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의 시인을 괴롭힌 만성 기침… ‘낭성 섬유증’이 아니었을까
폴란드 태생의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 프레데리크 프랑수아 쇼팽(1810~1849년)은 ‘피아노의 시인’으로 불릴 정도로, 그의 모든 인생을 피아노에 바쳤다. 첼로 소나타 같은 곡을 만들 때도 항상 피아노를 화려하게 넣었다. 약 200곡에 달하는 작품들은 거의 모두 피아노를 위한 것이다.
쇼팽은 야상곡으로 불리는 녹턴을 세련된 장르로 승화시켰다는 평을 받는다. 그의 녹턴은 3~4분 내외 간결한 21곡으로 구성되어 있다. 오른손이 서정적인 가락을 마치 노래하듯 연주하는데, 감미로운 멜로디는 감정의 깊이를 더하게 한다. 쇼팽은 스무 살경에 프랑스 파리로 와서 활동했는데, 평생 고국 폴란드를 그리워했다. 자신이 죽으면 시신을 폴란드로 보내달라고도 했다.
쇼팽은 18세기에 흔했던 결핵으로 세상을 뜬 것으로 알려졌는데, 그의 죽음과 관련된 최근 연구에서는 사망 원인으로 다른 질병 가능성이 제기된다. 낭성 섬유증이 유력한 범인으로 지목된 것이다. 이는 희소한 유전질환으로 폐, 췌장, 부비동 등에 물혹 같은 것이 많이 생기고, 그 안에 점액이 끈적하게 쌓이는 병이다. 백인에게서는 출생아 3500명 중 1명 정도로 흔한 질환이지만 동양권에서는 증례를 보고할 정도로 드물다.
쇼팽의 키는 170㎝였지만, 평생 동안 몸무게는 45㎏ 미만이었다. 갈수록 눈에 띄게 수척해졌고 호흡기 감염이 잦았다. 기침할 때 피가 섞여 나오고, 만성 기침에 시달렸다. 전형적인 낭성 섬유증 증세로 볼 수 있다. 쇼팽의 여동생 에밀리도 14세에 사망했는데, 이 또한 낭성 섬유증으로 사망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낭성 섬유증은 현재에도 뚜렷한 치료제가 없다. 감염 관리와 충분한 영양 공급이 최선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50세를 넘기기가 어렵다. 39세의 짧은 삶을 보낸 쇼팽, 연애도 피아노 작곡도 압축해서 많이 남겼다. 당대 평균수명 40세이던 시절에도 손자를 봤다고 하니, 수명이 짧으면 모든 게 급한 법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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