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각국 군 관련 온실가스 ‘쉬쉬’…추정치는 ‘러시아 배출량’과 맞먹어
A. 정확히 알기는 어렵습니다. 한국을 비롯한 많은 국가들이 ‘국가 안보와 관련이 있다’는 이유 등으로 군사부문 온실가스를 제대로 측정·공개하지 않기 때문이죠.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에 이를 보고하는 것도 ‘의무’는 아닙니다.
2022년 11월, 영국 시민단체 ‘분쟁과 환경 관측소’(CEOBS)와 영국에 기반을 둔 과학단체 ‘지구적 책임을 위한 과학자’(SGR)는 ‘군 온실가스 배출량 추정’이라는 보고서를 냈습니다. 보고서에는 군이 직접 연료를 연소해서 배출하는 직접 배출량(스코프1)과 군이 구입한 전력과 열을 만들 때 나오는 간접 배출량(스코프2)을 더한 온실가스 배출량이 5억tCO2eq(이산화탄소환산량)로 추정된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여기에 군 공급망을 통한 배출량(스코프3)까지 포함하면 군이 배출하는 온실가스는 총 27억5천만tCO2eq에 달할 것이라고 추정했습니다. 전 세계 배출량의 5.5% 수준으로, 국가로 치면 중국(2022년 기준 156억8500만tCO2eq)과 미국(60억1700만tCO2eq), 인도(39억4300만tCO2eq) 다음입니다. 6위인 러시아(25억8천만tCO2eq)와 배출량이 비슷합니다.
이 단체들이 군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추정’해야 했던 이유는 군사 부문 온실가스 배출량 보고가 투명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당사국들은 1997년 교토의정서를 체결하며 군사 부문 보고를 빼기로 했고, 2015년 파리협정에서는 ‘자발적’으로 보고하자고 합의했습니다. 군과 군사활동 정보를 공유하면 ‘국가 안보’를 위협할 수 있다는 논리에 따른 것입니다.
실제 분쟁과 환경 관측소가 2022년 6월 전 세계에서 군사비를 많이 지출하는 상위 20개 국가의 군사 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을 정리한 보고서를 보면, 인도와 사우디아라비아, 일본, 이스라엘, 브라질, 튀르키예, 이란, 폴란드 등 8개국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보고하지 않았습니다. 같은 단체는 지난해 11월30일 분석 내용을 업데이트하면서 “흥미로운 점은 아일랜드와 일본, 뉴질랜드는 모두 유엔기후변화협약에 군사 배출량을 보고하지 않았지만, 자국 국방부 보고서에는 군사 부문 배출량 일부를 보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 나라들이 유엔기후변화협약의 국제 보고 ‘면제’를 활용하고 있음을 지적한 것입니다.
일부 국가들이 자발적으로 보고한 군사 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은 ‘1에이(A)5 미분류부문’ 항목에 기재됩니다.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의 ‘2022 국가온실가스 인벤토리 보고서’를 보면, 한국의 ‘1에이5 미분류부문’ 배출량은 311만5천tCO2eq(2018년)→294만1천tCO2eq(2019년)→290만7천tCO2eq(2020년)입니다. 보고서에는 간접배출량(스코프2)은 제외돼 있다고 쓰여 있어, 사실상 군의 직접 배출량만 보고하고 있는 셈입니다. 황인철 녹색연합 기후에너지팀장은 지난 5일 한겨레에 “우리나라 군의 시설 및 수송 과정에서 배출하는 양이 얼마인지 등 세부적인 내용이 전혀 없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정부는 유엔기후변화협약의 요구에 맞춰 보고 내용을 작성하고 있다는 입장입니다. 정은해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장은 “군사 부문의 배출량을 거꾸로 환산하면 우리 군이 얼마나 많은 탱크를 가지고 있는지 같은 국가 기밀로 연결될 수가 있다”며 “어떤 나라도 (온실가스 배출량을) 군사 부문으로 따로 표현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그는 “전체 에너지 통계를 기반으로 배출량을 환산하는 만큼, (별도로 공개하지 않지만) 군 부대 내 배출량이 전체 통계에는 잡혀 있다”고도 했습니다.
우리 군은 2021년 ‘군 온실가스 배출량 산정 및 탄소중립 정책 추진방안’이라는 용역보고서를 통해 처음 군 온실가스 배출량(스코프1+스코프2)을 산정한 적이 있습니다. 송옥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국방부로부터 받은 이 용역보고서 요약본을 보면, 우리 군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2017~2020년 사이 377만3892tCO2eq→346만9815tCO2eq→350만4685tCO2eq→388만4373tCO2eq 수준이었습니다. 2020년 보고 내용을 보면, 육군이 158만8112tCO2eq으로 가장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했고, 공군(133만8206tCO2eq), 해군(85만4206tCO2eq), 해병대(10만3849tCO2eq) 순으로 뒤를 이었습니다. 2020년 군 온실가스 총배출량은 ‘공공부문 온실가스 에너지 목표관리제’ 대상인 전국 783개 기관의 전체 배출량(370만tCO2eq) 보다 많았습니다.
다만 이런 군사 부문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정식 통계로 관리되고 있지 않습니다. 위에 제시된 2017~2020년 통계는 ‘2050 탄소중립 추진전략’ 발표를 앞두고 정부가 현황 파악을 위해 일회적으로 연구용역을 준 것일 뿐입니다. 국방부는 지난 6일 “그 이후 군사 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을 산정한 것은 없다”고 밝혔습니다.
온실가스 감축을 제대로 하기 위해선 군사 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은 투명하게 보고·추적하는 게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정부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2018년 대비 40% 줄이기로 했는데, 지금 같은 상황에선 군사 부문 계획은 구체적으로 논의할 수도 없기 때문입니다.
군사 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이 제대로 공개되지 않는 가운데, 전 세계 국가들의 군사비 지출은 매년 신기록을 경신하며 증가하고 있습니다. 스웨덴 싱크탱크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 자료를 보면, 2021년(2조1130억달러, ) 처음으로 2조달러를 넘어선 데 이어, 2022년에는 2조2400억달러(약 2900조원)로 더 불어났습니다. 중국을 제외한 모든 개발도상국이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고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필요한 연간 비용(2조달러)보다 더 많은 금액입니다. 군사 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지 않고, 군사비로 쓰이는 천문학적 금액을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데 쓰지 않고도, ‘1.5도 목표’가 가능할 지 의문입니다.
기민도 기자 key@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명품백 논란에 “매정하게 못한 것”…윤 대통령 사과는 없었다
- 맨유 출신 영국인 K리거 탄생…린가드, FC서울 유니폼 입었다
- ‘대통령실의 방송’ KBS
- 복잡한 파산신청 절차에 비용만 300만원…손 벌리거나 포기하거나
- 명품백 논란에 “매정하게 못한 것”…윤 대통령 사과는 없었다
- [뉴스AS] 오세훈식 ‘용산개발’이 놓친 네가지…공공성·보안·창조·현실성
- 윤 대통령 녹화 대담, 국힘서도 “국민 기대 못 미쳐”
- [단독] 적자 18조…사옥 멀쩡한데 ‘연 7억’ 빌딩 빌리는 서울교통공사
- 소행성 베누는 바다 행성의 조각…‘방울’ 구체엔 생명의 기원 열쇠가
- 이란도 탈락 이변…개최국 카타르에 2-3 역전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