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지도 못하는 공룡에 왜 날개가 달려있었나?
공작새만 한 공룡이 작은 앞날개를 퍼덕이며 튼튼한 뒷다리로 작은 곤충을 쫓아다닌다. 1억2400만년 전, 원시 날개를 가진 잡식성 공룡 ‘카우딥테릭스’의 모습이다. 날지도 못하는 카우딥테릭스가 가지고 있던 앞날개는 어떤 용도로 사용됐을까. 국내 연구진이 수수께끼에 대한 답을 내놨다. 바로 먹이를 놀라게 한 뒤 추적해 사냥하는 용도였다는 것이다.
서울대, 성균관대, 디지스트(DGIST·대구경북과학기술원) 공동 연구진은 “카우딥테릭스와 같은 소형 공룡은 작은 앞날개로 곤충들을 놀라게 한 뒤, 뛰어오르는 곤충을 잡아먹는 ‘탈출 유도 후 추적’ 방식으로 사냥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사냥 전략은 풀숲이나 나무 그늘에 숨어 있던 곤충도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게 만들어 사냥 확률을 높인다. 연구 결과는 과학 저널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최근 게재됐다.
연구진은 공룡 앞날개의 활용 방식을 검증하기 위해 카우딥테릭스를 닮은 로봇 공룡 ‘로봅테릭스’를 만들었다. 1m 높이의 로봅테릭스는 앞발과 꼬리에 깃털이 달린 형태로 만들었다. 로봇의 앞발에 깃털을 달아 카우딥테릭스의 작은 앞날개를 구현한 것이다. 또 앞발과 꼬리에 깃털이 없는 형태의 로봅테릭스도 제작했다. 앞날개가 있을 때와 없을 때를 비교하기 위한 것이다. 연구진은 각각의 로봅테릭스가 접근할 때 메뚜기의 반응을 살폈다. 그 결과 메뚜기는 로봅테릭스에 날개가 있는 경우와 없는 경우에 따라 반응에 큰 차이를 보였다. 날개를 펼치며 접근할 때는 메뚜기 30마리 중 27마리가 뛰어올랐지만, 날개가 없을 때는 30마리 중 한 마리만 도망친 것이다.
연구진은 카우딥테릭스를 비롯해 일부 공룡이 사냥의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앞날개를 진화시켰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밖에도 앞날개는 먹이를 추격하는 속도를 높이고 급회전을 가능하게 하며, 궁극적으로는 비행을 위해 사용되도록 진화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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