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 없는 서학개미, 급락 테슬라株에 6900억 쓸어담았다

김은정 기자 2024. 2. 8.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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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 26% 떨어지자 “싼 값에 사자”… 순매수 1위 올라

서학개미(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개인투자자)들이 최근 주가가 급락한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 주식을 대거 쓸어담고 있다. 올 들어서만 6900억원어치를 사들여 서학개미 순매수 1위를 차지했다.

실적 악화와 금리 인하 전망 후퇴,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를 둘러싼 구설 등 각종 악재에 테슬라 주가가 올 들어 26% 급락하자, 이를 ‘저가 매수’ 기회로 보고 뛰어드는 것이다. 월가에서 테슬라에 대한 부정적 전망이 잇따르는 가운데, 서학개미들의 간 큰 베팅이 통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래픽=백형선

◇올해 서학개미 순매수 톱5 중 3개가 테슬라 관련

7일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연초 이후 서학개미가 가장 많이 산 종목은 테슬라로, 순매수 규모가 5억1710만달러(약 6900억원)에 달했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테슬라는 매도 우위였는데 흐름이 바뀐 것이다.

서학개미 순매수 3·4위도 테슬라 관련 종목이었다. 테슬라 주가 상승률을 2배로 따르는 ‘티렉스 2X 롱 테슬라 데일리 타깃 ETF(상장지수펀드)’가 3위(순매수 1억154만달러), 테슬라 수익률의 1.5배 레버리지 ETF인 ‘디렉시온 데일리 테슬라 불 1.5X’가 9553만달러로 4위를 차지했다.

테슬라 상승에 베팅하는 이 3개 종목의 순매수 규모(총 7억1417만달러)는 같은 기간 서학개미의 미국 증시 순매수 규모(12억2094만달러)의 절반에 해당한다.

그래픽=백형선

◇2년여 만에 반 토막 난 주가

서학개미의 베팅은 테슬라 주가가 많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한때 400달러가 넘었던 테슬라 주가는 2년여 만에 반 토막 났다. 6일(현지 시각) 뉴욕증시에서 테슬라는 전날보다 2.3% 오른 185.10달러에 마감하며 3거래일 만에 반등했지만, 최고치에 비하면 절반 이하 수준이다. 작년 말(248.48달러)에 비해선 26%, 2021년 11월 기록한 역대 최고가(409.97달러·액면분할 조정치) 대비로는 55%나 낮다.

무엇보다 작년 하반기부터 본격화된 전기차 수요 둔화로 실적이 악화된 영향이 크다. 테슬라 주가는 지난달 24일 시장 기대치를 밑도는 실적 발표로 하루 만에 12% 급락, 200달러 선이 깨진 이후 약세가 계속되고 있다. 테슬라 시가총액은 연초 이후에만 264조원 증발해 시가총액 순위가 9위로 두 계단 밀렸다.

테슬라의 작년 4분기 영업이익률은 8.2%로 전년 동기(16%) 대비 반 토막 났고, 주당순이익(EPS)도 시장 전망치(0.74달러)를 밑도는 0.71달러를 기록했다. 여기에 “올해 판매 성장률이 전년 대비 눈에 띄게 낮아질 수 있다”는 회사의 비관적 전망까지 보태졌다. 각국이 전기차 보조금을 줄이고 있는 와중에 후발 업체와의 경쟁을 위해 무리한 가격 인하에 나선 탓에 수익성이 악화되는 것으로 풀이됐다.

◇앞으로의 주가 전망은

월가는 속속 테슬라 주가 눈높이를 낮추고 있다. 다이와캐피털은 6일 테슬라 목표가를 종전보다 20% 낮은 195달러로 하향조정했고, JP모건은 지난달 26일 테슬라의 ‘어닝 쇼크’를 거론하며 올해 목표주가를 130달러로 낮췄다. 연말까지 주가가 30% 더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전 세계 전기차 판매량 증가율은 2021년 112%로 피크를 찍은 뒤 2022년 58.7%, 작년 4.2%로 급격히 꺾이고 있다.

하지만 마켓워치는 “전기차 수요 둔화보다 마약설과 같은 일론 머스크의 ‘오너 리스크’, 독립적이지 못한 이사회 등 기업 거버넌스 문제가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지난달 미국 델라웨어주 법원은 2018년 테슬라 이사회의 머스크 성과급(스톡옵션) 승인 절차에 결함이 있었다며 제동을 걸었고, 이에 반발한 머스크는 법인 본사를 델라웨어에서 텍사스로 옮기겠다고 선언했다.

일각에서는 시간문제일 뿐, 테슬라 주가가 이전 수준으로 반등할 것이란 낙관론도 제기한다. 내년 출시될 것으로 보이는 차세대 저가형 전기차를 비롯해 완전 자율주행차, 사이버트럭 등의 성장성에 희망을 거는 것이다. 마켓워치에 따르면 테슬라의 증권가 목표주가는 평균 214.21달러, 평균 투자의견은 ‘홀드(보유)’다. 국내에서 ‘돈나무 언니’로 불리는 캐시 우드 아크인베스트먼트 CEO는 지난달 말 테슬라 주가 200달러 선이 붕괴되자 3200만달러(약 425억원)어치를 추가 매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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