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온 친지 이끌고 또 바다? 역사 깃든 원도심 숨은 명소들

조봉권 기자 2024. 2. 8.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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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여행특공대 추천 설 나들이 코스 4선

설 연휴를 맞아 부산으로 오는 많은 사람, 그렇게 부산을 찾는 사람을 맞이하는 부산 사람들이 모두 ‘실제로’ 걸어볼 수 있는 ‘부산 도심 나들이길’을 뽑아보기로 했다. 설 연휴는 해야 할 일이 많고, 찾아볼 곳도 많다. 시간은 은근히 빨리 흐르고 여유는 급속히 사라진다.

부산 영도구 청학배수지전망대쉼터에 있는 조내기 고구마를 짊어진 농부 조형물이 추울까 봐 걱정됐는지 누군가 목도리를 선물했다. 이 근처 청학동 커피숍, 조내기고구마역사기념관, 봉래산, 국립해양박물관 등을 엮으면 설 연휴 나들이길이 된다.


그런데 도심이나 명소에 가보면, 함께 나들이 나온 가족 친지가 예상보다 꽤 많다. 여유가 적고 마음이 바쁘더라도, 잘 꼽아보면 설 연휴에 여럿이 함께 걸어볼 만한 도심 나들이 코스는 있다는 뜻이 되겠다.

부산여행특공대는 2023년 ‘부산관광 스타기업’으로 선정됐다. 부산시·부산관광공사는 부산 관광 산업을 이끌 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이 시책을 펼친다. 심사를 거쳐 해마다 5개 부산관광 스타기업을 뽑고, 5년에 걸쳐 지원금·컨설팅 등 도움을 제공한다. 2013년 ‘스타트업 여행사’로 창업한 부산여행특공대는 10년 만에 스타 기업이 됐다. 이 회사의 특징은 뭘까. 부산여행특공대는 스스로 이렇게 소개한다.

“부산 원도심과 산복도로를 여행하는 순수 지역주의 여행사입니다, 부산 사람들의 삶과 역사를 콘텐츠화하여 전문 이바구스트 (이바구 전문가)의 해설로 부산을 여행합니다.” (손민수 대표) 이 업체는 출범 당시 ‘해운대 광안리 태종대를 가지 않는 여행사’로 시작했다. 이미 널리 알려진 ‘흔한’ 관광지는 안 가고, 부산 원도심의 역사·문화자원과 삶에서 콘텐츠를 캐내 여행상품으로 가공했다. 부산여행특공대에 설 연휴 부산 도심 나들이 길을 문의한 이유다.

부산여행특공대가 제안한 코스를 받아 들고, 지난 주말 해당 구간을 직접 답사해 보았다. 과연 알찬 경로였다. ‘손반장’이라는 애칭으로 통하는 손민수 대표의 제안, 주말 답사 결과를 바탕으로 4선을 꼽아 보았다.

◇ 원도심 최고 핫플레이스

거점1- 부산근현대역사관
인근- 광복동 남포동 원도심, 임시수도기념관, 감천문화마을

부산근현대역사관


거점을 부산근현대역사관(중구 대청동·설 연휴 기간에도 날마다 개관)으로 잡아보았더니, 실마리는 술술 풀려나갔다. 먼저, 올해 1월 개관한 부산근현대역사관 본관은 단박에 원도심 핫플레이스로 떠올랐다. 지난 3일 찾아갔을 때도 1층 커피숍 카사 부사노, 지하 1층의 명물 금고박물관, 각각 3층과 4층에 자리한 제1 상설관과 제2상설관, 2층 어린이 복합문화공간까지 활력이 넘쳤다. 현재 기획전과 상설전이 함께 열리고 있어, 정말로 둘러보는 재미가 컸다.

이곳을 나서면 곧장 부산 여행의 심장부인 광복동·남포동 원도심이고 설에 문 여는 상점과 식당도 꽤 있으니 별로 고민할 일이 없다. 시작하는 곳을 서구 임시수도기념로 45에 자리한 임시수도기념관으로 잡는 것도 충분히 추천할 수 있다. 이곳도 설 연휴 내내 문을 연다. 최근 이승만 초대 대통령에 관한 미디어의 관심이 높기 때문인지 “요즘 들어 부쩍 방문객이 늘었다”고 현장에서 만난 문화해설사는 말했다. 이곳은 공간 구성과 전시물 등이 은근히 알차다.

임시수도기념관 바로 앞 동아대 석당박물관은 한국 박물관계의 진정한 강자다. 소장품이 풍성하고 훌륭하다. 하지만 설 연휴 내내 휴관한다. 서구 천마로에 자리한 최민식갤러리는 소박하고 소중한 곳인데, 설 연휴 문을 닫는다. 감천문화마을은 열리니 여정으로 잡아도 좋다.

◇ 부산 조망의 강자

거점2- 영도조내기고구마역사기념관
인근- 봉래산, 청학배수지전망대쉼터와 청학동 커피숍, 국립해양박물관

영도조내기고구마역사기념관


부산여행특공대의 추천 리스트에 영도조내기고구마역사기념관(청학동)이 거점으로 제시된 걸 보고, 무릎을 쳤다. 영도구 청학동 높은 지대에 자리한 이 기념관은 설날 당일(10일)에만 문을 닫고, 연휴 기간 다른 날엔 개관한다. 이곳을 거점으로 잡는다면, 가족·연인·친지끼리 나선 길에 손잡고 봉래산 정상까지 걸어갔다 올 수 있다. 기념관 자체가 높은 곳에 있어 봉래산 정상이 금방이다. 봉래산 정상에서 보는 부산 풍경은 부산을 느끼고 싶다면 꼭 보십사 권한다.

