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맨해튼 22층 빌딩이 ‘텅텅’… “오피스의 종말이 왔다”
사무실 공실률 치솟고 가격 급락
“겉으로 보기엔 웅장하고 번쩍번쩍하지만, 속사정은 다릅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직장인들로 가득 찼던 사무실은 지금은 텅 빈 경우가 많습니다.”
6일 오후 뉴욕의 한 부동산 개발업자는 명품 거리인 5가에 줄지어 선 빌딩들을 가리키며 이같이 말했다. 걸어 다니며 눈으로 볼 수 있는 건물 1층은 식당, 카페 등이 있어 북적여 보이지만, 정작 그 위에 들어선 사무실은 상당수 공실(空室)이란 것이다. 맨해튼의 유명 빌딩인 ‘플랫 아이언’은 현재 완전히 비어 있다. 원래 사무실로 쓰던 22층짜리 이 건물은 2019년 마지막 임차인이 떠나고 4년 가까이 비어 있었다.
오피스, 상가 등 미국 상업용 부동산의 공실률이 사상 최고로 치솟고, 고금리 여파 등으로 수요가 줄면서 가격이 급락하고 있다. 장기 모기지로 대출받는 가계와 달리 상업용 부동산은 2~3년 만기 대출을 받기 때문에 현재 고금리의 직격탄을 맞게 된다. 여기에다 미국에선 코로나 이후 재택근무 트렌드가 이어져 사무실이 채워지지 않고 있다. 이에 상업용 부동산 대출이 대거 부실화할 것이란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데이터정보업체 트렙은 올해 미국에서 만기가 돌아오는 상업용 부동산 대출이 5440억달러(약 720조원)에 달한다고 집계했다. 금융 서비스 기업 캔터 피츠제럴드의 하워드 루트닉 최고경영자는 최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앞으로 2년간 수백조원의 채무불이행 사태가 일어나는 등 매우 추악한(ugly) 모습이 나타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NYCB 주가 일주일 새 60% 폭락
최근 공포가 퍼지기 시작한 곳은 지역은행인 뉴욕커뮤니티뱅코프(NYCB)다. 지난달 31일 NYCB는 부동산 대출 부실 우려로 인한 대손 충당금(떼일 것에 대비한 돈)을 쌓기 위해 배당금을 70% 가까이 줄이기로 했다고 했다. 이날 NYCB 주가는 37% 넘게 내렸다. 이후 글로벌 신용평가사 피치가 NYCB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하는 등 악재가 더해져 주가는 연일 두 자릿수 하락률을 보였다. 6일엔 22% 급락했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이 의회에서 “고금리와 공실률 증가 등으로 대출 만기가 도래하는 부동산을 중심으로 문제가 생기고 있다”며 “이 문제로 몇몇 금융기관이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게 될 것”이라고 밝힌 게 영향을 미쳤다. NYCB 주가는 최근 일주일 새 60% 폭락했다.
미국 상업용 부동산발 위기는 일본, 유럽으로도 번졌다. 일본의 중견은행 아오조라은행은 1분기 예상 실적을 흑자에서 대폭 적자로 고쳐 잡았고, 스위스 3대 은행 중 하나인 율리우스 베어도 7억달러(약 9300억원)쯤 충당금을 쌓기로 했다. 이들이 미국 상업용 부동산에 투자했다가 생긴 손실이 원인이다.
◇파월 ”수년간 상당한 문제 될 것”
전문가들은 미국 상업용 부동산 문제가 당장 금융 위기로 발전할 가능성은 크지 않겠지만, 상당 기간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은 미국 CBS와 인터뷰에서 “글로벌 금융 위기의 전조 현상은 아니다”라면서도 “수년간 상당한 문제가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대형 은행은 위험 관리가 가능하지만, 상업용 부동산 대출이 많은 중소형 지역 은행의 일부는 문을 닫거나 다른 은행에 인수될 것”이라고 했다.
모건스탠리의 마이크 윌슨 최고투자책임자(CIO)도 “미국 상업용 부동산의 부실 대출을 보유한 은행이 손실을 감당해도 다른 곳으로 대출 능력은 위축될 수 있다”고 했다. 일각에선 미국의 부실한 상업용 부동산이 대거 정리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글로벌 종합 부동산서비스 회사인 JLL의 밥 나칼 전무는 “오피스의 종말(apocalypse)은 현실”이라면서 “결국 철거되거나 개조되는 부동산이 속출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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