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 깬 실적…주가만 上上
계절성 감안해도 유독 부진…올해 전망치 한달새 4.4% ↓
정부 부양정책에 '불장'
저평가주 중심으로 급등세…"실적과 괴리, 변동성 유의"
상장사 10곳 중 7곳은 지난해 4분기 실적이 전망치를 하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망치를 10% 넘게 밑돈 '어닝 쇼크' 기업도 전체의 60%에 달했다. 정부의 증시 부양책 기대감으로 인한 주가 강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실적 눈높이는 지속적으로 내려가고 있어 기대와 실적 간 괴리에 따른 주가 변동성에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전날까지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발표한 상장사 중 컨센서스(실적 전망치 평균)가 존재하는 기업은 198곳으로 이중 73.7%인 146개 기업은 컨센서스를 하회하는 실적을 발표했다. 198개 기업의 영업이익 합계는 총 20조6737억원으로 예상치였던 27조6448억원을 25.22% 하회했다.
전망치를 10% 이상 하회한 '어닝 쇼크' 기업만 따져도 전체의 59.6%인 118곳에 달했다. 4분기 실적이 부진할 것이란 우려로 지난해부터 꾸준히 컨센서스 하향 조정이 이뤄졌지만 실제론 우려했던 것보다 상황이 더 좋지 않았다.
통상 4분기는 각종 일회성 비용 반영과 자산 상각 등의 이슈가 발생하면서 실적이 부진한 경우가 많다. 새해가 시작되기 전에 손실을 미리 반영하는 빅베스도 연말에 빈번하게 이뤄진다. 하지만 4분기 계절성을 감안해도 다른 해와 비교할 때 이번 4분기 실적은 유독 부진하다. 메리츠증권에 따르면 최근 10년 평균 4분기 실적이 전망치를 하회한 비율은 18.7%인데 이번 4분기는 전망치를 25% 하회했다.
어닝 쇼크는 반도체, 2차전지, 건설, 화학, 제약 등 업종을 가리지 않고 다발적으로 발생했다. 시작은 삼성전자였다. 지난달 9일 잠정실적을 발표한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34.4% 감소한 2조8000억원이었다. 4조원대 이상을 예상했던 증권가 컨센서스를 대폭 하회하는 실적이었다. 메모리 반도체의 적자 축소에도 비메모리 부문의 부진이 지속되며 기대치를 하회했다는 분석이다.
2차전지 기업들은 급격한 리튬 가격 하락의 영향을 피할 수 없었다. 엘앤에프는 지난해 4분기 280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전망치(69억원)를 대폭 하회했다. 에코프로비엠과 천보, 포스코퓨처엠 등 다른 2차전지 업체들도 어닝 쇼크를 기록했다.
건설 업종에서는 GS건설과 코오롱글로벌이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며 시장 기대치를 하회했다. 조선 업종에서는 현대미포조선과 한화오션이 영업손실을 발표하면서 흑자를 예상했던 시장의 기대치를 밑돌았다.
증권사들은 대규모 충당금이 문제가 됐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해 4분기 100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삼성증권도 28억원 적자를 나타냈다.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등 사업 리스크를 미리 손실로 반영한 영향이다.
4분기 실적이 기대치를 대거 밑돌면서 올해 실적 전망도 점차 어두워지고 있다. 컨센서스가 존재하는 175개 상장사의 올해 예상 영업이익 합계는 231조1412억원으로 1주일 전보다 2.2% 낮아졌고 1달 전보다는 4.4% 하향 조정됐다.
전년 대비로는 영업이익이 60.4%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 실적 개선 기대감은 여전하지만 주가가 이를 대부분 선반영했다는 점에서 추가적인 실적 추정치 조정이 나타날 경우 증시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최근에는 정부의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정책 기대감에 저BPR(주가순자산비율) 종목 중심으로 주가가 급등하면서 고점 부담은 커지고 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전에 비해 순조롭지 못한 4분기 실적으로 올해 이익 성장이 나올 것이란 기대감이 후퇴하면서 증시 밸류에이선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이익 전망 하향 조정은 향후 1개 분기 동안 매크로(거시경제) 상황 변화를 반영하면서 점진적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사무엘 기자 samuel@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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