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m 거센 파도도 즐긴다… “바다 들어가면 추위도 잊어”

조유미 기자 2024. 2. 8.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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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퍼들이 겨울에 양양가는 이유는

살을 에는 영하의 추위에도 동해안에 몸을 던지는 사람들이 있다. ‘겨울 서핑’을 즐기는 이들이다. 최저기온이 영하 2도를 기록한 지난 3일 오전 11시 강원 양양군 설악해수욕장. 두툼한 방수 모자와 장갑, 슈트로 무장한 8명이 모여 준비 운동을 시작했다. 모두 주말을 맞아 서핑을 하러 서울에서 온 사람들이다. 눈 쌓인 모래사장 위에는 서핑 보드가 놓여있었다. 이 시각 양양의 표층 수온은 3.9도. 목욕탕 냉탕이 보통 18도임을 감안하면 살 떨리는 온도다. 수온을 확인한 김유진(29)씨가 “바다가 냉장고 같다”고 외쳤다. 그러더니 2m 높이로 밀려오는 파도를 향해 망설임 없이 뛰어들었다.

지난 3일 강원 양양군 설악해수욕장에서 본지 조유미 기자가 서핑을 체험하고 있는 모습. 양양의 최저기온은 영하 2도, 표층 수온은 3.9도였지만, 이날 본지 기자와 만난 서퍼들은 "국내 최고로 꼽히는 겨울 동해안 파도를 탈 수 있기 때문에 추위는 신경 안 쓴다"고 했다. /독자 제공

서울에서 직장 다니는 김씨는 8년 차 서퍼다. 지난해 9월부터 주말이면 한 주도 빠짐 없이 양양으로 와 서핑을 하고 있다. 그는 “겨울 동해안 파도는 국내 최고로 꼽히기 때문에 추위는 신경 안 쓴다”면서 “막상 바다에 들어가면 별로 안 춥기도 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서핑을 시작한 이종훈(31)씨도 서울에 있는 회사에 다닌다. 그는 “겨울철 양양 바다에 사람이 적다는 것도 매력”이라고 했다. 이는 서퍼들 사이 공유되는 암묵적인 규칙과 관계 있다. ‘한 파도당 한 서퍼만 올라타야 한다(1 wave, 1 Surfer)’이다. 3m 넘는 길이의 보드가 서로 부딪히면 사고가 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규칙 때문에 서퍼가 많은 여름에는 파도를 타려면 오래 기다려야 한다.

이들은 “계절마다 ‘서핑 성지’가 달라진다”고 입을 모았다. 여름엔 제주나 남해안, 겨울엔 동해안이 인기다. 이는 여름과 겨울 바람의 방향이 다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겨울철 북쪽에서 차고 무거운 공기가 들어오는데, 때때로 상층부의 찬 공기가 동해안으로 꺾여 내려온다. 그럼 해안가로 바람이 불어와 동해안에 높은 파도가 만들어진다. 반대로 여름철에는 북태평양에서 바람이 불어와 제주나 남해안에 파도가 높다.

겨울철 동해안에 너울성 파도가 잦은 점도 매력적인 요소다. 이날 양양에는 다소 높은 너울성 파도가 쳤다. 너울성 파도는 먼바다에서 발생한 저기압이 만든 파도가 육지로 밀려오는 현상이다. 너울성 파도가 칠 때는 방파제 가까이 가면 위험하다. 하지만 서퍼들은 “오히려 좋다”고 했다. 서핑 강사 안준(24)씨는 “일명 ‘두꺼운 파도’로 불리는 너울성 파도는 힘이 좋기 때문에 파도를 오래 탈 수 있다”고 했다.

서핑은 파도의 경사면을 타는 레저스포츠이기 때문에 너무 높은 파도는 초·중급 서퍼들이 타기 쉽지 않다. 초·중급 서퍼들은 파도가 2~3m로 높은 날에는 양양의 여러 해변 중에서도 ‘물치해변’을 찾는다고 한다. 수심이 깊고 방파제로 둘러싸여 있어 파도가 한풀 꺾여 들어오기 때문에 입문자들이 타기 적당한 높이가 된다.

양양에 있는 해변은 총 21곳으로 단일 군(郡)에서는 고성(29곳) 다음으로 많다. 10년 차 서핑 강사인 유성민 서프호랑 대표는 “양양에는 해변이 몰려 있어서 오전에 물치해변에 갔다가 오후에 설악해변으로 가서 탈 수 있다”면서 “해변마다 수심과 지형이 다르고 파도 높이와 모양도 다르니 서퍼들에게 인기가 많은 것”이라고 했다. 유 대표는 15년쯤 전부터 서핑에 빠져 살다가 강사 4명과 함께 직접 서핑 가게를 차렸다. 그 역시 겨울 서핑을 특히 좋아해 제주나 남해가 아닌 양양에 터를 잡았다.

서핑하러 양양을 찾는 인구는 2022년 기준 47만5150명으로 고속도로 개통 전인 2016년(4만8000명) 대비 890%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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