우리나라 고구마 시배지에 세운 조내기고구마역사관 자체는 단출한 편이다. 2층에는 카페, 3층 옥상에 전망대가 있는데 어디서든 바다 경치가 좋다. 청학배수지전망대쉼터는 많은 사람이 인정하는 ‘조망의 강자’다. 오죽하면 물을 공급하는 공공시설인 배수지에 전망대쉼터를 만들었겠는가. 이곳에 있는 조내기 고구마 농부·절영마 동상 곁에 운동기구를 갖다 놓았는데, 바다를 보며 운동하는 체육공원으로 유명하다.

청학배수지전망대쉼터 주위로는 경치 좋은 자리에 커피숍이 점점이 박혀 있다. 커피로 유명한 신기산업도 여기서 멀지 않다. 커피숍에서 묵은 수다를 떨다가 동삼동 바닷가에 자리한 국립해양박물관으로 가보는 경로도 추천한다. 국립해양박물관은 전시의 품격이 높은데, 건물 바깥에서 보는 바다 풍경도 아름다워 두 번 세 번을 가도 감탄한다.

◇ 시그니처이자 보물 산복도로

거점3- 범일동 이중섭문화거리
인근- 성북고개 웹툰이바구길, 증산공원 전망대

성북고개 웹툰이바구길


손민수 대표는 지난해 5월 24일 자 국제신문에 쓴 CEO칼럼 ‘산복도로를 말하고 싶다’에서 말했다. “지금까지 1500회가 넘는 여행으로 필자가 진심으로 보여주었던 산복도로는 부산의 시그니처이자 보물이다.” 내국인·외국인·부산 시민을 인솔해 부산 산복도로 여행을 1500번 이상 다녔다는 손 대표는 “부산 동구 범일동 이중섭문화거리를 거점으로 잡는다면, 산복도로와 부산 문화명소를 새로운 시점에서 볼 수 있다”고 알려왔다. 그는 또 다른 글에서 “부산도시철도 좌천역 3번 출구와 5번 출구 사이 역사스토리 골목에서 정공단·부산진 일신여학교·기미독립선언문과 동구 출신 독립유공자 기림벽, 안용복기념 부산포개항문화관을 거쳐 증산전망대까지 이어지는 2.5㎞ 정도 되는 길”을 강조한 바 있다.

여기서 범일동 이중섭문화거리(이중섭 전망대)와 안용복기념 부산포개항문화관을 이으면 참 좋은 걷기 경로가 나올 텐데, 아쉽게 안용복기념 부산포개항문화관은 설 연휴 기간 내내 휴관한다. 근처 성북고개에 있는 웹툰이바구길의 동구 만화체험관은 설 연휴 기간 11일만 문을 연다. 그렇다 해도 별걱정 안 해도 되는 게, 이 구간은 문화와 삶의 더께와 향기가 함께 쌓인 산복도로 문화 구간이다. 증산공원 전망대에 오르면, 실망하지 않을 것이다. 성북고개의 성북 시장 가게를 만화로 꾸민 웹툰이바구길은 눈으로만 봐도 재미있다.

◇ 평화 상징 고요한 사색의 공간

거점4- 유엔기념공원
인근- 국립일제강제동원역사관, 부산박물관

유엔기념공원


남구 대연동 유엔기념공원(정식 명칭은 재한유엔기념공원)은 고요한 평화의 상징이다. 세계에서 하나뿐인 유엔기념묘지이다. 푸르게 관리되는 이 고요한 공간에 오면 누구나 평화와 희생에 관해 사색하게 된다. 한국 건축의 거장 고(故) 김중업이 건물을 설계했으므로, 건축 관점에서도 볼 요소는 많다. 유엔기념공원 가까이에 부산박물관·국립일제강제동원역사관이 있다. 두 곳 모두 설 연휴 내내 개관한다. 두 곳 사이에 부산문화회관도 있는데, 유엔기념공원을 아주 잘 볼 수 있는 전망 포인트이기도 하다.

국립일제강제동원역사관에서는 일제강점기의 아픔, 일본 제국주의의 간악과 잔학을 통해 다크투어리즘을 체험할 수 있다. 높은 곳에 있어 전망도 좋다. 이곳에서는 오는 29일까지 기획전시 ‘우리는 기억합니다-일제강제동원 피해자를 추모하며’가 열린다. 부산박물관은 부산을 대표하는 중요한 박물관이다. 부산박물관은 설 연휴인 9일부터 오는 12일까지 부산관 로비에 청룡체험존을 오전 1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운영한다. 청룡을 상징하는 에어수트를 입고 기념촬영을 할 수 있다. 문화체험관 앞 야외마당에서는 민속놀이를 체험할 수 있다. 국립일제강제동원역사관 곁에 있는 유엔평화기념관은 설날 전날과 당일, 그리고 월요일에 휴관한다. 이 일대에는 평화를 키워드 삼아 나들이할 수 있는 곳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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