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우의 간신열전] [222] 가의(賈誼)의 과진론(過秦論)

이한우 경제사회연구원 사회문화센터장 2024. 2. 8.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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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 대통령 이승만을 재조명한 영화 ‘건국전쟁’이 큰 감동을 주며 역사를 보는 우리 시각을 되돌아보게 만들고 있다. 피상적이고 편파적인 시각 말이다. 필자는 30년 전인 1994년 조선일보에 이승만 일대기를 연재하기 위해 이승만 원자료를 찾아서 보고 또 보았다. 그중 하나이다.

이승만 아버지 이경선(李敬善)은 집안 사람 이건하가 연 서당에 아들 이승만을 보냈다. 1882년 봄 이경선은 아들 공부가 궁금해 서당을 찾았다. 이때 훈장이 말했다. “저 아이는 가의(賈誼)가 올린 소(疏)뿐만 아니라 가의 집안 내력까지 알고 있습니다.”

이 일의 의미를 필자는 한참 지나서 가의를 공부하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가의는 한나라 문제 때 천재로 30살 무렵에 과진론(過秦論)을 지었다. ‘과(過)’는 이때 동사로, 진나라의 잘못을 진단한다는 뜻이다. 대체로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진나라 진시황의 문제점은 대부분 가의가 과진론에서 짚었던 내용들이다. 이를 통해 한나라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 제시되었다.

그렇다면 이승만은 조선이 왜 망했는가에 대해 일찍부터 생각했을 것이다. 그가 내린 진단은 하나, “백성은 훌륭한데 국왕을 비롯한 지도층이 무능하고 부패했기 때문”이었다. 이승만은 단 한 번도 백성을 비하하거나 탓한 적이 없다.

그러고 보니 우리는 아직도 조선이 왜 어이없이 망했는지에 대한 진단, 즉 과조선론(過朝鮮論)이 없다. 그저 몇몇 친일파에게 손가락질하는 게 전부이다. 나라의 흥망성쇠보다는 개인 영달에 치중하는 그릇된 문화 때문일 것이다. 그나마 이승만이 있어 조선을 잘 극복하고 새로운 나라 대한민국으로 나아올 수 있었는지 모른다.

더불어민주당이 대선 패배 2년이 지나서 문재인 정부의 과(過)를 찾느라 야단법석이다. 제대로 과(過)했더라면 대선에서 패배한 이재명 후보가 의원이 되고 당대표가 되는 일은 애당초 없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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