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5차례 ‘법관 기피’ 충북동지회 기소 883일 만에 1심 판결

이세영 기자 2024. 2. 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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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법 위반’ 피고인 4명 기피 신청 전부 기각됐지만 처리 기간 4배 더
2021년 8월 2일 북한 공작원의 지령을 받고 미국 스텔스 전투기인 F-35A 도입 반대 활동을 벌인 혐의를 받는 충북동지회 조직원들이 8월 2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위해 청주지법으로 들어서고 있다./뉴스1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충북동지회’ 사건의 1심 판결이 오는 16일 선고될 예정이다. 기소된 지 883일 만이다. 이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 청주지법의 형사 1심 합의부 전체 사건 평균 처리 기간(203일)의 4배를 넘겼다.

이 사건의 1심 판결 선고는 더 늦어질 뻔했다. 피고인들이 검찰의 구형을 닷새 앞둔 지난달 24일 ‘법관 기피 신청’을 냈기 때문이다. 기피 신청을 허락할 것인지가 대법원에서 최종 확정될 때까지 본(本) 재판은 멈추게 돼 있다.

그런데 이 사건을 재판하는 청주지법 형사11부(재판장 김승주)는 지난달 29일 결심 공판에서 기피 신청을 기각하면서 판결 선고 일정을 정했다. 당시 재판부는 “피고인 측의 기피 신청은 소송 지연 목적이 명백하다”고 했다. 사건 담당 재판부가 기피 신청에 대한 판단을 다른 재판부에 넘기지 않고 직접 기각하는 일은 흔치 않다고 한다.

형사소송법에는 ‘소송 지연 목적이 명백한 기피 신청은 본 재판을 하는 재판부가 기각한다’는 규정이 있다. 또 ‘이렇게 기피 신청이 기각되면 본 재판은 계속 진행된다’는 조항도 있다. 한 법조인은 “충북동지회 사건 피고인들이 재판 지연 전술을 거듭한 데 대해 재판부가 법 규정에 따라 단호하게 대처한 게 옳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이 사건 피고인들은 총 5차례 기피 신청을 했다가 모두 기각당했다. 법관 정기 인사로 재판부 구성이 바뀔 때마다 피고인들이 세 차례 기피 신청을 냈다. 이를 통해 8개월간 재판을 중단시켰다. 또 작년 10월에는 피고인 중 1명이 따로 기피 신청을 내기도 했다. 이 기피 신청이 대법원에서 최종 기각될 때까지 3개월이 걸렸다. 그 기간만큼 재판이 또 늦어졌다. 검사 출신인 한 변호사는 “피고인들이 기피 신청을 ‘한 묶음’으로 했다가 기각당하자 ‘쪼개기’ 신청으로 재판을 더 끌려고 했던 것”이라고 했다.

충북동지회 사건의 피고인은 총 4명이다. 이 가운데 3명은 지난 2021년 9월 16일 먼저 기소됐다. 지난 2017년부터 북한 공작원의 지령을 받아 지하조직을 결성한 뒤 충북 지역 인사 60여 명을 포섭하려 하고 국가 기밀 탐지 등 각종 안보 위해 행위를 한 혐의가 적용됐다. 이후 나머지 피고인 1명이 추가 기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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