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하면 부동산 갑부, 안되면 전세사기…제2·제3의 건축왕 막을 수 없다
법원이 전세사기 혐의를 받는 일명 '건축왕'에게 사기죄 법정 최고형을 선고했다. 하지만 판결이 임차인들의 눈물을 닦아주진 못했다. 피해보전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셋값이 떨어지면 언제라도 임차인은 '전세사기 피해자'가 될 수 있는 상황에서 이른바 '무자본 갭투자'에 대한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천지법 형사1단독 오기두 판사는 7일 열린 선고공판에서 사기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된 A씨(62·남)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하고 범죄 수익 115억5000여원의 추징을 명령했다. 사기죄 법정최고형이다.
A씨 등은 2022년 1월부터 같은 해 7월까지 인천 미추홀구 일대 아파트와 빌라 세입자 191명을 속여 전세보증금 148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그는 인천과 경기 일대에서 아파트와 오피스텔 등 2700채를 보유해 '건축왕'으로 불렸다.
A씨는 법정 최고형을 선고 받았지만 피해 회복은 더디기만 하다. 판결 직후 안상미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대책위원장은 "추징금 110억원은 피해자들에게 전혀 돌아오지 않는다. 지금 피해자들의 피해회복이 우선이다"라며 "(A씨 일당은) 피해회복은 하지 않고 기망하면서 탄원서를 받아내고 있다. 이들을 지켜봐달라"며 눈물을 흘렸다.
법조계에선 앞으로 전세사기 피해자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지난해 10월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같은해 6월부터 4개월간 전국 지자체에 접수된 전세사기 피해 신고건수는 8685건이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가 지난해 6월 범정부 전세사기 특별단속에서 확인한 피해자만 2996명, 피해 금액은 4599억원에 달했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부동산 가격은 화폐가치도 오르고 하다 보니 우상향을 지속하다 2022년에야 크게 떨어졌다. 그래서 전세사기가 발생한 것"이라며 "앞으로도 대규모 전세사기 피해자가 나타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고 했다. 이어 "미국에서 금리를 올리면 한국은행도 따라 올릴 수 있고 그러면 전셋값 못돌려주는 집주인이 속출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전세사기가 폭증한 이유로 '무자본 갭투자'를 꼽는다. 무자본 갭투자는 전셋값과 매맷값이 거의 비슷하거나 또는 전셋값이 매매가보다 높은 주택 매물을 구해 세입자의 전세보증금으로 부동산을 구매하는 것을 말한다.
이재국 한국금융연수원 교수는 "갭투자는 양날의 칼이나 동전의 양면 같은 특성이 있다. 투기와 투자의 경계를 명확히 할 수 없는 탓"이라며 "부동산이라는 게 특성상 레버리지를 일으키고, 그래야만 할 수 있다. 200억~500억원 규모의 시행사업도 자본금 5억~10억원으로 출발하는 경우가 많다. 고금리면 파산하는 거고 성공하면 투자가 되는 구조"라고 했다.
이어 "거래할 때 당사자의 재산상태를 모두 확인할 수도 없고, 거래 시점에 재산이 부족해도 부동산 가격이 오르면 전세금을 다시 돌려줄 수 있다"고 했다.
부동산 거래 플랫폼 직방 관계자는 "연간 전세 계약 건수가 100만건이 넘는다. 정확히 몇건의 무자본 갭투자가 이뤄졌는지 확인하기 어렵다"고 했다.
경찰은 무자본 갭투자에 따른 피해가 발생하면 개별 사건별로 범죄 여부를 판단한다. 경찰청 관계자는 "단순히 집값 하락을 기준으로 판단하지 않는다"며 "피의자가 어떤 상태에서 어떤 의도로 보증금을 받았는지 개별 사안과 관련 자료를 분석한다. 객관적인 상태와 주관적 의사를 종합해 사안별로 판단한다"고 했다.
법조계에서는 전세사기의 기준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다. 엄정숙 부동산 전문변호사(법도 종합법률사무소)는 "사실 경계가 없다. 피해자 규모가 크면 가해자로 인정되는 분위기"라며 "임차인 입장에선 매매가격과 전셋값의 차이가 적은 매물에 대해선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실장은 "무자본 갭투자 자체를 문제로 보기는 어렵다"며 "정상적인 임대사업자 지위를 가지고 있지 않고 임차를 줬을 때 임차인이 너무 많은 피해를 보게되는 현장 구조를 손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금융기관 , 임차인 관리 주무 부처, 법무부 등이 공통적으로 시스템 검토해서 임차인 보증금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정세진 기자 seji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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