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 품기엔 너무 컸나…김홍국의 '글로벌 하림' 금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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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가장 큰 국적 해운선사 HMM(옛 현대상선)을 품고 글로벌 해운물류기업으로 도약하려는 하림그룹의 꿈이 무산됐다.
하림그룹이 김홍국 회장의 지휘 아래 지난해 HMM 인수전에 뛰어든 건 내수 기업에서 글로벌 기업으로 탈바꿈하기 위한 차원이었다.
하림그룹이 HMM 인수대금 6조4,000억 원을 마련하기 쉽지 않고 설사 자금을 동원해도 미래를 대비한 투자에 나서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해운업계, 금융투자업계에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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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수→글로벌 기업 전환 차질
외연 확장 관건, 양재 물류센터
국내에서 가장 큰 국적 해운선사 HMM(옛 현대상선)을 품고 글로벌 해운물류기업으로 도약하려는 하림그룹의 꿈이 무산됐다. 하림그룹이 자신보다 덩치가 큰 HMM을 제대로 인수·경영하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현실에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7일 재계에 따르면 하림그룹이 산업은행 등 매각 측과 지난해 12월부터 7주 동안 진행한 HMM 인수 협상은 최종 결렬됐다.
하림그룹이 김홍국 회장의 지휘 아래 지난해 HMM 인수전에 뛰어든 건 내수 기업에서 글로벌 기업으로 탈바꿈하기 위한 차원이었다. 닭고기로 널리 알려진 하림그룹의 뿌리는 김 회장이 1978년 전북 익산시에 만든 육계 농장이었다. 김 회장은 이후 육계 사업뿐 아니라 사료, 식품 가공, 유통업으로 진출하면서 하림그룹의 몸집을 키웠다.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4020717180000022)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4020713460002451)
하림그룹은 2015년 국내 1위 벌크선사인 팬오션(옛 STX팬오션)을 사들이면서 더욱 공격적으로 확장에 나섰다. 곡물 운송 선박인 벌크선을 활용한 사료 수입은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었다. 팬오션을 계열사로 두면서 대기업 반열에 오른 하림그룹은 지난해 기준 자산 17조 원(공정거래위원회 집계)으로 재계 27위까지 뛰어올랐다.
HMM 인수는 팬오션의 성공을 발판 삼아 추진됐다. 벌크선과 컨테이너선을 함께 운영하는 HMM을 최종 인수할 경우 곡물을 넘어 물류 산업 전반으로 사업 영역을 넓힐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하림그룹으로선 HMM이 글로벌 기업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핵심 퍼즐이었던 셈이다.
자금·경영 향한 의구심, 해소 못한 듯
하림그룹의 HMM 인수 무산은 결국 '새우가 고래를 먹을 수 있는가'하는 의구심을 풀지 못한 데서 비롯한다. HMM은 지난해 자산 25조8,000억 원(재계 19위)으로 하림그룹보다 크다. 하림그룹이 HMM 인수대금 6조4,000억 원을 마련하기 쉽지 않고 설사 자금을 동원해도 미래를 대비한 투자에 나서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해운업계, 금융투자업계에서 나왔다.
이용백 전 HMM 대외협력실장이 지난달 18일 'HMM 매각 민영화, 무엇이 문제이고, 과연 타당한가'를 주제로 열린 국회 토론회에서 "동네 슈퍼가 백화점을 인수하겠다고 나서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하림그룹을 직격한 건 이런 분위기를 잘 보여준다. 산은 등이 협상 조건으로 제시한 '일정기간 경영권 관여'도 하림그룹의 경영 능력을 100% 신뢰하지 못한다는 방증으로 읽힌다.
이와 관련, 하림그룹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하림그룹은 자체 자금, 인수금융, 재무적투자자(FI) 등을 통해 8조 원의 자금 조달 계획을 수립한 상태였다"며 "실질적인 경영권을 담보해 주지 않고 최대주주 지위만 갖도록 하는 거래는 어떤 민간 기업도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주식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이날 하림 종가는 3,135원으로 전 거래일 대비 16.18% 폭락했다. HMM 경영권을 가져오지 못한 실망감이 하림 주가를 떨어뜨린 요인으로 풀이된다. 거꾸로 팬오션은 21.09% 오른 4,335원에 마감했다. HMM 인수 자금을 대기 위해 팬오션이 유상증자를 추진할 것이란 우려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HMM 인수 실패로 하림그룹의 외연 확장도 당분간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당장 글로벌 해운물류기업으로 크겠다는 계획은 현재의 팬오션 체제로 끌고 갈 수밖에 없다. 2021년 신산업 발굴 차원에서 진출한 식품 부문도 아직 부진하다. HMM 인수와 함께 하림그룹 숙원 사업이었던 서울 서초구 양재동 물류센터 사업이 지난해 말 조건부 승인을 받아 궤도에 오른 점은 위안거리다.
한 재계 관계자는 "하림그룹이 앞으로 규모를 키우기 위한 관건은 양재동 물류센터의 성공"이라며 "HMM 인수 무산으로 쓰지 못한 자금을 어떻게 활용할지도 주목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박경담 기자 wal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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