해는데, 제조사 입장에서는 수수료 부담을 덜고 추가 마진을 챙길 수 있는 기회이기에 마다할 이유가 없는 조건이다. 한 제조사 관계자는 "업체 입장에서는 어떤 채널에 들어가든지 더 많은 매출을 올릴 수 있다면 당연히 입점을 검토하는 것"이라며 "추가적인 매출의 기회가 될 수 있는 셈"이라고 말았다.
특히, 알리는 국내 주요 제조사들은 물론, 기업 규모에 차등을 두지 않고 사업자등록증·통신판매업신고증이 있는 판매자라면 모두 입점 신청을 받기로 했다.
알리의 약점으로 지목되는 중국산 저품질 제품에 대한 거부감을 국내 유명 제조업체들의 제품을 함께 판매하는 것으로 해소하고, 소비자에게 온라인 영업 역량을 갖춘 판매자들의 제품을 접하게 하며 자연스럽게 중국산 제품 구매까지 유도하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알리가 국내 브랜드 제품을 판매하면서 중국산 제품에 대한 후광효과를 노리는 것으로 보인다"며 "한국 제조사, 한국 셀러들의 우수한 제품도 판매한다며 소비자들의 거부감을 낮춰 시장에 안착하기 위해 공격적으로 마케팅 비용을 쏟아 붓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막대한 비용을 통해 무슨 수를 쓰든 소비자들을 끌어모으려는 중국발 이커머스의 거침없는 행보는 미국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지난달 30일 파이낸셜타임즈(FT) 보도에 따르면, 중국 이커머스 테무는 지난해 미국에서 4조원 규모의 온라인 광고비를 집행했다. 테무의 미국 내 점유율은 아직 1% 수준에 불과하지만, 일반적인 이커머스 업체가 집행할 수 있는 차원에서 벗어난 금액을 쏟아 붓고 있는 셈이다.
중국 이커머스 업체들이 파격적인 행보를 지속하는 배경에는 '팔아야 되는 물건이 너무 많다'는 중국발 공급 과잉 이슈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나 배터리 등 첨단산업 분야의 과잉 외에도 일반 제조업에서도 공급이 넘쳐난다는 징조가 나타나고 있다.
중국의 세관당국인 해관총서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가방류 수출량은 전년보다 13.5% 늘어났는데, 수출 금액은 3.9% 늘어나는 데 그쳤다. 신발의 경우 같은 기간 수출량이 2.5% 감소했는데, 수출 금액은 12.6% 감소하는 등 수출량과 수출 금액 변동에 큰 차이가 존재했다.
이는 재고를 덜기 위해 해외에서 가격을 낮춰 판매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도 지난해 11월 중국 무역통계에 기반해 수출 단가를 확인할 수 있는 17개 품목 가운데 12개 품목의 가격이 전년 동월 대비 하락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경제 성장이 더뎌지면서 생산은 계속되는데 소비력이 따라가지 못하면서, 이커머스 업체들이 쌓인 재고를 해외에 푸는 첨병 역할을 맡은 것이라 본다"며 "돈이 급한 것이 아니라 자국 내 생산 시스템 유지를 위해 판로를 열고 얼마를 받든 파는 것이 급선무이기 때문에 대대적인 마케팅 공세는 더 나타날 수 있다고 본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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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황영찬 기자 techan92@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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