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회장 이혼 소송의 ‘부부 공동재산’ [세상을 이기는 따뜻한 법(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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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변호사 3만명 시대라지만 수임료 때문에 억울한 시민의 '나홀로 소송'이 전체 민사사건의 70%다.
그러나 상속의 관점에서 본다면 이러한 문제들과 무관하게 노 관장은 SK 주식을 포함한 최 회장의 전체 재산에서 일정 비율을 상속받을 지위에 있었고, 최소한 유류분권을 인정받을 지위에 있었다는 점을 무시할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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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변호사 3만명 시대라지만 수임료 때문에 억울한 시민의 ‘나홀로 소송’이 전체 민사사건의 70%다. 11년 로펌 경험을 쉽게 풀어내 일반 시민이 편하게 법원 문턱을 넘는 방법과 약자를 향한 법의 따뜻한 측면을 소개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1심 재판부는 최 회장의 이혼 청구를 유책배우자의 이혼 청구로 봐 기각했고, 노 관장이 반소(反訴)로 제기한 이혼 청구를 인용하면서 665억 원의 재산분할과 1억 원의 위자료를 인정했다.
당시 노 관장은 최 회장이 보유한 SK 주식의 42.3%(1조3,000억 원 상당)를 재산분할로 청구했으나, 1심 재판부는 SK 주식을 최 회장의 ‘특유 재산’으로 보고 재산분할 대상에서 제외했다. 이 때문에 노 관장은 청구 금액에 비하면 매우 적은 재산만 분할받게 된 것이다.
“최 회장의 SK 주식이 재산분할의 대상이 되는가”에 대해서는 법조계 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통상적으로는 혼인 기간이 20년 이상 길면, 법원은 부부 일방의 특유재산이라 하더라도 일단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시킨 후 부부 쌍방의 기여도를 참작해 ‘재산분할 비율’을 결정하는 것으로 이해관계를 조정한다. 그리고 전업주부라고 하더라도 혼인기간이 길면 50% 가까이 기여도를 인정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1심 재판부가 SK 주식을 ‘재산분할대상’ 자체에서 제외한 것은 실무례(實務例)와 거리가 있는 것으로 보이기는 한다.
지난 8회 칼럼에서 ‘이혼 법정에서 부부 공동재산의 의미’에 대해 이야기했다. 부부의 재산은 크게 ①고유재산 ②혼인 중 부부 일방이 상대방의 협력 없이 취득한 재산(예컨대 상속재산) ③혼인 중 부부 쌍방이 협력해 취득한 공동재산으로 나눌 수 있다. 실무에서 첨예하게 다투는 부분은 ① ②번 재산, 즉 ‘(실질적)특유재산’이 분할 대상이 되는지 여부인데, 혼인 기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특유재산은 점점 희석돼 분할 대상에 편입된다고 보면 되겠다. 따라서 일반적인 이혼 소송이었다면 주식도 재산분할 대상이 되고, 노 관장의 기여도는 50% 가까이 인정받았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최 회장의 SK 주식이 대기업 경영인의 경영권 주식이고, 분할할 경우 이해관계자에게 미칠 영향력이 과도하다는 점을 고려해 가사노동 등 간접적 기여만으로는 SK 주식에 대한 재산분할 청구를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상속의 관점에서 본다면 이러한 문제들과 무관하게 노 관장은 SK 주식을 포함한 최 회장의 전체 재산에서 일정 비율을 상속받을 지위에 있었고, 최소한 유류분권을 인정받을 지위에 있었다는 점을 무시할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최 회장과 노 관장 사이에 세 자녀가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 비율은 전체 재산의 약 17%에서 33% 정도인데 1심 재판부 결론에 따르더라도 최 회장의 유책 사유로 그 지위가 박탈된 것이다.
부부 공동생활에서 부부간의 연대에 따라 투입되는 일방의 기여는 눈에 보이든 보이지 않든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특별한 것이다. 그것이 대기업 경영인 부부이든 일반 회사원 부부이든 달라진다고 볼 수는 없다. 노 관장은 20년 이상 가사 노동, 내조, 자녀 양육 등을 통해 대기업 경영인인 최 회장의 경제활동을 뒷받침한 것이므로 혼인 생활 중 최 회장이 취득한 재산의 가치 증가분은 일단 ‘재산분할 대상’에는 포함하되, ‘재산분할 비율’과 ‘재산분할 방법’을 통해 쌍방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것이 전업주부와 관련해 축적된 실무례에 더 부합해 보인다는 지적이 있을 수도 있다. 물론 다른 의견도 존재할 수 있다.
소제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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