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집 사긴 이르지?"…신생아 특례, '환승'만 불티나는 이유
지난해 폭발적인 반응을 보였던 특례보금자리론에 이어 올 초 신생아 특례대출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하지만 지난해와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1년 전만 해도 장기간 저금리로 주택을 구매하려는 수요가 많았지만 지금은 신규 구입 목적보다 대환을 위해 대출을 신청한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7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일주일간(1월29일부터 2월4일까지) 전체 신생아 특례대출 접수건(9631건) 가운데 새로 주택을 구입하기 위해 대출을 신청한 경우는 1519건, 16%에 불과했다. 금액 기준으로는 전체 신청 금액 2조4765억원 중 20%인 4884억원이었다.
신생아 특례대출 초반 신청자 대부분은 기존 주택 구입·전세자금 대출 갈아타기를 위해 대출을 신청했다. 전체 신청 건수 가운데 대환 규모만 76%에 달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작년에 출산하고 집을 구입한 사람들이 초기에 많이 몰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해 주택 거래량 증가를 이끌었던 특례보금자리론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지난해 한시적으로 출시해 지난달 29일 마감한 특례보금자리론은 신규주택 구입 용도 신청 건수가 전체 건수(18만1971건)의 61.9%, 11만2649건에 달했다. 금액 기준으로는 전체 43조3807억원 중 28조4137억원(65.5%)이다.
특례보금자리는 신생아 특례와 비교했을 때 제약 요건이 거의 없어 신규 구입으로 많이 이어졌다. 특례보금자리론은 대상 주택가격이 9억원 이하인 차주가 소득제한 없이 최대 5억원까지 LTV(담보인정비율)·DTI(총부채상환비율) 한도 안에서 이용 가능한 상품이었다.
김효선 NH농협금융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지난해는 대출 규제가 전면 완화되면서 특례보금자리론도 같이 나왔다"며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적용이 안 되는 일반형 상품의 경우 집값이 좀 떨어져 있고 정책적으로 구매가 가능하다는 판단 때문에 신규 구입 문의가 많았었다"고 말했다.
반면 신생아 특례는 신생아 출산뿐 아니라 연소득, 전용면적 제한 등 제약 요건이 있다. 신생아특례는 지난해 1월 이후 출생아를 둔 출산가구(입양가구)에게 지원하는 프로그램으로 부부합산 연소득 1억3000만원 이하, 순자산 보유액 4억6900만원 이하 요건 등이 있다. 주택가액 9억원 이하, 전용면적 85㎡이하 주택이 대상이다.
전문가들은 신생아 특례가 부동산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지도 알 수 없다고 평가했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팀장은 "신생아라는 조건 등 대상 자체가 국소적이어서 집값 상승을 부추기거나 하는 데는 너무 핀셋 대책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성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도 "특례보금자리론,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처럼 신생아특례대출이 주택 시장에 다시 자금을 유입시킬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단 올 하반기로 갈수록 신규 매입 수요가 점차 늘어날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김효선 전문위원은 "올 하반기로 갈수록 신규 매입이 늘어나긴 할 것"이라며 "정책과 집값 하락이 맞물리면 수요가 늘어나 저가 매물 위주로 거래되면서 주택 가격을 지지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혜윤 기자 hyeyoon12@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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