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퇴치약 놨는데 개미는 왜 안 없어질까
퇴치약이 효과없는 이유 확인돼
개미 퇴치약이 개미들을 소탕하는 데 효과적이지 않은 이유가 확인됐다.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대학교 연구진은 대표적 외래 침입종 개미 중 하나인 아르헨티나 개미의 행동을 분석한 결과, 개미가 독이 든 미끼 등을 구별하고 버릴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최근 국제 학술지 ‘커뮤니케이션스 바이올로지’에 발표했다.
아르헨티나 개미는 한 군집에 100만마리 이상이 함께 서식하는 종이다. 이 개미는 ‘채집가’라고 하는 선발대 개미를 보내 먹이를 탐색한다. 선발대 개미가 먹이를 발견한 후 페로몬을 이용해 표시를 남기면, 페로몬 흔적을 따라 다른 개미들이 먹이를 가지러 간다. 시중에는 이런 개미의 특성을 활용하기 위해 독성이 천천히 퍼지는 미끼가 컴배트 등 개미 퇴치약으로 팔리고 있다. 모든 개미가 미끼를 먹고 난 후 독이 퍼지도록 해 전체 군집을 소탕한다는 의도다.
연구진은 이런 개미 퇴치약 효과가 크지 않다는 점을 주목했다. 이유를 확인하기 위해 아르헨티나 개미 군집 인근에 설탕물 배식구를 2개 만들어 실험했다. 한쪽 배식구는 진짜 설탕물이 나오고, 다른 쪽 배식구에서는 개미 미끼에 사용되는 붕산이 들어있는 설탕물이 나왔다. 관찰 결과 처음에는 양쪽 배식구를 찾는 개미 수가 비슷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독성 미끼가 나오는 배식구를 찾는 개미는 가파르게 줄어들었다. 개미 120마리 중 7마리만 죽었고, 개미들이 독성 미끼를 가져다가 버리는 모습도 관찰됐다.
연구를 이끈 다니엘 자놀라 박사는 개미들의 행동에 대해 두 가지 가설을 제시했다. 그는 “첫째 가설은 독성 미끼를 먼저 먹은 개미들이 ‘부정적 페로몬’을 미끼 근처에 뿌려 동료들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했을 가능성”이라며 “둘째 가설은 독성 미끼를 먹고 죽은 동료 개미를 보고 먹이가 오염됐음을 확인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이번 연구의 한계를 지적하는 전문가도 있다. 미국 리버사이드 캘리포니아대 곤충학자 마이클 러스트는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 “개미들이 의도적으로 독성 미끼를 버린다는 점은 보여줬지만 이유를 설명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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