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질적 경영권 입장차…향후 재매각 협상 걸림돌 될 수도
- 산은·해진공 매각협상 과정서
- 완전한 경영권 담보 원해 결렬
- 지적돼 온 자금력도 끝내 발목
- 시민단체 “금융논리 우선 안돼
- 경쟁력 키워줄 새 주인 찾아야”
국내 유일 원양 컨테이너선사인 HMM(옛 현대상선)의 매각 협상이 최종 무산되면서 향후 절차에 관심이 쏠린다.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 등 매각 측은 정부 등과 협의를 진행할 것으로 보여 구체적인 일정이나 방향 설정에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어서 ‘새 주인 찾기’에 난항이 예상된다.
▮향후 절차 어떻게 되나
매각 측은 일단 매각 협상이 무산되고 시민사회를 비롯한 전문가 노조 등의 반대 여론이 비등했던 점 등을 들어 관계 부처 등과 협의를 통해 향후 절차를 결정할 것으로 관측된다. 매각 측 한 관계자는 “바로 재매각을 추진할 수는 없고 채권단과 정부 등과 논의를 해봐야 한다. 현재로서는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이 없다”고 말했다.
매각 협상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살펴보고 대응책을 마련하는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입찰 당시 인수자의 경영권 행사가 제한된다는 점이 상위권 대기업 참여를 꺼리게 한 이유로 꼽힌다. 하림 역시 협상 결렬 후 내놓은 입장문에서 “실질적인 경영권을 담보해 주지 않고 최대주주 지위만 갖도록 하는 거래는 어떤 민간기업도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채권단 측은 올해와 내년 콜옵션(조기상환청구권) 행사 시점이 도래하는 1조6800억 원 규모의 영구채를 갖고 있다. 영구채가 2025년까지 전량 주식으로 전환되면 산은과 해진공의 지분은 32.8%로 늘어나고, 인수 측의 지분은 38.9%로 줄어든다.
또 금융계와 해운공기업으로 구성된 채권단의 의견이 갈린다는 점 역시 풀어야 할 숙제다. 이번 매각이 ‘졸속’이라는 지적을 받은 이유가 산은의 금융논리가 우선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HMM의 현금성 자산이 해운업 외에 유용되지 않도록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인 해진공을 공격하기도 했다. 하림 측은 이날 입장문에서 “그동안 은행과 공기업으로 구성된 매도인 간 입장 차이가 있어 협상이 쉽지 않았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국제경쟁력 키울 기업에 매각을”
전문가와 시민단체 노조 등은 시간을 갖고 영구채 전환 문제를 해결하고 HMM의 국제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매각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최근 글로벌 물류대란과 해운동맹 재편 등 대외여건의 불확실성이 급속도로 커지면서 HMM의 경쟁력 역시 흔들린다. HMM이 속한 해운동맹 ‘디 얼라이언스’는 회원사 중 가장 큰 선복량을 가진 독일선사 ‘하팍로이드’가 내년 1월 탈퇴를 선언하면서 파열음이 났다. HMM은 세계 7위 규모 선사라지만 상위권과의 규모 차이가 큰 HMM의 향방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인수금액 조달은 물론 향후 투자여력에 의문이 제기되는 하림그룹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반대 의견이 급속도록 확산됐다.
또 HMM이 보유한 10조 원 넘는 유보금(현금자산)이 해운산업 발전에 유용하게 쓰일 수 있도록 자금동원력이 풍부한 기업이 HMM 인수에 나서야 한다는 시각이 있다. 구교훈 한국국제물류사협회장은 “해운운임은 홍해사태가 진정되면 다시 1000 이하로 내려갈 수밖에 없고 해운 관련 다각화를 위해 민간기업이 인수해야 한다”며 “다만 인수자는 지속적으로 재무적인 투자가 가능하고 글로벌 기준에 맞는 주주 및 기업 가치를 갖고 있는 대기업그룹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HMM 양대 노조는 이날 즉각 입장문을 내고 “HMM의 민영화는 기업의 책임경영에 필요한 조치다. 그러나 해운업은 국가권력의 관리와 감독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국가기간산업이기에 정부의 산업자원의 관리는 필수적인 요소다”며 정부의 역할을 주문했다.
신해양강국국민운동본부 등 시민사회단체도 이날 성명을 내고 국민과 전문가 노조 등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HMM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해운선사로 자리 잡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2016년 한진해운이 파산한 이후 유일하게 남아 있는 한국 국적 원양해운선사라는 점을 인식하고 졸속 매각이 아닌 매각 후에도 국제 경쟁력을 키워 국가경제에 이바지할 수 있게 하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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