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디올백 논란'은 정치 공작"…해소 안 된 '김건희 리스크'
기자회견 대신 KBS와 신년 대담 진행
"한동훈과 총선 후 보기로…최근 통화 안 해"
"자체 핵무장 주장, 현실적이지 못한 얘기"
[더팩트ㅣ박숙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7일 KBS와 가진 신년 대담에서 집권 3년차 국정운영 방향을 제시하고, 각종 현안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특히 배우자 김건희 여사의 이른바 '디올백 수수' 논란에 대해 "정치 공작"이라며 기존 입장을 유지하면서도 부적절한 행위에 대한 사과 언급은 없었다. 야당은 "대통령의 오만한 불통"이라고 맹비난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공개된 KBS와 가진 신년 대담 방송에서 디올백 논란을 비롯해 야당 대표와의 만남, 여당 지도부와의 관계 및 공천 등 정치 현안부터 한미 관계와 미국 대선, 남북 관계 등 안보 분야까지 국정 전반에 대해 질의와 답변을 오갔다.
◆尹 "디올백 논란은 정치 공작...물리치지 못해 아쉬워"
윤 대통령은 김 여사의 '디올백 수수' 논란에 대해 "선거를 앞둔 시점에 이걸 터트리는 것 자체가 정치 공작"이라고 규정했다.
디올백 논란은 2022년 9월 김 여사가 서울 서초구 서초동 아크로비스타의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서 300만원 상당의 디올 파우치를 받는 영상을 유튜브 채널 '서울의소리'가 지난해 11월 공개하면서 논란이 됐다. 대통령실은 그동안 공식 입장 표명을 자제하면서도 해당 사건은 총선을 겨냥한 정치 공작이라는 주장을 언론에 밝혀왔다. 그러나 여당 일각에서 '김 여사 사과' 목소리가 공개적으로 나오고 부정 여론이 확산하자, 윤 대통령이 처음으로 공개 언급하며 직접 상황 정리에 나선 것이다.
대담에서 윤 대통령은 취임 후 서초동 사저에 머물 당시 검색기를 설치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재미 교포 목사인 최재영 씨가 김 여사 부친과의 인연을 앞세워 만남을 시도했고 이를 김 여사가 뿌리치지 못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윤 대통령은 "사저에 있고 지하 사무실도 있다 보니 (최 목사가) 자꾸 오겠다고 해서 그걸 매정하게 끊지 못한 게 문제고 아쉽지 않았나라는 생각"이라고 했다.
이어 "'정치 공작'이라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고 앞으로 이런 일이 발생 안 하게 조금 더 분명하게 선을 그어서 처신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배우자 리스크 관리를 위해 최근 공식화 한 '제2부속실 부활'에 대해선 "지금 비서실에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윤 대통령은 "적절하게 막지 못한다면 제2부속실이 있어도 만날 수밖에 없는 거 아니겠나"라며 개인 처신을 주의해 사전 예방하겠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윤 대통령이 김 여사의 부적절한 행위에 대한 명확한 유감 표명을 하지 않으면서 관련 논란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야당은 "진실한 사과를 요구했던 국민의 기대를 배신했다"고 비판했다.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윤 대통령의 해당 발언 직후 논평을 내어 "눈 가리고 아웅 하는 변명으로 성난 국민을 납득시키겠다는 생각이야말로 대통령의 오만"이라며 "윤 대통령이 국민께 용서를 구할 길은 '김건희 특검법'을 수용하고 명품백 수수 의혹에 대해 철저한 수사를 하겠다고 천명하는 것뿐"이라고 지적했다.
◆"한 위원장과 총선 끝나고 보자고 해...이재명과 만날 용의 있어"
윤 대통령은 이번 대담에서 최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정면충돌 사태를 부른 공천 논란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한 위원장과 지난달 국민의힘 공천과 김건희 여사 '디올백' 수수 의혹 대응을 놓고 '비대위원장직 사퇴 요구설'까지 공개될 정도로 정면충돌한 뒤, 두 차례 공개 회동하는 등 재빠르게 갈등을 봉합했다. 하지만 향후 공천 과정에서 당정 갈등 2차전이 불거질 것이란 관측도 높다.
윤 대통령은 '한 위원장과 최근 소통을 했나'라는 진행자 질의에 "최근에 통화한 적은 없다. 가까운 사이였지만 제가 총선 끝나고 보자고 했다. 본인도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며 "정무수석(을 통해) 필요한 소통을 하고 있는데 직접 전화하기는 우리 한동훈 위원장의 입장이 있기 때문에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수면 위로 올라온 당정 갈등 사태에 대해선 "대통령이나 당의 대표 위치에 있는 사람이나 결국은 국가와 국민을 위해서 일을 해야 되는 입장이기 때문에 사사로운 게 중요하지 않고, 그런 것을 앞세워 판단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윤 대통령은 여당 공천에 대해선 "선거 지휘라든지 또는 공천이라든지 이런 데에는 관여하지 않겠다고 했다"고 강조한 뒤, 용산 참모 출신들의 양지행이 대통령의 '내리꽂기'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 "(대통령의) 후광이 작용하겠나. 언론에서 일단 가만히 안 있을 것이고 비대위원장 취임할 때도 '당과 대통령실이 얼마나 거리를 두느냐'가 총선 승리와 관건이라는 식으로 언론에서 계속 얘기했다"고 반박했다. 이어 "(총선에 출마하는 참모들에게) 특혜라고 하는 건 아예 기대도 하지 말고 나 자신도 그런 걸 해줄 능력이 안 된다. 공정하게 룰에 따라서 뛰라고 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례적으로 취임 이후 제1야당 대표와 회담을 가진 적이 없다. 이에 대해 윤 대통령은 "우리 당의 지도부를 배제한 상태에서 야당의 대표와 지도부를 직접 상대한다는 것은 대통령으로서 집권 여당의 지도부와 당을 소홀히 하는 처사"라며 "여야 지도부끼리 여기에 대해서 논의하면 저 역시도 정당 지도부들과 충분히 만날 용의가 있다"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 때문에 만남을 꺼린다는 일각의 추측에 대해선 "정치는 정치고 그건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일축했다.
◆"우리가 핵 개발? 현실적이지 못해"
윤 대통령은 최근 북한의 대남 노선 전환을 두고 "엄청난 변화"라고 평가하고, 한미 확장억제 체제를 완성해 북한의 위협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안보 기조를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취임한 이후에 지속적으로 미국과의 협의를 통해서 소위 확장억제를 더 업그레이드해야 된다고 주장을 했고 또 실무진 간에 지속적인 협의를 거쳐서 작년에 워싱턴 선언이 나왔다"며 "(한미) 핵협의 그룹을 만들어 핵에 관한 전반적인 프로세스에 같이 참여해서 의사결정과 실행하는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보수 진영 일각의 '자체 핵무장' 주장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윤 대통령은 "우리가 지금 핵을 개발한다고 하면 아마 북한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경제 제재를 받게 될 것이고 우리 경제는 아마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이다. 그래서 그것은 현실적이지 못한 얘기"라며 "핵 개발 역량은 우리나라 과학기술에 비추어서 마음만 먹으면 시일이 오래 걸리지는 않지만 국가 운영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NPT(핵확산방지조약)를 철저하게 준수하는 것이 국익에도 더 부합된다"고 덧붙였다. 또 윤 대통령은 오는 11월 미국 대선과 관련해선 "한미 간 관계는 동맹을 더 강화하느냐 아니냐의 문제"라며 한미 관계에 미칠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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