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폭 4년 전 5배, 갈등 불가피…무엇이 달라졌나
코로나 상황 전공의 파업에 28일만 백기
응급실 뺑뺑이·소아과 오픈런' 체감위기↑
전공의 파업 막기 전력…당일 중수본 출범
집단행동 금지·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 등
[세종=뉴시스]이연희 기자 = 정부가 4년 만에 다시 의과대학 정원 확대를 추진한다고 밝히면서 의료계에도 재차 파란이 일고 있다. 증원 규모도 4년 전(400명)보다 5배 늘어난 2000명을 제시한 만큼 이번에도 의료계가 쉽게 수용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만 정부는 이번에는 1년 이상 의료현안협의체를 통해 관련 논의를 이어왔고 지역·필수의료 강화를 위한 정책 패키지를 함께 내놓은 만큼 반발 수위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를 놓지 않고 있다.
8일 뉴시스 취재를 종합하면 윤석열 정부는 4년 전인 지난 2020년 문재인 정부의 400명대 증원안보다 약 5배 많은 2000명 증원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벌써부터 전공의 집단 사직서 제출, 설 연휴(9~12일) 직후 총파업 등 의사단체의 집단행동이 예고됐지만 4년 전처럼 정부가 전공의들의 대규모 집단휴진(파업)에 쉽게 승복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의대 정원은 2006년부터 3058명으로 동결돼 4년 전에도 당시 문재인 정부는 의사 수가 부족해 증원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특히 정부가 의대 증원을 추진한다고 밝힌 시기는 2020년 7월로, 코로나19 유행 초기 감염내과를 비롯한 필수의료 분야 의사와 의사과학자 부족 문제가 부각되던 때였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상황에서 전공의 80% 이상이 참여하는 파업이 장기화되자 정부는 결국 28일 만인 2020년 9월4일 의대 증원 정책을 중단하기로 대한의사협회(의협)와 합의한 바 있다.
4년이 지나 코로나19 일상회복이 이뤄져 코로나19 감염병에 대한 경각심은 완화됐다. 그러나 서울아산병원 간호사 사망, 소위 '응급실 뺑뺑이' 사망, 소아과 오픈런(영업시간 전부터 진료대기) 등이 발생함에 따라 국민들의 체감하는 필수의료 위기는 더욱 고조됐다.
증원 방식도 차이가 있다. 2020년에는 지역의사제와 공공의대 신설을 통해 지역·필수의료 분야 복무의무 부여에 초점을 맞췄다. 이번에는 지역 의대와 정원이 적은 이른바 '미니 의대'를 집중적으로 증원한다는 것이 정부 방침이다.
이번 정부는 늘어난 의대생들이 지역에 남아 복무하도록 하는 유인책으로 지역 의대의 지역인재 전형 선발을 늘려 지역에서 공부하고 자란 학생들이 그대로 지역에서 의사로 활동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넉넉한 보수와 정주여건을 조건으로 장기복무 계약을 맺는 형태의 지역필수의사제도 제시했다.
이 같은 방안은 정부가 의대 증원 발표 5일 전에 내놓은 '필수의료 정책패키지'에 담겼다. 정책패키지에는 ▲의료인력 확충 ▲계약형 지역필수의사제 ▲의료사고 공제·보험 가입 전제 형사처벌 면책 특례 도입 ▲10조원 이상 필수의료 분야 집중 보상 ▲도수치료 등 일부 비급여 항목의 혼합진료 금지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 설치 등이 포함됐다.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은 전날 CBS 라디오 프로그램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필수의료에) 10조원 이상 지원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는데 파업을 하면 어떤 국민이 지지하고 동의해주겠느냐"며 의사들을 향해 "합리적으로 생각해 달라"고 설득했다.
다만 의료계에서는 정책패키지에도 다양한 의사 통제 기전이 깔려 있어 동의하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회장(세브란스병원 응급의학과 전공의)은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의대 정원 확대뿐 아니라 총액계약제를 시사하는 지불 제도 개편, 비급여 항목 혼합 진료 금지, 진료 면허 및 개원면허 도입, 인턴 수련 기간 연장, 미용 시장 개방 등 규제를 통해 의사들을 통제하려는 정책들로 가득하다"며 "(의대 증원을 막기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대응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강조했다.
정부와 의협이 1년 이상 의료현안협의체를 통해 의대 증원을 논의했다고 해도 의정 양측이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는 점, 지난 6일 의대 증원을 결정한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 회의에서도 1시간도 채 안 돼 당일 정부가 가져온 안대로 결정한 점 역시 의료계로부터 '일방적 결정'이라는 반발을 사고 있다.
정부는 이번에도 전공의 등 젊은 의사들과 의대생들의 반발이 증원의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보고 동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앞서 문재인 정부는 4년 전에도 전공의 파업에 대응해 업무개시명령 등 강경대응을 했다. 의과대학 본과 4학년 학생 90%가 국가고시를 거부하자 정부는 예정됐던 국가고시를 1주 연기했으며 3일 뒤인 9월4일에는 정책 중단을 선언하는데 이르렀다.
이번 정부는 의대 증원 발표 당일 관련 부처 및 지자체가 참여하는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부터 출범하고 비상체제에 돌입했다. 의협에는 집단행동 및 집단행동 교사 금지 명령을, 7일 전공의들이 집단 사직서 제출 움직임이 포착되자 바로 '수리 금지 명령'을 내린 상태다.
의사단체의 집단행동이나 교사행위가 포착되면 경찰이 나서서 수사를 진행하고 지자체는 집단휴진 발생에 대비해 현장조사, 업무개시명령 등 절차를 밟도록 했다. 진료 공백에는 군병원 등을 활용해 대응할 방침이다.
조 장관은 지난 1일 의대 증원 발표 당시 "정부는 의료개혁을 차질 없이 추진해 모든 국민들이 거주지에서 제때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지역 완결적 의료체계를 반드시 구축하겠다"며 "19년이라는 오랜 기간 완수되지 못한 과제를 책임감 있게 추진할 수 있게 된 것은 모두 국민 여러분의 높은 관심과 지지 덕분이다. 정부는 오직 국민만 바라보고 정책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추진 의지를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dyhle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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